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아랍인들의 외국인차별은 심각하다. 아랍인들은 외국인 차별이 아예 이민법으로 정해져 있다. 또 백인계 아랍인이 비백인계 아랍인을 차별한다.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지난 글에서 필자가 아랍인은 백인이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이 글에서 아랍인에 대해 미리 확실히 정의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이 글에서 나오는 아랍인은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걸프지역, 즉 GCC 국가에 살고 있는 원주민 아랍인을 지칭하는 것임을 전제한다. 원래 아랍인의 정의는 아랍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인계, 흑인계, 중앙아시아계 아랍인 등 아랍인은 인종을 초월한 개념이다. 일단 이 부분을 다시 해명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 외국인 차별 - 나는 현지인이로소이다!
이전 시간에 산유국인 걸프 국가의 아랍인들 대다수는 중동계 백인이라는 것과 이들이 영미 유럽권의 선진문물을 도입하기 위해 왕족, 귀족, 그리고 나라의 인재들을 대거 전액으로 국비 유학을 시켰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당연히 이들은 그 나라에서 공부하는 동안 현지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흉을 보는 온갖 기행을 했을 것이고, 당연히 인종차별도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 이들 중동국가들의 정말 배운, 그리고 사회지도층에 해당하는 아랍인들 (이제부터 현지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은 과연 그때의 기억을 타산지석 삼아서 인종차별이 없고 독실한 무슬림으로서 사해평등 박애정신을 발휘하는 월드 클래스 군자들이 됐을까?
아니다. 그럴 것 같으면 이 글 안 썼다. 오히려 이들의 인종차별은 미국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이들 국가들이 대부분 왕국, 토후국, 술탄국 등의 절대왕정이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의 인종차별의 카테고리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외국인들 (고급 노동자이든 저급 노동자이든)에 대한 차별이다. 우선 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아예 이민법으로 정해져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일단 이민국에서 비자 종류별로 외국인의 등급이 매겨진다. 그리고 이들 외국인의 등급은 바로 자신의 이민을 보증해 주는 원주민의 계급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주민 ID (우리말로 하면 주민등록증)이 있는 원주민들은 이들 외국인들 머리 위에서 놀게 된다. GCC 국가들에서는 그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자신들이 필요한 대부분의 영미권 외국인 (거의 백인계)들은 비싼 돈 주고 데려와서 부리는 금융 컨설턴트, 각종 국책사업 개발자, 석유단지 관련 종사자, 그리고 외교 관련 주요인사들로 분류되며 이들은 일단 왕족이라도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간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면 이들의 보증인(현지에서는 스폰서로 통한다)들은 거의 대부분 왕족이기 때문에 자칫 왕실 내부의 분쟁(이라고 하고 '종친간의 갈등'이라고 읽는다)이 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서로가 조심하는 편이다.
그 다음으로 쳐 주는 노동자들은 인종 관계없이 글로벌 기업 해외지사 근무자, 건설현장 시공사 직원 (한국 대기업이 여기 들어간다), 일반 평민 아랍인들을 도와주는 중소 컨설턴트, 병원의 의사, 간호사, 미용사, 기타 원주민이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업 및 필수 사업에 대해 스폰서의 보증을 받으면 이들은 2등 외국인의 대접을 받게 되며 나름 그 나라에서 아쉬운 것 없이 살 수 있다. 이런 생활은 어디까지나 '나름대로'라고 했지 절대 우리가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런 사회적 대우를 생각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들 직업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 즉 일용노동자, 건설노동자, 가정부 등등 하급 노동자들의 경우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스폰서가 되어(!)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현지인 스폰서를 받더라도 이들의 대우는 지옥으로 변하게 된다. 비자기간도 짧고 비용도 많이 돈다. 거기다 원주민, 외국인을 막론하고 근본없는 스폰서의 경우는 심지어 이들의 여권을 뺏고, 임금을 착취하고 원룸보다 좁고 에어컨도 없는 방에 감금하거나 성폭행을 자행하는 등 (이들이 여자만 성폭행하는 것이 아니다) 인권유린이 심각하여 앰네스티에서 인권 보고서를 올리는 등 국제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 내국인 차별 - 야, 너 굴러온 돌이었잖아!!!
두번째는 자국 내에서 백인계 아랍인들과 비백인계 아랍인들의 차별이다. 이건 참으로 황당한데 굉장히자주 있는 경우이다. 이들 산유국에서 일하는데 보증인을 면담(이라고 하고 '맞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 후에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가끔 흑인계 원주민이 스폰서가 되면 겪게 되는 황당한 경우가 있다. 물론 이들도 한참 옛날에 호르무즈 해적들이나 오만제국 해적들에게 인신매매로 노예로 넘어온 뒤에 정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지인 ID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수인 백인계 아랍인들은 이들을 은근히 혹은 대놓고 무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비백인계 아랍인들이 차별 당하는 다양한 케이스 중에서도 가장 곤혹스러운 케이스는 바로 비자(이까마) 및 수출입 서류 관련한 대관업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밀리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흔하게 일어난다. 95% 이상의 모든 물자들이 수입품인 이들 국가에서 이런 서류들이 밀리는 것은 사업의 속도에 큰 걸림돌이 된다. 우리나라 비지니스맨들이 만약 이들과 수출입을 관련 일을 해야한다면 백인계와 비백인계의 갈등도 상당히 심심찮게 나오니 주의하여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비백인계의 인물들이 차별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지 상권을 장악해서 귀족들에게도 대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오랫동안 붙어서 3,4대 이상 살고 있는 외국인 (주로 인도인들)의 스폰서링이다. 이들 산유국 이민법은 외국인이 자신의 사업에 필요할 경우 이민쿼터를 받는 것을 허용한다. 이것은 이민 비자 수수료가 국가재정에서 상당히 큰 현금 수입원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이를 용인하는 것인데 외국인 수가 많을 경우 왕실에서는 명령을 내려서 이들의 쿼터를 줄이고 있던 비자를 폐기하여 자국 내의 외국인 수를 제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오늘도 순진하게 들어오는 수많은 다른 외국인들을 스폰서링하여 싼 수수료에 데려와서 마지막 진액 한방울까지 빼먹으려는 마수를 펼치고 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는 다른 주제로 산유국 아랍인들의 이야기를 가져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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