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복요한 기자] 기자는 '직구 (해외직접구매의 줄임말)'를 하지 않았다. 직구로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는 둥 아무리 좋은 평이 들려오더라도 기자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쇼핑 선택지다. 이유는 늘 뭔지 모르게 찜찜해서서다. 이러한 마음의 부담을 느껴가면서까지 해야한다는 직구의 필요성을 못 느끼며 살았다.
그러던 기자에게 직구를 해야만 하는 날이 왔다. 모친의 건강을 위한 쇼핑이었다. 품목은 주치의처럼 온 가족을 돌봐주는 한방의사 지시에 따른 '갈릭 오일'이다. 첫 직구를 위해 쿠팡을 택했다. 국내 배송 시 늘 반품이 자유로웠던 경험이 마음을 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직구를 하기로 결정하기 전, 폭풍 검색을 통해 해당 품목이 국내 정식 유통되는지를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직구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직구할 때 유의할 점, 로켓 반품 환불 관련 사례를 구글 및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 읽고, 쿠팡 내 후기도 몇백 개는 읽었다.
온라인 사이트는 대행사라 소비자 개인이 판매사를 꼼꼼히 확인하고, 국내 AS는 불가하며, 반품은 가능하지만 통관과 물품 오가는 시간으로 인해 '시간'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할 듯 싶었다.
쿠팡 상세 페이지를 보니 개인통관고유번호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있어, 처음으로 관세청 전자 통관시스템을 구글 검색으로 찾아 들어갔다. 직구는 처음이고 그간 통관고유번호 사용이 없기 때문에 신규 발급을 눌러 휴대폰인증을 하니, 이상하게도 발급된 번호가 이미 있다고 나왔다. 그리고 그 휴대전화는 기자의 번호가 아니었다. '어디 범죄에라도 이용됐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놀라서 마음이 다급해졌다.
현재 휴대전화 번호로 다시 로그인해 개인정보를 확인해 보니, 낯선 번호와 주소지가 기자의 번호로 발급돼 있었다. 황급히 주소지를 바꾸고, 해당 번호를 폐기한 뒤 새 번호를 받았다. 새로 발급할 때 보니, 연 5회 바꿀 수 있고, 정지 옵션도 있었다. 도용 신고를 하려고 보니 이미 통관된 물품은 신고 옵션이 없었다. 결국 재발급과 앞으로 통관 번호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보를 얻고 만족해야 했다.
2023년 1월 396건에 이르던 개인통관고유번호 도용 신고 건수는 7월 기준 1천475건으로 약 4배(3.7) 증가했고(KITA한국무역협회 9월 6일 뉴스레터), 1~7월 사이 누적 신고 건수는 9천4건이다(국세청). 피해 사례를 보면 중국 등 해외 수출자의 도용이 가장 많으며, 그 외 수입업자가 소비자가 제출한 번호를 탈세에 악용한 사례가 있다.
이렇듯 도용은 단순한 탈세를 넘어서 마약 유통을 포함한 밀수입에 이용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냥 아무런 조치없이 가볍게 넘겨버리기에는 전체 국민의 피해가 막심한 결과를 가져온다. 내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내 번호가 악인을 위해 열일 하기 때문이다.
평생 직구를 하지 않아도 우리 자신의 안위와 자녀세대를 위해, 더 나아가 안전한 대한민국의 유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오늘 관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길 적극 권한다. 나만을 위한 가치소비를 넘어서 우리가 '같이 가치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작은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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