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통용되는 할랄 인증, 그리고 무슬림
할랄인증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한국 할랄 인증원 로고.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 인증을 주는 곳이 '사설기관' 이라는 점이다. 국가 기관이 아니란 말이다 (사진: 김선규 제공)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오늘 이야기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할랄 인증, 그리고 무슬림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에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국 이슬람 성원 말고도 300여개가 넘는 이슬람 사원이 전국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할랄 인증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할랄 인증의 국제적 효력과 한계, 그리고 국내의 이슬람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 한국의 이슬람 성원에 관하여 – 한국이슬람교중앙회 (KMF)

한국도 당연히 할랄 인증을 가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KMF)에서 한국 내의 할랄을 주관하고 있었다. 이 곳이 왜 중요하냐 하면 말 그대로 우리나라 이슬람의 총본산, 즉 중앙회이기 때문에 이슬람 율법에 관련한 모든 것을 취급/공급/수입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유래는 박정희 정권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처음에는 이란, 이후에는 사우디와의 친선을 위해 이태원 언덕 꼭대기에 지어준 곳인데, 실제로 가보면 별의 별 것을 다 취급하고 있다. 이곳은 일단 중동에서 온 무슬림들이 임시 거처로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중동국가에서 모스크는 노숙자들의 훌륭한 쉼터이자 임시 숙소이기도 하다) 할랄 식당이 있고 할랄 정육점이 있는 등 할랄 음식을 공급해 주는 '생명선'의 역할을 한다.  또한 꾸란, 하디스 등의 이슬람 서적을 구할 수 있으며 심지어 국제전화카드 등 온갖 주요 물품들을 공급하는 '중앙선'이기도 하다. 이전에 비해서 좀 쇠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무슬림들이 이슬람중앙회 지역에 와서 예배와 각종 이슬람 관련 물품을 사가고 있다.

또한 이슬람 성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은 무슬림 구역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중동 걸프지역이나 북아프리카 지역 뿐만  아니라 터키, 이란,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수많은 무슬림들이 이곳을 다니거나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이 있는 우사단로 일대는 이주해온 무슬림들과 한국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자녀들도 많이 있고 (이들의 국적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성인들도 존재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다.
숫자로는 수니파 무슬림이 많기 때문에 시아파, 특히 이란 사람들은 좀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오는 이슬람 사람들은 이 곳이 이전과는 달리 파키스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통 걸프지역 학파와는 거리가 있다면서 역시 비호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 한국 할랄 인증,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로

지금까지는 한국 내 무슬림들이 그렇게 많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할랄 음식과 제품에 대한 수요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서 사실상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KMF)의 인증이 사실상 전부였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가 위성을 타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었다. 한국 제품들, 특히 특정 한국 식품들이나 한국 화장품이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한류의 영향으로 대히트를 치고 마스크팩 등의 제품에 중동 여성들이 열광하게 되면서 할랄 인증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을 가진 중동 여성이나 젊은이들에게 할랄은 여전히 큰 장벽이었다. 아무리 드라마에서 본 한국의 이미지가 동경의 대상이고 한국 화장품이 그들의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던 서방제품을 제끼고 그것들의 대체재가 할 만큼 훌륭한 품질과 보습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할랄이 아니라면 그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를 펴지 못했던 KMF에서는' 기회는 이때다'라며  할랄 인증을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 KMF는 해외 이슬람 기관과의 협력관계가 약해서 해외에서 이 곳의 할랄을 인정해 주는 곳이 적었다. 그런데 KMF는 오히려 '자신들이 최고'라는 생각에 1년마다 인증을 갱신해야 하는 등 너무 장사속으로 심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기업들이 처음에는 KMF에 접촉을 하다가 나중에는 별도의 사설 인증 컨설팅 업체들을 찾아가서 자킴이나 무이 등의 해외인증으로 바로 직행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즉 '한국 할랄 패싱'이 일어난 것이다. 거기다 해외에서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주축으로 움직이는 KMF의 할랄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게 되자 뒤늦게 KMF는 이에 대하여 보완을 들어갔고 지금은 MOU를 통해 해외와 협력이 들어가서 수출할 수 있는 국가들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서 다른 할랄 인증기관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한국할랄인증원 (대전 소재)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해외 15개국 이상의 할랄 인증기관과 MOU를 맺어 할랄에 대한 교육과 인증에 대한 품질강화를 내세워 기존의 할랄인증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으며 이들 두 기관은 할랄 인증에서 누가 더 할랄(?)인지를 경쟁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17억 무슬림을 대상으로 하는 이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의 탈을 쓴 사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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