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다른 제품보다 제품력이 뛰어나서, 명품이라서 등 이유가 아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에도 이슬람 율법을 지키기 위한 대가 지불이 들어가기 때문에 판매가격은 당연히 비싸진다.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오늘 이야기는 할랄 제품의 가격이다.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식품의 경우 최고 4배까지 가격이 차이가 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그냥 보기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고 거기에 화장품의 경우 제품이 일반 제품과 비교해도 오히려 더 못한데도 비싼 경우가 있다. 과자나 치약, 기타 생활용품의 경우는 이것이 더 심해지는데 오늘은 할랄 제품들의 이런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 할랄 제품, 무엇이 고가를 이끄는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할랄 제품, 특히 '식품'이 고가이기 때문에 명품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절대 아니다. 일단 제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비용상승의 원인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축산물, 특히 쇠고기를 예로 들면 할랄 소고기와 호주산 일반 소고기는 차이가 없다! 단지 할랄 마크가 찍혔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냐고 한다면 일단 할랄 인증비용이 더해진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도축인의 인건비가 더해진다.
다비하 규정에 따르면 도축인은 무슬림이어야만 하며 하루에 얼마 이상의 동물을 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슬림들을 전부 도축인으로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니 당연히 그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할랄제품의 비용이 대부분 여기서 발생한다. 물론 꼼수로 자동화된 도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말레이시아의 자킴 같은 일부 할랄 인증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도축장에서 트는 기도문의 라이선스 비용, 할랄 도축장의 검사 및 운영비가 포함된다. 할랄 도축장의 경우 돼지를 도축해서는 안된다. 또한 도축장 별로 잡는 동물을 분리해서 운영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렇다 보니 일반 도축장에 비해서 더 많은 시설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고스란히 식품 가격에 반영이 된다.
화장품의 경우 할랄 화장품은 더욱 심각하다. 할랄 화장품의 경우 알코올은 안 들어가며 일부 제품은 파라벤까지 안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경우 대체성분이 들어가면 제품의 물성이 아주 이상해지거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부패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할랄 화장품의 경우 그 인증과 제품관리에 더욱 많은 시설운영비가 들어가게 된다. 중동의 많은 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화장품을 사가는 이유가 바로 할랄 제품으로 들어간 화장품의 경우 원본 화장품의 품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과자의 경우, 할랄 과자에는 돼지 부산물이 들어가면 안된다. 돼지 젤라틴은 금지된다. 이 경우 할랄 소 젤라틴이 들어가야 하며 여기서 이미 원가상승의 요소가 생긴다. 이것 때문에 마시멜로가 들어가는 초코파이 등의 과자는 할랄인증을 받게 되면 무조건 원가가 우리나라보다 올라간다.
치약과 같은 생활용품에도 돼지부산물이나 하람인 성분을 넣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하는 성분이 들어가다보니 원본 물건과 성질이나 맛, 혹은 향이 다른 제품이 생기게 된다.
특히 신발이나 가죽제품의 경우 돼지털이나 돼지가죽을 댄 제품은 아예 수입이 안된다. 나일론모가 나오기 전에는 돼지털로 만든 각종 솔들이 수출이 안된 경우도 있었고 일부 프랑스 제화사들, 특히 군용 전투화 회사들이 이전에 돈피를 덧댄 전투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아예 중동에 수출길이 막힌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다른 대체가죽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어야 수출이 가능했다.
