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카슈끄지 스캔들에 발목잡힌 MBS(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아람코 상장 재추진

[컨슈머와이드-김선규]  ■ 국민의 눈을 돌려라 – 자말 카슈끄지 스캔들에 발목잡힌 MBS(모하메드 빈 살만)

일단 사우디 아람코 상장을 조심스레 만지작거리던 MBS, 우선 백인 투자은행들을 부르려고 비밀리에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운이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외교안보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중 무역 분쟁이 드디어 터진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보통 이런 대규모 무역분쟁 같은 이슈가 터지면 경기가 출렁이고 유가가 올라가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유가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정말 MBS는 속이 뒤집어지는 상태였다. 미국 편을 들자니 중국에 원유를 팔아먹기 어려워져서 안 그래도 올리기 힘든 유가를 더욱 방어하기 힘들어지고, 중국 편을 들자니 트럼프의 보복이 정말 두려웠다.

2018년 10월 암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진:SBS 캡처)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2018년 10월에 또 다른 외교 문제가 터졌다. 바로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에서 실종된 사건이었다. 자말 카슈끄지, 그는 사우디 출신의 초대형 국제 무기 거래상인 아드난 카슈끄지 (이전 어른들은 카쇼기라고 그랬던 그 사람이다)의 동생이었다. 이 자말이 바로 왕실이 기를 쓰고 숨겼던 썩은내 나는 온갖 무기거래의 비리들을 하나하나 떠벌리고 다닌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원래 무기상이었던 아드난은 이미 옛날에 사망했다. 그런데 동생인 자말이 당시에 아드난과 함께 무기상을 하면서 따라다니면서 알게 된 사우디 왕실의 온갖 리베이트 건 및 비리들을 서방 세계에서 마구 불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왕실의 위신이 똥통에 처박히게 되자 열 받은 MBS는 비밀리에 인원을 구성하여 자말 카슈끄지를 손볼 계획을 세우고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대사관에서 실제로 거사를 진행했다. 카슈끄지는 자신의 약혼녀와 결혼하기 위한 서류 발급을 위해 터키의 사우디 대사관을 찾아갔다 거기서 실종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자말은 사우디 대사관 내에서 토막살인 당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현장에는 외과의가 입회하여 제대로 각을 떴다고 한다. (2021. 2.26 MBS가 이 사건에 대해 승인을 내리고 지시한 장본인이라는 4페이지짜리 보고서가 나왔다.) 

어찌되었든 이 자말 카슈끄지 실종사건으로 인해 중동은 크게 술렁였고, 사우디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게 되었다. 두고두고 앙숙인 터키와 이란은 얼씨구나 하고서 사우디를 규탄해댔고 거기에 미국에서도 MBS를 강하게 비난했다. 자말 카슈끄지가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에 그를 살해한 것은 비록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명예살인이라 할지라도 국제법 상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이므로 미국에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MBS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고 이로 인해 자칫하면 왕세자 자리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면피를 위해 당시에 체포되었던 5인의 실행자들을 사형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내부조차 이런 비난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더욱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제 MBS는 다른 대형 호재로 이슈를 만들어 이 비난 여론을 잠재울 어떤 큰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치달았고, 따라서 조용히 미국의 투자은행들을 불러 모으게 된다. 바로 사우디 아람코 상장 건을 위한 준비였다.

■ 아람코야 날 살려라!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재추진

사진 왼쪽은 MBS(모하메드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 오른쪽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캡처)

MBS는 일단 아버지인 살만 왕에게 엄청 혼이 났다. 아무리 명예살인이라지만 국제법을 어겨가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이는 큰 국제문제를 만든 것이었고 간신히 올라간 왕세자 자리도 당장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MBS가 누구인가, 정치 9단 살만의 아들이다. 그 역시 정치적 감각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그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SOS를 날렸다. 날 좀 살려달라고. (이전에 카타르의 하마드 전 국왕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서 지금 카타르는 엄청난 친미 국가가 되어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이 사건을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가운데 뒤로는 비밀리에 MBS와 딜을 하고 있었다. 즉, 그의 사건을 무마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무엇인가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MBS는 찬밥 더운밥 가릴 것 없이 바로 여러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첫째가 중국으로 가는 사우디의 기름을 미국의 WTI로 판로를 바꾸는 작업을 제안하였고 이는 2020년 1차 미중 무역합의에서 반영되었다. 이에 따라 요즘도 미국의 WTI 기름이 중국으로 팔려간다. 두번째로 제안한 것은 바로 사우디 아람코의 국내상장 및 국제 상장을 미국계 은행들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즉, 자신의 왕세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라의 국부를 미국 은행들에게 팔아먹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쾌재를 부르며 흔쾌히 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증시 올린 것 말고는 별다른 손실의 회복수단이 없던 상태에서, 미중분쟁으로 중국을 두들겨 패면서 국채를 엄청나게 발행하고 재정이 딸리던 트럼프에게 아람코 상장과 그에 따른 막대한 수수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렇게 하여 살만 국왕이 말릴 여지도 없이 일단 사우디 아람코 상장은 갑자기 2019년 초반부터 수면 아래에서 비밀리에 진행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의문은 살만 왕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조금만 사정을 알면 이해하기 쉬운 것이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 없이는 개혁정책과 신도시개발 및 새로운 에너지사업을 위한 자본 형성은 물 건너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장을 통한 획득자금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정책들의 자본을 마련해야 했다. 또 MBS가 일으킨 왕실 부패척결 운동의 부작용으로 그가 세자에서 폐위되면 절대 그가 무사할 수 없다는 것도 살만 왕의 또 다른 고민이었다. 왕세자가 지금 자리에서 밀려나면 이전에 감금당하고, 두들겨 맞고, 억지춘향으로 충성 맹세를 한 뒤에, 재산을 몰수당한 비 수다이리파 왕자들이 왕세자를 자말 카슈끄지랑 똑같은 꼴로 만들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아무리 왕족들이 외국인들과 평민들을 괴롭히며 축재한 잘못이 있어도 MBS가 벌인 행동은 당연히 종친들에게는 이가 갈리는 행위였고 거기에 재산까지 몰수당했으니 그 원한이 하늘을 찔렀다. 이들의 원한으로부터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살만 왕은 MBS의 사우디 아람코 상장을 가타부타 말없이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를 비롯한 유수의 투자은행들과 헤지펀드들이 이 사상 최대의 대어인 아람코를 상장시키는 세기의 대역사를 (이루고 엄청난 양의 IPO 수수료를 뜯어먹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걸프 만을 향해 오고 있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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