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의 콤플렉스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지난 시간에 아랍인들의 스폰서링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존중받기 원하는 아랍인의 모습이 어디서 왔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또한 어떻게 하면 이들과 친해질지, 그리고 이들을 존중하면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진행하겠다.

■ '우리가 사실 내세울 게 없거든' _ 아랍인의 콤플렉스

최근 GCC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현상을 보면 어떤 한 국가의 왕실이나 기업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어떤 문물 (건물, 상품, 문화 등등)을 들여오면 그 주변국가들이 6개월 이내에 기를 쓰고 비슷한 것 혹은 그보다 더 월등히 나은 것을 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간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단 국토와 자본에서 앞서는 아랍에미리트가 선도하는 입장이고 카타르의 경우는 후발주자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카타르가 먼저 뭔가를 들여오면 에미리트에서 이를 보고 비난성명을 내거나 혹은 또 다른 분야에서 신문물들을 들여와서는 더 대단위로 자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주로 경쟁하는 분야가 바로 항공사와 공항 (서로 피 같은 생돈을 들여가며 지역 최대, 혹은 세계최대를 지향하는 경쟁을 벌인다), 미술관, 의료, 국제교육, 스포츠 (특히 축구단을 보라. 만수르의 맨시티 매입과 타밈 국왕의 생제르맹 FC 매입만 봐도 알 수 있다) 등등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서 이들이 싸우고 있다. 물론 이들의 다툼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도입하거나 개입해버리면 모두 잠잠해지는(?!) 기적을 보게 된다. 

사진 왼쪽은 카타르 국립 박물관, 오른쪽은 아부다비 루브르 (사진:현대건설,뉴욕타임즈)

그런데 이들이 특히 말은 안하지만 피터지게 싸우는 분야, 특히 왕실의 여인들이 벌이는 경쟁분야가 있으니 바로 미술관 및 박물관 사업이다. 아랍 에미리트와 카타르 왕실의 박물관 경쟁은 유명해서 아부다비에서 루브르 박물관 분점을 유치하자 카타르에서는 카타르 박물관을 열고 거기다 한수 더 떠 이슬람 문화 박물관을 열어 장군 멍군을 두었다. 이렇게 그들은 신문물과 자국의 문화에 대한 열띤 경쟁을 통해 진정한 왕실의 돈지랄 클라스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이슬람 문화 박물관 (사진: 이슬람 문화 박물관 )

■ 졸부의 콤플렉스, 무형문화의 극적인 승화로 발현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것은 중동지역에서만 이렇지, 실제 다른 곳에서는 이들의 경쟁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 아랍국가의 모습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부족간의 경쟁, 그리고 이러한 경쟁에서 체면을 차리는 모습이 천년 이상 유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들이 내세울 게 없는 유목민들이었다는 것이다. 유목문화에는 남겨놓을 유물이 많지 않다. 물론 요르단 페트라나 이집트 피라미드, 이라크의 바벨론 유적 등 엄청난 문명을 자랑하는 곳도 많이 있지만 유독 이들 GCC 국가에는 이런 유적이 거의 없다. 중동 지역에 있는 여러 유적들을 보면 그야말로 허접 그 자체이다. 각 국가별로 시장이라고 부르던 수크를 가보면 구(舊)시가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초가집 수준 혹은 그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요새나 성을 가보면 이것도 요새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의 돌벽 조금에 불에 그을린 망대 조금 있는 정도이다. 특히나 오스만투르크에 2세기 이상 정복되어 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찬란한 오스만 문명에 비하면 이들의 문화는 정말이지 원시인 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1948년 사우디에서 석유가 나온 이래로 GCC 국가에서 석유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하자 그들은 먹고 살 걱정을 덜게 되었는데, 문제는 오일머니로도 이들의 신분세탁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왕실의 여성들이 주목한 것은 문화사업이었고, 거기에 자신들의 유목문화를 무형문화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아랍 문화를 등재하기 위해 이들 왕실들이 엄청난 오일 머니를 들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오늘은 아랍인들의 무형문화, 유목민 문화에 대한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오일머니를 이용하여 고급 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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