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아람코 상장에 관한 이야기

(사진:아람코 홈페이지 캡처)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지금까지는아람코 상장의 기본 배경을 이야기하였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아람코 상장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 아들아, 그거 하지 마라 – 살만 왕의 아람코 상장 반대

사상 초유의 왕족 감금사건, 표면상 부패 척결운동을 벌였던 MBS는 왕실 인사들의 부정축재 자금 몰수(라고 하고 '종친 삥뜯기'라고 해석한다)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자금을 확보했다. 그 중 알왈리드 빈 탈랄이 운영하는 킹덤 홀딩스는 특히 피해가 컸다. 원래 킹덤 홀딩스는 해외주식 투자에 호텔 투자 등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외국인들의 피와 땀을 쥐어짠 악덕 회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부패 척결에서 특히 엄청나게 고초를 겪었는데 이유는 사우디 서부의 도시인 제다에서 사실상 지방세력으로 자리잡은 데다 MBS의 네옴 신도시를 가장 많이 비판해 사실상 왕실의 권력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왕실 종친들로부터 몰수한 자금만 해도 물경 1300억 달러 (대략 150조 원) 가 넘었다. 이를 통해 2018년에 MBS는 일단 이 자금으로 그동안 발행한 국채를 상당 부분 메꾸었고, 또한 자신의 신도시를 위한 종자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본인이 장담한 네옴 신도시 건설예산인 5천억 달러에는 택도 없이 부족한 자금이었고 거기에 여전히 국제유가는 낮은 상태였다. 2018년 당시 유가는 55달러 대를 넘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우디 정부의 국가예산은 유가가 배럴당 84달러일 때를 가정해서 작성한 것이었으므로 실제 예산은 30퍼센트 이상 적자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그나마 긴축재정이라고 짠 것이었다. 2015년 이전만 하더라도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었던 호시절이었기 때문에 유가의 폭락으로 발생한 문제는 국가의 생존 자체를 흔드는 위기였다.

거기다 또 문제를 일으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예멘 국경 근처에서 난리를 치기 시작한 후티 반군이었다. 이들이 국경 문제로 이전부터 싸움을 해 왔는데 본격적으로 국경에서 싸움을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을 정벌하기 위해서도 돈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재무성 각료들은 현재 상태에서 국채 발행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드디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게 되고 그 중 하나가 타다울(사우디 증시)에 사우디 아람코를 상장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태클을 막 걸기 시작했다.  예루살렘 건과 아람코 건이 살만 왕을 열받게 했다.

살만 왕: 아들, 좀 와봐라.
MBS: 네 폐하, 아부지. 왜요?
살만 왕: 너 왜 이리 피 보는 걸 좋아하는 거야? 응? 종친들 모아서 돈 끌어모으는 거, 그거 내가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임마, 적당히 해야지!! 돈 안준다고 종친을 줘 패서 죽였다고 소문이 났잖니! 알왈리드 걔는 거반 죽음이 돼서 나오고 말이지 응!
MBS: 아니, 누가 그런 특급기밀, 아니 헛소리를 퍼트린단 말입니까, 흠흠! 저는 어디까지나 종친들이 떨어뜨린 왕실의 위신을 세우고 그동안 백성들을 괴롭혀서 번 돈을 회수한 거라구요!
살만 왕: 소문 다 났어 임마! 그건 어떻게든 불을 꺼 보겠는데 너, 언제부터 나를 패싱하면서 미국이랑 붙어먹냐? 성지인 예루살렘은 우리가 저 양아치 유대놈들로부터 무조건 수복해야 하는 곳인데, 넌 짜샤 저 꼴통 트럼프가 성지를 유대놈들한테 수도로 넘기는 걸 그냥 넘어가?! 그건 나한테 이야기를 해야 할 거 아냐! 내가 너 하는 거 그냥 뒀다고 내가 핫바지로 보이냐! 그거 빠꾸야 빠꾸! 내일 왕명으로 빠꾸시킬거야!
MBS: 아유 아부지 봐주세요. 다신 안 그럴께요.
살만 왕: 그리고 너! 언제부터 사우디 아람코를 상장하겠다고 설레발이야 설레발은! 암만 돈이 없기로서니 아람코를 팔아먹어?! 그거 팔아먹으면 우리 집안 끝이야 끝!! 근데 네가 나한테 말도 안하고 멋대로 흰둥이 넘들하고 짜고 팔아먹으려 해?! 네가 사고치면 욕은 지금 내가 다 들어먹는다고! 왕은 나야 나! 근데 네가 애비를 나라 팔아먹은 왕 만들려고 해! 네가 그렇게 나대면 내가 완전 허수아비인 거 광고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나보고 치매니 어쩌니 하는 놈들이 좀 많은 게 아닌데 지금 나 아주 보내려는 거 아냐 앙!
MBS: (급 납작모드) 아바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소자가 잘못했습니다.
살만 왕: 어쨌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아람코 상장 못한다. 이것도 왕명이야!!

이리하여 살만 왕, 예루살렘에 대한 불쾌한 감정에 대한 성명과 아람코 상장의 무기연기를 선포하게 되고 2018년 9월에 있었던 아람코 상장 이슈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 버틸 수 없다 – 저유가의 지속, 그리고 미중 무역분쟁

비록 살만 왕이 전부 없던  일로 만든 아람코 상장이지만 MBS는 이를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유가만 올라가 준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 그는 비밀리에 꾸준히 미국과 유럽의 투자은행들과 줄을 대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가가 올라가는 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유가가 계속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가장 큰 고객이었던 미국은 셰일오일을 퍼올리면서 사우디의 기름을 사지 않았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사우디가 담당하던 아시아 지역의 석유도 미국 기름들이 야금야금 잠식하기 시작했다. 석유 하나로 먹고 살던 OPEC과 러시아, 아프리카 등의 산유국 (OPEC+라고 부른다)은 비상이 걸렸다. 지금 최고의 과제는 어떻게든 유가하락을 막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석유 감산이 동반되어야 했다. 그런데 산유국 계모임인 OPEC+에서 유달리 감산약속을 안 지키는 뺀질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와 이라크였다. 이들 때문에 감산 쿼터는 없던 일이 되기 일쑤였고 못사는 나라들은 몰래몰래 석유를 팔아먹는 등, 그야말로 상도덕이 엉망인 상태였던 것이다.

거기다 어찌어찌 감산을 해서 유가를 끌어올리면 이번에는 바퀴벌레같은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때는 이때다” 이러면서 자신들의 물량을 시장에 풀어버리니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유가상승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버렸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 동안에 고유가로 벌어놓은 잉여이익, 즉 그동안 잘 벌었던 돈으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고 왕족들이 개발사업 한다고 플렉스하시면서 펑펑 다 가져다 썼기 때문에 이런 사업들이 오히려 곳간을 털어먹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람코 상장을 위해서 시총 2조달러라고 선전하기 위해서는 유가는 최소 배럴당 84달러가 넘어가야만 했는데 미국은 이를 용인하지 않고 저유가를 고집하고 있었다. MBS는 벙어리 냉가슴마냥 속이 타 들어가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일부 산유국의 국가신용도는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국채를 사는 금융회사들에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결국 MBS, 살만 왕에게 자신이 욕을 먹고 왕세자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사우디 아람코를 기필코 상장시키리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고, 여기에 다시 미국와 유럽의 투자은행들이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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