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동 이야기 .... '코로나19가 변화시킨 라마단'
[칼럼] 중동 이야기 .... '코로나19가 변화시킨 라마단'
  • 김선규
  • 승인 2020.05.18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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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GN TV캡처/ 위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 없음)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중동의 라마단 풍경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수많은 종교활동들이 위축되었다. 부활절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유월절에도 유대인들이 가족들 간에 제대로 모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불교도 석가탄신일을 1개월 미루겠다고 한 상황이며, 당연히 이슬람도 예외없이 모스크 폐쇄 및 성지 폐쇄의 초강수 통제에 들어가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라마단기간 뿐 만이 아니라 라마단 이후에 있을 이드 알 피트르 때까지도 성지를 폐쇄하겠다고 하고 있다. 오늘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 달라진 중동의 라마단 풍경을 이야기하겠다.

■ 위성방송 설교, 그리고 이프타르의 변화

통상 라마단 기간에는 대부분의 관공서,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으며 식당은 해가 진 후에야 영업을 시작한다. 이슬람의 계율에 의해 해가 진 후에 기도를 마치고 이프타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라마단 기간에는 단체식, 그것도 야식인 이프타르의 매출이 평소의 2배 이상 나오게 되고 음식배달부들이 가장 바쁜 시즌이라 오히려 식당들은 라마단 기간이 대목이라고 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계율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뜨기 전에 식사가 가능하므로 해뜨기 전에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하고,  해가 지면 낮 동안 기력이 빠진 사람들이 야식인 이프타르를 엄청나게 먹기 때문에 오히려 1달간 금식으로 살이 빠지기보다는 이프타르를 먹으면서 되려 살이 찌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러했던 모든 것이 변화되었다. 사람들이 집 안에 있으며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회적 상황이 종교적인 기간의 움직임 자체를 다 바꾼 것이다.

사우디는 가족을 제외한 외부인이 참여하는 이프타르는 전면 금지되었다. 거기다 저녁시간에 많이 움직이는 중동 특성상 야간에 통행금지가 시행되고 있으며 UAE에서는 단체로 실시하는 라마단 저녁기도인 타라위가 금지되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하루 20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모든 모스크가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모스크에서 나눠주던 무료 저녁식사도 빈민들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가게들도 폐쇄된 곳이 많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모스크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위성방송으로 국가에서 내보내는 설교를 들으면서 라마단을 보내고 있으며, 저녁시간에는 이프타르(가족 혹은 공동체가 함께하는 저녁식사)를 주문하기 위해 사람들이 식당에 전화를 해도 식당들의 상당수가 문을 열지 않거나 배달을 하지 않아서 저녁 준비를 위하여 예년보다 더 바쁘게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는 국가의 경우에는 더욱 힘든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달 23일에 라마단이 끝나고 4일간 진행되는 이드 알 피트르 기간에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라서 여전히 성지방문은 금지되고 자신의 집과 지역에서만 이드 알 피트르를 지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창궐하는 지역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이며 그 중에서도 메카의 빈민지역에서 가장 크게 창궐하고 있다.

■ 라마단의 변화와 이슬람의 개혁

금년 라마단과 이드 알 피트르의 조용한 움직임은 이슬람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금식을 통해 이슬람을 더욱 깊이 깨닫고 이웃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진행했던 라마단이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고 결국 남들이 보는데서만 금식하고 해가 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던 그런 뻔한 행사로 한 달을 보냈던 것이 이전까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금년 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은 라마단에 대한 무슬림들의 태도를 바꾸게 하였다. 이제 무슬림들은 단순히 습관적으로 지내오던 라마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슬림이 금식하고 계율을 지키려고 모스크에서 모여 기도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한다면 그 순교자는 천국에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계율상 그 순교자는 분명 천국을 갈 것인데 왜 그들은 모스크를 폐쇄하였는가? 그리고 왜 성지를 폐쇄하였는가? 물론 전염병에 대한 국제적 비난도 문제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동지역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의 근본적인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 시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즉 겉으로만 계율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이슬람 자체의 현대화와 개혁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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