[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5) ... 걸프 지역 할랄 인증, 내로남불의 극치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5) ... 걸프 지역 할랄 인증, 내로남불의 극치
  • 김선규
  • 승인 2020.07.13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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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 (Gulf Accrediation Center, 걸프 인증센터) 로고 (사진:김선규 제공)
GAC (Gulf Accrediation Center, 걸프 인증센터) 로고 (사진:김선규 제공)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오늘부터 하나씩 할랄 인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 중 오늘은 산유국, 일명 아랍 왕자들이 쓰는 '걸프 지역 할랄 인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걸프 지역 할랄 인증이 가장 기본이 되는 할랄 인증이므로 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기본적인 지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 GCC 국가들의 할랄 인증, 그 웃지못할 이유

지난 시간에 잠시 할랄 인증 패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동남아시아 지역 할랄인증을 통해 할랄 플랫폼 패권을 노린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범위를 넓혀가자 여기에 열받은 것은 다름아닌 발원지였던 아랍권이었다.

아랍 국가들의 논리는 단순했다. '아니, 어디 알지도 못하는 동남아 떨거지 무슬림들이 자기들 멋대로 발원지이면서 성지를 지키는 우리 아랍권에서 하지도 않는 것들을 할랄이라고 떠드는 거야. 거기다 양키들까지 우리 밥상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는 봐줄 수 없다. 원조인 우리가 진짜 할랄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주겠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실상은 결국 자존심과 돈이었는데 겉으로 표방한 이유와는 달리 실제로는 동남아 국가들이 만든 표준을 자신들이 따라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거기다 이들이 가진 계획이 가당치도 않았던 아랍권은 자신들의 시장을 원조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린 독자적인 할랄 인증을 통해 지키고, 이것을 통해 오히려 다른 인증들을 눌러버리고 국제 규격으로 밀어올리려는 계획을 가진 것이다.

무슬림 인구가 18억이 넘어가는 현실에서 할랄 인증은 이제 더 이상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기준이 아닌 돈과 패권이 걸린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랍 왕실들은 2000년대 후반에 이미 할랄 인증이 돈이 된다는 것을 일찍이 알아보고 앞다투어 자국에 별도로 표준관리기관을 설립 후 할랄 인증을 표준화하는 일을 진행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제일 먼저 ESMA(Emirates Authorities for Standardization & Metrology, 에미레이트 표준도량기구)에서 할랄 인증에 대한 사항을 표준화하는 서비스를 내놓아 이를 통해 걸프 지역 할랄 인증을 진행하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GCC 국가들 간에는 무관세협정 및 기타 군사 경제 협력 등이 공유되므로 이를 통해 자신들의 할랄 표준을 정착시키려 한 것이다. 

█ 할랄에 대한 접근 – 인식의 전환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3년 5월에 GCC 국가들과 예멘을 포함하여 별도로 GAC (Gulf Accrediation Center, 걸프 인증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인증들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거기에 할랄 인증을 집어넣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즉, 여기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여 큰 형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체를 아우르는 인증기관을 설립하고 거기에서 할랄 인증을 관리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사실 이 기구가 생기면서 GCC 국가들은 인증관리가 편해졌고 거기다 돈까지 생겼다. 왜냐하면 GAC 등록기준을 사용하면 건설, 산업에서 공신력 있는 국제인증과 할랄인증인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거기에 이들 인증기관들이 매년 비싼 회비를 내면서 등록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모든 할랄 인증기관들은 걸프지역에서 할랄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GAC에 비싼 비용을 들여 회원이 되어야만 했고 이 돈들은 GCC 국가들이 출자한 비중만큼 분배하고 또 해당 기구들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GAC가 발족한 이후 걸프 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던 석유만 파먹는 무식한 유목민의 이미지는 완전히 벗어났다. GCC 국가들의 왕실과 부유한 귀족들은 자녀들을 영미권으로 유학을 보내서 서구문물을 배우고 있으며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우리나라보다 먼저 신규런칭하는 명품들을 자국의 쇼핑몰에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일부 브랜드는 왕실의 지원을 받고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지금 수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단순히 할랄 인증을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아랍권 사람들은 아무리 지금 석유산업이 바닥을 쳤다고 해도 여전히 돈이 많으며 이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오일머니로 전세계 금융, 관광, 럭셔리산업, 기타 등등 돈되는 수많은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는 큰 손들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크고 힘있는 영미권, 유럽 그리고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들을 쉽게 보고 접근하다가는 사업은 바로 파탄난다. 명심하자. 중동에서 상대하는 바이어는 절대 호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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