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8) ... '돼지야, 돼지야'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8) ... '돼지야, 돼지야'
  • 김선규
  • 승인 2020.08.10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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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에게 돼지(돼지고기)는 부정한 것 '하람'이다. 절대 사용해서도 먹어서도 닿아서도 안된다고 여긴다. 그들의 땅에 돼지고기가 유통되는 것도 싫어할 정도다. 그러나 알음알음 몰래몰래 돼지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생겼다는데...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사진:김선규 제공/위키피디아)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오늘 이야기는 '돼지'이다. 이슬람의 율법에서 가장 중요한 할랄과 하람에서 먹을 것에 대한 금기로는 알코올과 돼지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전에는 알코올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하였는데 이번에는 돼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다.

■ '돼지야 너는 왜 세상에 존재하니?'

이슬람에서 돼지의 취급은 그야말로 바닥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돼지를 부정한 동물(하람)으로 이야기한다. 꾸란에서는 “썩은 고기, 피, 그리고 돼지고기”는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유대교에서도 돼지는 부정한 동물로 취급되는데 사실 이슬람이 유대교 율법과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종교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돼지가 부정하다는 말 자체는 중동에도 돼지가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즉, 이 말은 이방인들에 의해 유입되었거나 혹은 종교가 발흥하기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돼지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의 '돼지 기피'는 아주 심해서 심지어는 돼지고기가 닿은 것 자체를 피하거나 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돼지고기가 담겼던 접시나 식기들은 그냥 버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경기에서 무슬림 선수들이 할랄음식이 아니라고 마구 우기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그리고 돼지가죽, 즉 돈피는 의외로 부드럽기 때문에 제화 부문에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무슬림들에게는 돈피로 만든 군화나 신발 은 아예 접근금지 제품이다. 나일론 모가 나오기 전에 만든 돼지털 치솔이나 솔의 경우, 무슬림은 수입 자체를 안했다. 또 치약에도 돼지 부산물 성분이 들어간 경우가 있는데 무슬림들은 그들의 '돼지는 부정하다' 신념에 따라 이런 치약 사용을 거부, 양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안 그래도 단것과 차로 인해 치아건강이 나빴던 사람들이 치아와 치주건강을 개선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할랄 치약이 나와서 그나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슬림들의 치아건강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을 정도다. 돼지 젤라틴으로 만든 초코파이의 경우, 무슬림이 이 초코파이를 '하람'이라고 하는 바람에 이슬람국가 수출품에는 소 젤라틴이, 그것도 할랄인 젤라틴이 들어가야만 한다. 이런 상태다 보니, 스팸이나 베이컨의 유통이나 먹는다는 것은 무슬림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현지에서는 소고기나 닭고기(주로 닭고기가 많다)로 만든 소시지가 유통되며 오히려 가정주부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육류를 가지고 소시지를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순대, 특히 돼지선지가 든 순대를 맛있게 먹는다는 것을 알면 무슬림들은 기절한다. 

■ '돼지야 그래도 몰래 사랑해 볼까?'

이슬람 국가에서 유일하게 돼지고기 유통이 허용되는 곳은 미군 주둔지이다. 이슬람 국가와 미국이 맺은 SOFA (SOFA는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는 모두 맺는 주둔협정이다. 우리나라만 불평등 협정으로 맺어져 있는 것이 아니니 오해하면 안된다)에 따르면, 미군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보급품을 무관세로 주둔지에 들여오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어마어마한 양의 돼지고기가 미군기지로 들어가고 당연히 현지 무슬림들은 미군들을 이교도라고 부르며 싫어하고 미군기지가 있는 땅을 부정하다고 한다.

미군이 가져온 돼지고기 열풍은 1차 걸프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무력 점령하자 미국은 사우디 왕실에 다국적군과 미군이 주둔하여 후세인을 물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면서 사우디와 SOFA를 맺었다. 이 당시에 엄청난 양의 미군 물자가 사우디로 들어갔고 더불어 돼지고기도 무한으로 들어갔다. 근본주의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땅에 이교도가 들어와서 돼지고기로 더럽혔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열이 받았고 이때 삐뚤어진 이가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그러나 소수의 서방문물에 깨어있는 무슬림들은 서서히 암거래 시장에 나온 스팸과 베이컨 맛에 중독이 되었다. 이후 카타르에 7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중부사령부가 들어서면서 카타르는 중동 제1의 돼지고기 창고가 되었다. 카타르 도하 인근의 산업지대 (인더스트리얼 에어리어)에 주둔한 미군부대 인근 지역은 우리의 기지촌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미군부대 물자가 암거래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돼지고기였다. 물론 무슬림들은 거의 먹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많이 거래를 했다. 따라서 중동에 돼지고기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미군이 주둔해 있지 않더라도 몰래몰래, 알음알음으로 끼리끼리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입수하여 먹을 사람은 다 먹는 음식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대다수 무슬림들은 아직도 돼지(돼지고기)를 꺼리고 있으니 현지인 일부의 일탈적 행위를 보고서 이슬람 사회가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절대 안된다. 무슬림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 현지의 문화와 관습, 종교를 인정하되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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