■ 울며 겨자먹기, 할랄 제품 애용
그러면 이러한 일반적인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높은 비용을 내 가면서 무슬림들이 할랄 제품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아야 하는 수많은 무슬림들이 율법이 허락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즉 할랄 인증이 된 제품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율법에 충분히 지식이 있지 않는 한, 가능하면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쓰는 것이 신자의 구원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고 썼다고 이야기하고 회개하면 된다라는 조항도 있지만 많은 무슬림들은 이 할랄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지키는 것이 피곤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랄 인증이 된 제품을 속편하게 사서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이슬람이 유지되는 비용을 할랄 제품 구매를 통해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어우러진 지구촌에서, 이들의 폐쇄된 할랄 인증은 무슬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고 결정적으로 서구와 여러 선진국의 문물들에 대한 선망, 특히 화장품이나 의류 등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은 이러한 할랄 인증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너무나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할랄 식품을 먹고 오리지날보다 성능이나 급이 떨어지는 할랄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다가 중동 산유국의 경우 지원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대다수 현지 국민들은 지난 몇 년간 저유가로 발생한 국가재정의 불안은 이러한 할랄 제품의 사용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제 이슬람은 현대화와 개혁을 통해 새롭게 할랄을 정의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이슬람 사회가 어떻게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5) ... 걸프 지역 할랄 인증, 내로남불의 극치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4) ... "할랄 인증, 왜 여러 개인가?"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3) ... "알코올도 할랄이 되나요?"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 '식품관련 할랄'
- [칼럼] '중동 이야기' ... '할랄 (حلال)' 에 대한 진짜 이야기 (1)
- [칼럼] '중동 이야기'... ' 바레인의 왕국 칭호 소동'
- [칼럼] '중동 이야기'... '카타르의 GCC 탈퇴 계획, 소문인가 사실인가'
- [칼럼] '중동이야기'... 중동 항공사들의 경영난, 국가를 흔들다
- [칼럼] 중동 이야기 .... '코로나19가 변화시킨 라마단'
- [칼럼] '중동이야기'... '중동의 위성방송, 이슬람권을 변화시키다'
- [칼럼] 중동이야기... 오만, 국영기업의 외국인 추방
- [칼럼] 중동이야기... '사우디아라비아, 태형을 없애다'
- [칼럼] 중동 이야기 .... '카타르, 노동자의 착취로 이뤄진 번영'
- [칼럼] 중동 이야기... '사우디아라비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대혼란'
- [칼럼] 중동이야기, '리비아'
- [칼럼] 이란의 신년행사 '노루즈'와 '코로나바이러스'
- [칼럼]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 이슬람을 흔들다'
- [칼럼] '중동지역, 기회의 땅일까'... '에미리타이제이션 (Emiratisation)'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7) ... 한국의 이슬람 현황과 할랄 인증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8) ... '돼지야, 돼지야'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9) ... '이런 것도 할랄이 필요해?'
- [칼럼] '우리가 잘 모르는 할랄 이야기' (10) ... 앞으로의 종교관련 인증산업의 전망
- [칼럼] 중동 이야기Ⅱ... (1) 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
- [칼럼] 중동 이야기Ⅱ... 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2), 아랍인들의 인종차별?!
- [칼럼]중동 이야기Ⅱ... 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3), '커피를 사랑하는 아랍인'
- [칼럼]중동 이야기Ⅱ... 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 (4), '아랍인의 화장실 문화'
- [칼럼]중동 이야기Ⅱ...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5), '존중받기 원하는 아랍인'
- [칼럼] 중동 이야기Ⅱ...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6), 스폰서링을 원하는 아랍인
- [칼럼] 중동 이야기Ⅱ...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7),'콤플렉스를 이기려는 아랍인'
- [칼럼]중동 이야기Ⅱ...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8), '이슬람 뱅킹과 아랍'
- [칼럼] 중동 이야기Ⅱ...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9), '카팔라와 아랍인'
- [칼럼]중동 이야기Ⅱ...우리가 알지 못한 아랍인(10), '너무나 이중적인 아랍인'
- [칼럼] 중동 이야기 Ⅲ ... 중동의 이방인들(1), '중동에 이단들도 많다고?'
- [칼럼]중동 이야기 Ⅲ ... 중동의 이방인들(2), '바퀴벌레(?)같이 살아있는 정교회'
- [칼럼]중동 이야기 Ⅲ ... 중동의 이방인들(3),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이슬람 학파들'
- [칼럼] 중동 이야기 Ⅲ ... 중동의 이방인들(4), 나라 없는 서러운 민족 '쿠르드족'
- [칼럼] 중동 이야기Ⅲ ... 중동의 이방인들(4),이슬람이 아닌 이슬람 '수피즘'
- [칼럼]중동 이야기Ⅲ...중동의 이방인들(5), '프레디 머큐리도 믿었다 조로아스터교'
- [칼럼]중동 이야기Ⅲ...중동의 이방인들(6), '외국인 종교지구의 명과 암'
- [칼럼] 중동 이야기Ⅲ ...중동의 이방인들(7), '중동 드림의 신기루, 외국인 노동자들'
- [칼럼] 중동 이야기Ⅲ ...중동의 이방인들(8), '중동의 한국인들'
- [칼럼] 중동 이야기Ⅲ...중동의 이방인들(9),우리가 보는 이방인들의 뉴스와 실제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1)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2)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3)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4)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5)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6)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7)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8)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9)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10)
- [칼럼] 중동 이야기 Ⅳ ... 사우디 아람코 상장 이야기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