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3) ... "알코올도 할랄이 되나요?"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3) ... "알코올도 할랄이 되나요?"
  • 김선규
  • 승인 2020.06.29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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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에서는 마시는 것이 금지돼 있는 '알코올', 그러나 술을 제조하는 국가도 있다. 또 일부종파 종교지도자들도 몰래 마시고 있다는데.... 실제 이슬람 국가에서 들이대는 '알코올'의 허용 기준은 어디까지 일까
이슬람 국가에서는 금지돼 있다는 알코올(술), 마시다 걸리면 사형까지도 당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속주의 이슬람을 택한 국가들, 특히 터키의 경우에는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도 자국에서 유명한 에페스 맥주를 잘만 만든다. 또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 수출도 한다 (사진: 에페스필스너맥주 페이스북)

[컨슈머와이드-김선규] 할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필자가 이전 회사를 다닐 때의 중동 관련 업무를 하던 것을 회고해 보았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돼지 부산물에 대한 것이었고 두번째는 알코올 함유제품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알코올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할랄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중동 현지에서는 정말 술이 없는 것인지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다.

█ 이슬람의 영원한 패러독스, 알코올

알코올을 처음 발견한 것은 바로 압바스 왕조 시절의 이슬람 과학자 알 라지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은 술을 금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성분은 이슬람 과학자가 발견한 것이다. 알 라지는 의학, 화학, 연금술을 공부하고 시술하던 사람이었는데 알코올을 발견하고는 의학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이슬람 학파들은 이 알코올에 대하여 하람과 할랄 사이에서 엄청나게 많은 갈등과 반목을 해 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는 다음과 같은 경우는 허용하는 것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우선 '유목민이 사막에서 마시는 야자수 및 낙타젖이 발효한 것을 마시는 것'은 하람이 아니다!! (할랄이라고는 안했다.) 사막에서는 물이 귀해서 땀방울 하나까지 건져서 마시는 것도 아까운 마당에 대추야자가 자연발효하여 생긴 물(이라고 하고 '야자술'이라고 한다)을 금하는 것은 유목민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슬람에서는 야자술을 마시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단 천막 안에서나 집안에서만 마셔야 하며 길가에서 마시는 것은 하람으로 금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개방적인 이슬람 국가에서도 집에서 조용히 마시거나 외국인 전용 호텔에서 마시는 것을 허용하지 길거리에서 대놓고 마시는 것은 금하고 있다. 참고로 사막에서는 낙타젖에 약간의 피를 섞어서 식사대용으로 마시는(!) 것조차도 허용한다. 단 나중에 회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학파마다 입장이 다르다.

두번째 허용되는 것은 '의료용 알코올'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소독제로 사용되는 100% 에탄올 및 70% 에탄올의 경우 해당 목적으로 들일 경우 허가를 잘만 내준다. 걸프지역 국가의 경우, 해당 제품은 무조건 의료기기 및 의료자재상에만 납품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체품으로 과산화수소나 요오드팅크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과산화수소는 미사일 연료로 쓰이는 경우가 있어 미국에서 이슬람 국가 수출분은 전략물자로 지정되어 일정량 이상은 수입이 금지된 경우가 많으며 요오드팅크의 경우도 소독제로 그것만 쓰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결국 이슬람 국가 병원의 소독제로는 의료용 알코올이 많이 쓰인다. 단, 이걸 또 몰래 빼돌려 싸구려 저질 술을 만드는 이들도 있어서 골치를 썩이는 경우도 있다.

세번째, 굉장히 애매한 경우인데 '화장품에 들어가는 알코올의 경우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알코올은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람이 아니라는 입장과 자신을 꾸미려는 욕망으로 인해 사용하는 알코올이므로 하람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경우 화장품 회사들이 가장 골머리를 썩는 것은 무알코올 화장품을 만드는 것인데 이 경우 제품의 본래 성질이 변하는 경우가 많아서 할랄제품으로 중동에 수출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알코올에 대한 이중잣대, 터키의 에페스 맥주

여기에 정말 골치아픈 경우는 바로 음료에서 나온다. 제조과정 중에 미량의 알코올이 들어가거나 자연히 알코올이 생성되는 자양강장제나 에너지 드링크의 경우 거의 백퍼센트 하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약부 외품이나 건강음료로 분류되는 것이 판매금지되는 상황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박카스는 중동에 나갈때는 무알코올로 나가며, 레드불의 경우도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금지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가운데 세속주의 이슬람을 택한 국가들, 특히 터키의 경우에는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도 자국에서 유명한 에페스 맥주를 잘만 만든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이 맥주를 이란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란이 술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시라즈 시에서 만드는 와인을 다시 생산하면서 수출까지 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입된 맥주는 주로 정치인들이나 시아파 이맘들이 몰래몰래 잘만 마시면서 국민들은 금주령을 내려 어기는 사람은 사형을 선고하는 등 알코올은 입에도 대지 못하게 하는 내로남불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걸프지역 산유국들도 자국민들은 음주를 금지하면서도 외국인들은 술창고에서 쿼터제로 술을 사거나 외국인 전용 호텔에서 마시게 하는 등 조금씩 제한이 풀리고 있으며 돈 있는 현지인들은 이웃나라로 가서 외국인 호텔에서 술을 왕창 마시고 돌아오는 일도 많이 있는 등,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독실한(?) 무슬림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슬람에서 율법으로 음주를 금하고 자신들이 발견하고 또 여러 의학적, 생리학적 효능을 인정하면서도 종교적인 이유로 인정하기는 애매한 상태로 자리매김한 것이 알코올이다. 이슬람에서 알코올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요지경이며 할랄인지 하람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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