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던 제품까지 할랄 인증이 필요하다는데 ... 축산물에만 적용되던 종교적, 위생적 의미인 할랄이 '사업화'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파생기준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인증비용을 받으면서 만들어진 상황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받은 종근당의 빈혈치료제. 이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되지유전자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 할랄인증을 받았다  (사진:sbscnc 캡처)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오늘 이야기는 '의외로 할랄이 필요한 제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로 보았을 때는 알코올과 돼지 부산물에 대한 것만 주의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만 판단하고 비지니스를 진행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할랄을 요구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수가 있다.  따라서 할랄인증이 필요치 않아 보이는데 필요한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한다. 

■ 우리 할랄 인증이 삐뚤어졌어요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인증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안 인증업체들과 무슬림들은 별의별 해괴한 해석을 통하여 수많은 제품들에 대하여 인증기준을 만들고 거기에 돈을 지불하게끔 제조사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의 할랄 인증들은 그런 분야에서 악명이 높다. 동남아시아 할랄 인증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먹고 쓰는 것, 그리고 의료용품 이외에도 수많은 공산품 (의류, 생활용품 등)에도 할랄 인증 기준을 만들었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하람'이라고 하면서 수많은 제조업체들에게 인증과 생산시설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강요하고 있다. 걸프지역의 할랄이 어느 정도는 종교적, 그리고 위생적 의미의 할랄이었다면 이들 동남아시아 인증업체의 할랄은 그야말로 인증 그 자체를 위한 할랄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억지스러운 것들도 많다.  심지어 이들은 학파마다 할랄의 기준이 다른 것들도 그냥 하람이라고 정의해버리기도 한다.  이들 기준에서는 단순히 완성품이 할랄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부자재와 심지어는 그 부자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철저히 할랄일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김치를 예로 들자면, 김치공장이 할랄이면 끝나지 않느냐라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배추, 고추 등의 각종 자재들이 할랄로 재배되어야 하고, 거기다 그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돼지나 알코올을 함유한 성분들이 일절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아주 까탈스러운 규정을 내세운다. 따라서 이를 지키려면 김치공장은 오만가지 재배지를 갖추고 거기에 할랄 농법(?)을 이용해서 재배를 해야 하니 무지막지한 비용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즉  걸프지역 이슬람 국가 기준으로는 그냥 축산물에만 적용되던 종교적, 위생적 의미인 할랄이 이미 사업으로 넘어간 시점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파생기준을 만들어 버렸고 이를 통해 인증비용을 받으면서 뒤로는 히히덕거리는 업체들과 무슬림이 늘어났다,

■ 도대체 이게 왜 할랄이 필요한 거야?

그럼에도 할랄 인증 기준은 요지부동이니 일단 몇 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우선 유기농 작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돼지 분뇨, 돼지 부산물, 혹은 돼지를 이용하여 만든 비료로 재배하는 모든 작물은 하람이다!  따라서 무조건 인분이나 소나 닭의 분뇨로 비료를 만들어야 하며, 돼지 그림자만 보여도 하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재배한 작물들의 수확, 운반, 처리, 보관에서도 돼지와 관계된 물질이나 돼지 농장, 혹은 돼지의 영향을 받는 것이 있다면 이것들은 전부 하람으로 간주한다. 공산품 제작도 마찬가지라서 대표적으로 타격을 받는 분야가 면 의류가 있다. 이집트나 수단 같은 세계 최고급 목화는 당연히 할랄 기준으로 재배하지만 미국의 경우 할랄 목화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일부 까탈스런 인증의 경우, 이들 면화 재배지 근처에 돼지농장이 있다는 이유로 즉시 하람을 놓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면화로 만든 코튼, 즉 면은 하람이므로 미국 면화로 만든 옷을 입으면 안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부 공산품 제조 과정에서 메탄올 같은 공업용 알코올을 사용해도 하람이라고 태클을 거는 경우도 있다. 중동은 부동액을 쓸 일이 어지간해서는 없으니까 워셔액에 에탄올이 들어간 것도 하람인 경우가 있다.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돼지와 알코올이 개입하는 순간, 일단 하람 딱지부터 날아온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뭐가 목적인지도 분간을 할 수 없는 기준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근본주의 무슬림들이 많은 지역이 깐깐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경우, 기껏 비싼 돈들여 간신히 인증을 통과한 할랄 공장에 어쩌다 멧돼지가 넘어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공장은 바로 하람 처리가 되어버리고 공장을 다른 부지에 다시 지어야 하는(!) 사태까지 겪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한국에서 가장 골칫거리인데 지방에 공장을 짓는 입장에서는 철 따라 내려오는 멧돼지를 막을 방법이 없다. 조선시대 같이 호랑이라도 많이 있으면 멧돼지 수가 조절이라도 되는데 호랑이는 다 죽었고, 뉴스에서 멧돼지 소동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니 이 또한 우리 할랄 산업의 고민이다.

정부에서 할랄 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기업들도 인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알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황당한 할랄 기준을 맞추려고 비용을 들이며 불합리한 일을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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