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4) ... "할랄 인증, 왜 여러 개인가?"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4) ... "할랄 인증, 왜 여러 개인가?"
  • 김선규
  • 승인 2020.07.06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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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준이 없는 '할랄 인증'때문에 이슬람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등 비지니스를 위해서는 '할랄 인증'을 그 나라에 맞는 받아야 한다. 이렇게 난무하는 할랄 인증이 생겨난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상단 왼쪽부터 말레이시아의 JAKIM (Jabatan Kamajun Islam Malaysia), 미국의 IFANCA (Islamic Feed and Nutrition Council of America) 하단 왼쪽부터 인도네시아의 MUI (Majelis Ulama Indonesia), 싱가포르의 MUIS (Majelis Ulama Islam Singapore) / 사진제공:김선규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지난 시간까지 할랄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할랄 인증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할랄 인증의 종류와 배경을 알지 못하면 왜 지금 할랄 인증들이 체계가 엉망인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율법주의와 자본주의에 물든 할랄 인증

전세계적으로 할랄 인증기관은 300여 개가 있으며 '국제적인 표준 할랄 인증은 없다!'. 이 말은 바로 내가 수출하고자 하는 지역에 적용되는 할랄 인증을, 내가 직접 찾아서 거기에 맞게 서류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국제표준 할랄 인증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종파와 그 아래의 학파마다 이슬람 율법의 해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수니파 중에서도 엄격한 한발리파와 하나니파, 오만의 이바디파가 다 다르고 시아파의 기준도 다르다. 수산물에 대한 기준도 다 달랐고 알코올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이렇다 보니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자신이 주로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인증기관을 찾아가서 인증을 받아야 되는 일이 발생하고, 만일 종파가 다를 경우, 즉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서 할랄 인증을 받아서 수출할 수 있었는데 수니파 국가에서는 반 이란 정서와 종파의 차이로 인해 인증이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인데 바로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이슬람 사원들의 각자도생(?)을 위한 재원마련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원래 할랄을 구분하거나 그것을 행하는 업무는 모스크에 있는 이맘이 했다. 이슬람에서는 할랄과 하람을 구분하는 것은 생활 안에서 구원을 추구하는 중요한 업무였으므로 신도들에게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할랄과 하람이 되는 식품, 행위, 기타 여러가지 사업 등을 구분하여 가르치는 일을 이맘이 담당하였고 거기에다 다비하로 도축도 하였다. 그리고 신도들은 이를 시행하거나 일하는 이맘들에게 사례금을 지불하던 관습이 있었는데 이게 돈 되는 장사라는 것을 깨달은 각국의 이슬람 사원들과 무슬림들이 모스크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돈을 받고 인증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할랄 인증 기관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두번째 이유는 다름아닌 무슬림 국가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 각국의 모스크에 지원하던 지원금이 줄어든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석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시절에는 엄청난 오일머니가 전세계 모스크로 들어갔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고유가 시절에 엄청난 지원금이 들어왔던 때에는 이슬람이 국제적으로 적극적인 포교를 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기침체 상태가 이어지고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산유국들이 자국 경제 챙기기도 버거워져서 모스크들에 지원금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모스크와 각국 이슬람협회에서 자구책으로 인증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을 분배하는 식으로 운영유지 자금을 만들게 되었으며 한국의 경우에도 한국 이슬람사원에서 발행하는 할랄 인증이 있고 해당 인증은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 인증 패권에 얽혀버린 동남아 지역 이슬람국가의 할랄 인증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골치아픈 이유가 생겼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동남아 지역 무슬림 국가들 간의 경쟁의식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할랄 인증인데 이들 두 국가는 동남아 이슬람의 종주국이며 신도 숫자도 최소 3억명 이상이 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인구수와 국력이 밀리는 말레이시아가 먼저 JAKIM (Jabatan Kamajun Islam Malaysia) 인증을 내놓고 동남아 인증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식품, 음료, 의료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공산품에 대한 할랄 기준을 적용하여 인도네시아에 밀리는 국력을 할랄 인증의 플랫폼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말레이시아가 자킴 인증을 통해서 인증 수수료를 챙기고 할랄 인증에 관련해 인지도를 높이게 되자 나름 그 지역 이슬람 종주국이라고 자처하는 인도네시아가 이에 반발해 MUI (Majelis Ulama Indonesia) 인증을 내놓았고 그 결과 이들 두 인증은 비슷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상호 호환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이번에는 싱가포르도 가세하여 MUIS (Majelis Ulama Islam Singapore) 인증을 내놓았기 때문에 동남아 할랄 인증은 이제 3파전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거기에 미국마저도 할랄 인증에 관하여 돈냄새를 맡자 IFANCA (Islamic Feed and Nutrition Council of America)라는 미국 내 식품 할랄 인증을 만들어서 이 인증으로 생산된 할랄 식품들을 이슬람 지역으로 판매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 할랄 인증은 국제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 없다면 인증을 받고자 하는 업체들에게는 엄청난 인증비용을 강요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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