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동 이야기Ⅱ... 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3), '커피를 사랑하는 아랍인'
[칼럼]중동 이야기Ⅱ... 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3), '커피를 사랑하는 아랍인'
  • 김선규
  • 승인 2020.09.14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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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 족보 없는 아메리카노를 먹으라고?! '_ 아랍식 커피는 다르다  
"아가야, 커피 끓여 오거라"_예비 신부의 커피 끓이기는 결혼에 대한 유일한 의사표시
             (사진:Abu Dhabi Tourism and Culture Authority (TCA))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커피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이전에 이미 중동권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에티오피아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커피는 그후 오스만 투르크에서도 엄청난 붐을 일으켰고 16세기 빈 포위전 이후 유럽에 이교도가 먹는 시커먼 색의 악마의 음료라고 소개되었다. 그 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교황이 이 커피를 축성하면서(?) 전 인구가 즐길 수 있는 죄가 없는 음료(!)가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겪은 아랍인들의 커피 관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우리한테 족보 없는 아메리카노를 먹으라고?! '_ 아랍식 커피는 다르다  

집에서 아랍 커피를 준비하는 모습, 사우디아라비아 (사진: Ministry of Culture and Information, Saudi Arabia)

중동 지역 국제공항 라운지에 들어가 보면 아랍식 커피라고 하면서 금으로 된 이쁜 주전자에 담겨 있는 일반 커피와 맛이 좀 다른 향이 강한 커피를 보신 분이 있을 것이다.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이 커피는 아랍인들은 정말 좋아하는 카르다몸 커피이다. 우리가 즐기는 고압증기 압출식 커피는 서양식 스페셜티 커피이며, 중동에서 즐겨먹는 전통적인 커피는 갈아서 끓이는 커피이다.

아랍 전통을 지키는 전통을 존중하는 지체 높은 아랍인들은 프렌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압출식 아메리카노를 구정물 보듯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아랍 6성급 이상 호텔에서 나오는 커피들은 최고급 원두를 쓰거나 금가루를 뿌리거나 혹은 특별한 비법으로 추출하는 등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커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나라별, 부족별로 비법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이에 따라 원두 가는 법도 다양하고  끓일 때에도 불의 세기 조절에 따라서 여러가지 레시피들이 있는데  상당수의 커피들에 카르다몸 (حب الهال, 후바 알할)을 넣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랍식 커피는 베두윈을 비롯한 일부 유목민으로부터 유래한 것인데 부족에 손님으로 가게 되면 환대의 표시로 반드시 나오는 것이다. 족장이나 무까위가 전수자인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여성들도 다도(茶道)의 개념으로 배워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믹스커피가 이들 아랍국가들에서 외국인들에게는 먹히지만 원주민에게 먹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바로 이러한 커피 문화의 차이를 들 수 있다. 

■ "아가야, 커피 끓여 오거라"_예비 신부의 커피 끓이기는 결혼에 대한 유일한 의사표시

사진: Abu Dhabi Tourism and Culture Authority (TCA)

이렇게 커피가 아랍인들의 전통과 생활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다 보니 커피 끓이는 것은 그 지역 다도(茶道)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는 또한 신부의 역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지체있는 집안의 아랍 규수들은 커피 끓이는 것을 어머니를 통해서 배웠고 이 커피도(커피道)가 바로 상견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커피는 가부장적인 아랍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결혼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걸프만 있는 동부 반도 쪽 국가의 아랍인들의 혼담에서 규수가 끓이는 커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랑 측 부모는 혼담을 진행하기 위해 신부 측 집을 방문한다. 그 때 결혼할 당사자인 규수는 시부모 되실 어른들을 위해서 커피를 끓인다. 그리고 이 커피를 통해서 예비 신부는 예비 시부모님의 품평을 하게 된다. 만일 지체가 높거나, 혹은 지역사회에서 인품이나 명망이 높아 평판이 좋거나, 혹은 신랑이 엄청난 미남이거나 능력자라서 자신이 꼭 시집가고 싶은 집안의 어른들이 혼담으로 방문하게 될 경우, 예비 신부는 온갖 실력과 영혼까지 갈아넣어 인생 커피를 뽑아내고 거기에 설탕까지 넉넉히 준비하여 예비 시부모님께 전해 드린다. 물론 결론 이야기는 제일 마지막에 나오고 이 때 예비신부의 영혼이 담긴 맛있는 커피를 드신 시댁 어르신들은 기쁘게 혼사를 준비하러 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신랑은 부모님의 의견을 대부분 순종하는 편이므로 이런 결혼은 그렇게 큰 문제가 없다. 그와 반대로, 죽어도 시집가기 싫은 경우, (주로 신랑이 못 생겼다거나, 성격이 나쁘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게으름뱅이 혹은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났거나, 시부모님의 평판이 형편없을 경우) 예비 신부는 병아리 눈물만큼의 노력과 소금을 넉넉히 준비하여 예비 시부모님께 전해 드린다. 그러면 우리의 예비 시부모님은 웃는 얼굴로 직접 소금을 거하게 탄 커피를 마시고 (마시기 전에는 설탕인지 소금인지 모르지 않는가) 인상 관리하면서 이야기하다 커피 잘 마셨다는 인사를 하고 우거지상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예비 신부 집에서 떠날 때까지 기분 나쁘다는 표를 내면 안된다) 일반적으로 아랍 커피는 최소 2잔 이상 3잔 이하를 마시므로 상당히 속이 안 좋을 수 있다. 물론 요단강 서쪽 레반트(샴스 지역이라고 한다)와 북아프리카는 또 다른 전통이 있으므로 여기는 좀 다르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보았듯이 GCC의 아랍인들에게 커피는 인스턴트 믹스로는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들어있기 때문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화가 파고드는 것은 아직은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인구로는 외국인 비율이 압도적이므로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자신들의 고단한 중동살이를 위로해 줄 한 잔의 자양강장제로 엄청나게 소비하는 것이 또한 믹스커피이기도 하다. 우리가 중동국가를 진출할 때 고민할 것은 늘 하나이다. 원주민을 대상으로 하느냐 아니면 거기 살고 있는 외국인을 상대하느냐이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는 다른 주제로 산유국 아랍인들의 이야기를 가져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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