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IPO 만들기 – IB와 아민 나스르의 본격적인 야합

(사진:sbs캡처)

[컨슈머와이드-김선규] ■ 최고의 IPO 만들기 – IB와 아민 나스르의 본격적인 야합

사우디 아람코의 CEO인 아민 나스르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10대에 사우디 아람코에 입사하여 유정 바닥에서 기름부터 퍼내는 것으로 아람코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온갖 신규 유전 개발사업과 아람코의 현대화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진짜배기 CEO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2019년 10월부터 세기의 IPO인 아람코 상장을 위해 남의 돈 먹는데 혈안이 된 글로벌 IB들과 씨름을 하는 중이었다.

(아래는 내용의 이해를 쉽게 돕기위해 대화체로 기술하였다)

- 아민: …자 일단 여기까지 해서 이야기를 정리해 봅시다. 일단 타다울에 상장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로벌 상장은 그 이후에…
- IB들: 아니, 이럴거면 뭐하려고 투자설명서(Prospectus, 증시 상장할 때 주식에 대한 여러가지 내용을 적는 글)에 미국부터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까지 다 집어넣은 겁니까? 꿈이 야무지시네요.
- 아민: 너 누구야? 오만 애들이지, 니들 퇴장!
- 오만 IB들: 으아아~~ 한번만 봐주세요 (경비원들 데리고 퇴장시킨다)
- 아민: 지들 멋대로 술탄이라고 떠드는 것들, 꼴사나웠는데 잘 됐다. 또 문제가 있는 회사 있습니까?
- IB들: (고개만 절레절레)
- 아민: 일단 설명을 드리지요. 우리 아람코, 그렇게 구멍가게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일단 타다울 상장 여건은 다 갖춘 상태입니다.
- IB들: 타다울 상장요건도 3년치 회계자료 제출 아닌가요? 
- 아민: 왕명이 내려왔습니다. “아람코 상장은 1년짜리로 대체한다”라고요. 왕이 까라면 까야죠.
- IB들: 이래서 얘들이 후진국이라니깐…
- 아민: 누구세요? 영국 분이세요? 나가고 싶으신가 보군요?
- IB들: 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적이 별로 없어서 말이죠. 돌아가면 여왕 폐하께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건 아주 획기적인 시스템이군요.
- 아민: 뭐, 중요한 건 획기적인 시스템보다는 획기적인 상장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알리바바보다도 더 큰 규모로 가는 건 기본이고, 이전에 다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 금액으로 진행해야 하는 겁니다.
- IB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장님. 시총 2조 달러 만드는 거는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기름값이 너무 낮아요. 이래서는 아람코는 정말 원하시는 가격에 상장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 아민: 일단 지난번에 저하께서 2조 달러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질은 주셨습니다. 곧 언론에도 그렇게 나갈 거고요. 우리가 할 일은 상장하고 나서 시총 2조달러를 만드는 일인 겁니다.
- IB들: 아니, 저 큰 덩치의 아람코 시가 총액을 어떻게 그렇게 올린단 말입니까? 우리가 가진 돈들을 다 때려부어도 꼼짝도 안할 거 같은 덩치인데…
- 아민: 물론 여러분들이 영혼의 1리얄 (사우디 화폐단위)까지 털어넣어 주시면야 우리는 슈크란이지만 그럴 생각 없는 거 잘 압니다. 그러니, 지금 컨설팅 수수료 받는 만큼 방법을 찾아내 달라고 말하고 싶네요.
- IB들: 이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보다 더 힘듭니다. 말 그대로 아람코를 냉장고에 넣기네요…
- 아민: 못하겠으면 위약금 내시고 나가셔도 됩니다. 단 위약금 엄청 센 거 아시죠?
- IB들:… (망했다. 완전 빠끔이네…)
- 아민: 3일 뒤에 보겠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IB들의 두뇌와 영혼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낸 아민 나스르는 MBS에게 보고한다.

“아람코 시총을 2조달러를 만드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왕세자 저하.” (니가 하고 싶은 거 이제 다 해.)


■ 아람코의 상장 지분을 줄이다 – 시총 부양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


자나깨나 아람코 상장만 바라보며 돈줄 타들어가는 걸 보던 MBS는 아민을 만나자마자 너무 속이 후련했다. 

(아래는 내용의 이해를 쉽게 돕기위해 대화체로 기술하였다)

- MBS: 아민, 정말 시총을 2조 달러로 만들 수 있단 말이냐?
- 아민: IB들에게 리츠 칼튼을 보내주겠다고 하니까 열심히 방법을 만들더라고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더라…)
- MBS: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네. 그래 방법이 무엇이냐?
- 아민: 그것이…  상장하는 지분을 지금보다 많이 줄이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MBS: 뭐?! 야, 지금 돈이 딸려서 상장하고 거기서 생기는 돈으로 신도시 짓는 거잖아. 그런데 지분을 줄이면 어떡해!!
- 아민: 안 그러면 시총 2조 달러 못 만듭니다.
- MBS: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 아민: 일단 우리나라에 쟤들이 최고의 주식전문가를 보내준답니다.
- MBS: 그래서?
- 아민: 걔들이 계속 주가를 끌어올려주면 그냥 2조 달러 되는 거죠.
- MBS: 그런데 왜 상장 지분을 줄이냐고!
- 아민: 지분이 적어야 투입되는 돈이 줄어들잖습니까. 어차피 왕실재산관리위원회에서 국부펀드 이용해서 주가 올리실 거잖아요. 그러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 이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 MBS: … 그 말은 맞네… 그런데 얼마나 줄여야 되나?
- 아민: 가능하면 1% 이내로요. 저는 0.5%만 주식을 상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 MBS: 그렇게 조금 상장할 거면 안하는게 낫지! 그거 상장한다고 무슨 돈이 되냐고!
- 아민: 왕세자 저하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사우디 아람코가 똥이 되더라도 시총 2조달러를 만드셔야 할 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도 알리바바보다 2배나 더 많습니다. 세계 최대의 IPO인 것은 변함이 없는 거죠
- MBS: 일단 맡길 테니 그대로 해봐. 일단 시총은 1조 7000억 달러 수준이라고 발표할께. 단, 어떻게든 상장하고 1달 안에 무조건 시총 2조달러 만들어야 된다.
- 아민: 걱정마십시요 왕세자 저하.
- MBS: 그럼 일단 국민주 상장을 위해 우리나라 은행들 다 불러서 공모를 진행해라. 어쨌든 국민들이 아람코 주식을 퐉퐉 사야 되는 거 아니겠어!
- 아민: 알겠습니다. 그럼 공모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MBS와 아민 나스르 콤비는 국민주 상장을 위해 언론에 시총을 발표하고 드디어 공모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우디 주식시장은 사우디 현지인들에게 너무 인기가 없었다. 타다울에서 자국 주식을 거래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데다 홍보 겸 프로모션으로 추가 주식 배당 같은 갖가지 혜택을 주어도 서민 층에서는 이것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TV와 SNS,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갖가지 내용으로 아람코의 국민주 IPO를 홍보했지만 상당수의 주식이 남을 수 밖에 없었고 이런 대량의 잔여주식의 소진은 IB들에게 골치아픈 일이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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