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사진:BBC/위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 없음)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지난 4월 25일 알 자지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대법원이 태형(笞刑)철폐 결정을 내렸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전근대적인 형벌이었던 태형이 없어진 것은 살만 국왕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입김이 작용한 개혁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이슬람권에서 이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 태형(笞刑)철폐, 이슬람법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사우디아라비아 대법원에서는 지난 25일 인권의 진보를 통한 개혁정책을 펴기 위해 '태형 선고'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여러 인권단체로부터 오랫동안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던 '태형'의 폐지는 현대국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이 결정문에서 대법원은 앞으로 비인간적인 형벌을 줄이고 국제인권에 맞추어 형벌과 양형을 맞춰가기 위한 개혁에 동참하겠다고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전에 태형은 간통 및 명예살인 등의 죄에 적용하던 형벌이었다. 일단 수백대의 태형 선고가 내려지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 형벌을 받는 사람이 맞아 죽는 경우는 없다. 설사 무지막지한 양의 태형이 내려지더라도 최대 20회까지 나눠서 맞는 것이기 때문에 가령 태형 200대를 선고받더라도 최대 20대씩 10번 이상을 나눠서 맞는 것이지 한번에 다 맞지는 않는다. 전근대 시절에는 한번에 다 때려서 태장을 맞다 죽은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인권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무식한 집행은 하지 않는다. 1회 태장을 맞고 난 다음에는 의사의 정밀검사를 받으며 어느 정도 상처와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태형이 부분 집행된다.
중동 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범 이슬람권에서 시행되고 있는 태형은 상당히 악명이 높은데 남녀 불문하고 집행하며, 한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서 장기간 실시하며, 이로 인해 형을 받는 사람의 시간적, 인적, 물적, 정신적 고통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남아 이슬람 사회의 태형의 경우, 태형을 더 이상 맞기 힘들 경우는 징역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 이슬람 내부개혁의 뜨거운 감자, 태형
태형 논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난히 뜨거운 이유는 이들의 결정이 범이슬람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이슬람 샤리아 율법에서 태형이 유난히 많이 적용되는 죄목은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경우 징역과 태형이 함께 선고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블로거 라이프 바다위는 지난 2012년 자유발언과 이슬람에 대한 모독의 죄목으로 체포되어 징역 7년 태형 600대를 선고받았다가 2014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에 태형 1000대로 오히려 형량이 늘어난 경우가 있었다. 최근 사망한 인권운동가 압둘라 알 하미디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감옥에서 사망하면서 사우디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그는 사우디 민권 정치 협회의 설립자 중 하나이며 하셈이라는 가명을 쓰다 체포되어 징역 11년형을 받고 복역중이었다. 앰네스티 보고서에서는 그가 왕정에 반대하는 이유로 여러 죄명을 받아 복역중이며 그 와중에 사망해 사우디 내부가 불안한 상황이다. 또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사망사건으로 사우디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이며, 거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가의 폭락과 거기에 산유국 간의 이해관계로 벌인 원유생산 치킨게임으로 인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적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에서는 인권신장 관련 개혁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만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이러한 조치가 절실하다. 앞으로 이슬람권이 어떻게 변화될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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