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뉴스캡처/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이번 주는 중동, 특히 산유국이 많은 걸프 지역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이전에 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진행하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주에는 비 이슬람권 노동자들이 있고, 같은 중동권의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진흙탕이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여명을 밝히며 일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오늘은 중동지역의 진정한 이방인인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

■ 무슬림이 아니라고? 니네가 인간이냐 – 비무슬림 외국인 노동자

GCC국가들, 특히 걸프지역 국가들에서 정식으로 이까마(거주증, 비자)를 받아서 일하든, 불법으로 일하든 간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엄청난 숫자가 들어와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원주민들의 최소 5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숫자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을 고용한 원주민들은 이들을 부려서 엄청나게 많은 내수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힌두교, 즉 인도계가 많으며 이들은 이미 1900년대 초부터 해서 100년 이상 이 지역에 살면서 지역 내수 경제권의 한 축을 맡고 있다. GCC 국가들이든 샴스, 즉 요단강 서편 지역이든 북아프리카 지역이든 상관없이 엄청나게 많은 인도인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캐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수많은 인도식당들이 성업 중이라는 것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돈은 돈이고 이들에 대한 차별은 차별이라서, 현지인들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노예 그 이상은 아니다. 이전의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원주민인 아랍인들은 언제든 왕명을 발행하여 그들의 이까마를 박탈할 수 있고, 재산을 몰수하고 나서 추방하는 것이 언제든 가능하다. 실제로 왕실에서는 인도계 외국인들이 지나치게 상권을 키우는 것을 경계하여 몇 년에 한번씩은 인도계 외국인의 이까마 쿼터를 축소하곤 했다. 즉, 아무리 그들이 날고 기어도 왕실이나 나라에서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이 수십년간 노력했던 모든 사업기반과 자산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인 것이다. 거기에 에어컨 없는 교도소 및 구치소에서 고생하는 것은 덤이다. 실제로 카타르에서 만난 수감자의 증언에 따르면 겨울인데도 교도소의 온도는 낮에는 35도, 밤에는 8도라는 무지막지한 일교차가 존재한다. 그리고 거기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얼음도 없는 생수 2리터 1병이랑 담요 한 장이 달랑이다. 이런 상태에서 무슬림이 되지 않고서 중동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은 척박한 땅에서 간신히 받을 수 있는 삶의 혜택을 상당부분 포기하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이나 일본같이 돈과 기술이 있고 자신들이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는 나라라고 판단이 되면 그 나라 외국인은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한대로 그나마 2등시민으로 종교에 관계없이 나름 대접을 받으며 살 수는 있다. 단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아닐 뿐이다.

■ 니들이 무슬림이라고? 그래도 외국인이잖아 – 무슬림 외국인

그러면 무슬림 국가에서 온 외국인, 혹은 같은 중동권인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대접이 어떠한가 하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

일단 GCC 국가들 혹은 OPEC 회원국 중 중동국가들 간에는 서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한 가족처럼 여기고 있다. (실제로도 한 일가친척들인 경우가 매우 많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칼럼에서 설명하겠다) 회원국들은 서로가 무비자 왕래도 하고 지점을 세우는 것도 매우 자유롭다. 그야말로 걸프만 아랍 경제권을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와중에 카타르가 왕따를 당하고 이에 반발해 회원국을 탈퇴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GCC 국가들에게는 큰 이슈가 되는 일이다. 이런 나라들은 일단 거의 유럽연합이나 미국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고 보면 되겠다.

두번째 경우, 중동권 무슬림이지만 GCC 국가는 아니고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의 경우는 전술한 비무슬림보다 아주 약간 낫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일단 신원이 확인되고 아랍어를 하기 때문에 장기 이까마를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서 대하는 차별이 은근히 혹은 대놓고 생긴다는 것이다. 주로 석유가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생산량이 적은 국가들이 이런 차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중동 국가 내에서도 자기들끼리 어느 나라 출신이냐에 따라서 하나의 스테레오타입, 즉 선입관을 가지고 이들을 보기 때문에 같은 무슬림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끼리 대립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렇다고 돈 많은 GCC 국가 출신들이 대접을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들이 샴스나 북아프리카 지역을 가게 되면 역시 차별을 받게 되는데 한마디로 '갑자기 석유 때문에 돈벼락 맞은 무식한 놈들'이라는 선입관을 가진 시선과 차별을 받게 된다.

즉 중동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간에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 출신이냐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걸 속일 수도 없는 것이 아랍어를 쓴다고는 하지만 지방별 특색과 사투리 ('암미야'라고 한다)가 다 다르기 때문에 금방 티가 나고 속이지 못한다. 중동에서 자신들의 출신과 근원은 중요한 문제이며 이에 대한 선입견은 정말 넘기 힘든 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앞으로 중동 지역이 현대화되고 세계인들과 화합하며 살아가는 데 대해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세번째 경우, 진짜 골치 아픈 경우인데, 무슬림인데 중동권 국가가 아닌 곳에서 온 외국인의 경우는 정말 비참하다. 잘 사는 나라에서 온 무슬림은 대접이 아주 좋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거의 극소수라고 봐야 하며, 대부분의 경우 못 사는 나라 출신들이라서 이들에 대한 대우는 비무슬림들과 거의 비슷하거나 심지어 그들보다 못한 경우조차 생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엠네스티에서 주로 까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가 바로 이런 같은 종교를 믿는 무슬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생긴다.

무슬림이니까 율법에 나온 아주 기본적인 것을 억지로 챙겨주기는 하는데 투자유치나 기술이전 같은 중동 국가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보니 여권압수, 임금갈취 및 노동착취, 각종 폭행 등등의 일들이 이들 무슬림들에게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임금을 많이 주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대부분 여자는 가정부, 남자는 건설현장 근로자로 다국적기업 근로자로 들어와서 일하다보니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품삯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들이 그래도 일하는 것은 자국보다 버는 돈이 3배는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 인구가 많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같은 국가들은 엄청나게 싼 임금으로 인력수출을 하고 있다. 아예 나라가 인력송출사업을 권장하는 셈이다.

2021년에 들어와서 처음 시작하는 칼럼이 상당히 우중충해졌지만 사실을 이야기해야만 하기에 이야기가 길어졌다. 올해는 중동지역 국가들이 GCC 국가이든 다른 곳이든 상관없이 좋은 먹거리를 많이 개발해서 그들이 잘 살기를 바라고 또 노동자들에게도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다음 칼럼에서 좀 더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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