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동 이야기Ⅲ ... 중동의 이방인들(4),이슬람이 아닌 이슬람 '수피즘'
[칼럼] 중동 이야기Ⅲ ... 중동의 이방인들(4),이슬람이 아닌 이슬람 '수피즘'
  • 김선규
  • 승인 2020.12.15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슬람 종파 중 마이너지만 메이저한 종파인 '수피즘'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이번 주는 이슬람 종파 중 마이너지만 메이저한 종파인 수피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왜 마이너이면서 메이저라고 하는지는 아래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터키에만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상당히 많은 나라에 퍼져 있는 수피즘에 대한 이야기들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 

■ '니네가 도대체 이슬람이 맞는 거니?' – 수피즘의 역사

수피즘의 창시자는 잘랄 웃딘 루미 (아랍권에서는 메블라나 루미라고도 불린다)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 지금의 터키이고 당시에는 호라산인 안탈랴 (아나톨리아)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이슬람에서 삐딱선(?)을 타게 된 계기는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계율 위주의 신앙만을 강조하던 수니파와 시아파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 것이었다. “아니, 도대체 알라는 나를 따르라고만 하고 정말 자신의 본질을 보여주지 않으시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로아스터교와 기독교, 거기에 범신론과 샤머니즘의 사상이 섞이게 되어 “절대자 알라”에서 “사랑의 알라”를 이야기하고 그 알라가 인간의 내면에 있다는 상당히 불교스런 사상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목에 있는 혈관보다 내가 더 인간에게 가까이 있노라 (수라 50:16)”을 라는 꾸란 구절을 기반으로 일반적인 이슬람이 이야기하지 않는 “내재된 알라를 찾는 신학”을 창조했다. 그리고 이 신과의 만남을 위해 여러가지 수행을 해야 하며 심지어는 이런 춤까지 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피 댄스. 터키 공항 면세점을 보면 이런 기념품을 한번씩 봤을 텐데 이게 수피 댄스이다. 이렇게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면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면 신을 만난다는 상당히 샤머니즘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수피즘은 수련 시에 단식, 철야기도, 알라의 이름을 주문처럼 부르는 디크르, 반복적인 노래나 춤, 마약이나 커피 등등(!)의 향정신성 약품의 사용까지 허용하는 종파이다 (사진:김선규 제공)

여기까지만 보면 수피즘을 가지고 뭐라고 할 게 없을 거 같은데 문제는 기득권이 된 이슬람의 눈에는 이들은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알라가 내 안에 있다라는 사상도 불온하고 맨날 환각상태에서 춤을 추고 있고 약빨고 알라를 찾는 이 종파가 전혀 경건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환락도 상당히 많이 추구해서 맛있는 요리, 술에 쾌락을 쫓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래서 결국 수피즘은 쫓기고 쫓겨서 북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터키, 중앙아시아 일부 및 남아시아로 퍼지게 된 것이다.

비록 소수 종파라고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신자가 1억명을 넘어가는 상당히 큰 종파이므로 이슬람에서 지금은 뭐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왜냐하면 가장 큰 수피즘 국가는 바로 터키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세상에서 소수 종파는 이단이고 다수 종파는 주류가 되는 것이다. 쪽수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내가 제일 잘 나가' – 미국에서 뜨는 수피즘

그런데 이런 약자에 해당하는 수피즘이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한창 뜨는 종교가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온건한 신의 사랑을 찾는 금욕주의자 집단이었기 때문에 심심하면 자폭 테러를 일삼는 수니파 테러리스트와는 다른 종파였고, 거기다 계율 자체가 내 안의 신만 믿으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는 주의였기 때문에 금요일에 모스크, 일요일에 교회 가는 것도 허용한다! 이런 마당이니 이슬람 하면 테러리스트 생각하고 학을 떼던 미국인들이 오히려 9.11 테러 이후 수피즘을 장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과거에도 수피즘이 충만한 오스만 투르크가 알바니아를 점령했을 때, 수피즘의 이런 개방성 때문에 많은 알바니아인들이 수피즘 이슬람으로 너무나 쉽게 개종한 적도 있었다. 오스만 최정예였던 예니체리도 대부분이 이런 수피 이슬람 (벡타시파라고 부른다) 사람들이었다.

사실, 수피즘에 대한 반감은 아랍인들의 터키인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이유이다. 같은 이유로 시아파도 역시 아랍인들의 이란에 대한 반감이 주가 된다. 어찌 되었든 지역감정, 민족감정은 종교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서방 세계에서는 수니파 시아파가 아닌 수피즘이 은근히 세를 불리고 있고 기존의 주류 이슬람 종파들은 상당히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 시간에도 중동에 있는 다른 종교들과 민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진행하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