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컨슈머와이드 DB)

[컨슈머와이드-복요한 기자] 지난 '22년은 두 번에 걸친 화물연대파업으로 동네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화물연대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화물 파업에서 언급된 안전운임제 및 지입제도는 실질적으로 화물차를 끌고 매일같이 나서는 이와 그들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운수회사, 그리고 사회 곳곳에 산재된 유통, 가공, 생산, 건설 분야의 모든 회사에게 큰 의미가 있었고, 절실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 업계의 내부사정은 생소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자는 당시 이슈가 되었던 지입제도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점과 이를 소비자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려 한다.

올해 초 국토부는 운수업 종사자인 화물차주와 거래 관계에 있는 지입운수회사에게 일감을 주선 등 실익이 되는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업계내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지입료) 를 비롯한 부당한 금전적 이익을 갈취하는 행위가 확인될 시, 지입운수회사는 감차시키고, 감차로 발생한 번호판은 악덕 행위로 피해를 본 지입화물차주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개별넘버로 양수).

감차는 운수회사와 차주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업계 관련자 A대표에 따르면 (부산/대형화물트레일러) 감차는 지입운수회사 입장에서 번호판과 연계되는 모든 수익을 상실한다는 의미가 있다. 번호판은 당시 개당 3000만~450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번호판을 상실하는 것이 지입운수회사가 가장 꺼리는 처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해당 처분은 번호판 관리대금을 지불하고도 (일시불인 번호판값과 월지급하는 지입료)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던 지입화물차주에게 (개별/양도양수) 가장 합당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번호판값은 정확히 무엇일까? 대형화물차 등 영업용번호판은 '04년 1월20일 이후 허가제로 바뀌며 희소성의 원칙에 의해 번호판 값이 생성되고 작년 하반기 번호판 값은 3000만원대를 웃돌았다고 A대표는 올해 초 본지와의 유선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현행 운수법에서 차주는 번호판을 구입해야만 운송업을 할 수 있다. 즉 화물차주는 번호판을 갖고 있는 지입회사와 위수탁계약을 맺어 번호판값을 지불하고 개인적으로 차량을 구입한 뒤 지입회사에 번호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개별넘버를 양도받는 방법으로만 운송사업의 허가받을 수 있다.

지입운수회사를 통해 수주되는 일감이 업계 내 일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기사 참조- '안전운임제는 시작에 불과'/ 2020.03.09, 현물출자·추가자본의 출구 '화물차주 운임'/2020.05.29, 전시(戰時)에 필수 물류 차량도 사치세 내야 하나 ..지입화물 x 개별소비세 2022.06.09 ), 화물차주는 지입운수회사를 통해 일감 뿐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서 두번째 이슈가 등장한다. 차주가 더이상 운전을 할 수 없거나 타업종 등으로 변경할 때 번호판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 때 지입회사가 차주에게 태클을 거는 상황이다.

A 대표에 따르면 '차주가 최초 계약시 구입했던 번호판을 (일을 접는 시점에서) 지입회사나 타 차주에게 팔 때 지입회사가 그 번호판값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지입회사에서 차주에게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 (200만~1000만원), 차주가 돈주고 산 번호판을 지입회사가 인정하지 않고 반납하라고 하고 대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럼 지입회사는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돈을 받아내려 했던 걸까?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 A대표는 "지입회사가 번호판을 타 지입회사에서 구입할 경우, 개당 3000만~4500만원 가량의 금액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신(新)차주가 지입계약 형태로 들어올 때, 지입회사는 번호판값을 받고 최초 투자액의 70~80%를 회수한다. 그 외 별도로 차주로부터 매월 25만원 (많게는 40만원) 정도의 지입료를 징수하고, 추가적으로 차주가 바뀌는 시점에 (구차주▶신차주) 지입회사는 관행적으로 100만~200만원에 이르는 일명 '도장값'을 징수한다. 도장값 등의 부수입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세금신고없이 차명계좌로 징수한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가 금전지급(지급금액과 시기) 및 채무관계를 명시하게 돼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다수 (지입)운수회사들이 거래처인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행위는 운수시장의 투명 거래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거래과정에서 시장의 핵심 주체이자 고급인력인 화물차주의 정신적, 물리적, 금전적 손해를 동반시켜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어 결과적으로 파업 또는 잦은 차주교체의 원인이 되어 물류의 흐름을 끊고 전체 사회의 불편을 초래한다고도 볼 수 있다. 대형 트레일러의 경우, 숙달되기까지 장기간 지속적인 운행을 필요로 하며(장거리/하루 평균 600~800km), 20~30년 경력자는 통상 베테랑 운전자로 인정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제40조제4항,「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제41조의16,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표준 위·수탁계약서」(국토교통부 2016.12.19. 발령·시행)) 아울러 2월 6일 국토부 방침(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상세히 언급되고 실제로 반영된 것에 미루어볼 때, 정부도 운수기업의 태만한 경영에 더이상 뒷짐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기업이 경영에 있어서 회계투명성을 갖추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내부통제에 실패해 셧다운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에 적합한 사례로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를 들 수 있다. 돈의 흐름이 방향성과 무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회계 투명성은 ESG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B2B 거래에서는 재무재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거래처의 투명성을 가늠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유통 및 생산 영역에 제한되어 있을 뿐, 각각의 단계를 연결해주는 고리인 운수업은 공개되어 있지 않아 내부 관계자의 노티스 없이는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그간 최종 단계인 배송을 통해 지불한 물건을 접할 뿐인 소비자에게 운수업은 택배기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오늘 새벽 편안하게 받아보는 과일과 채소를 운송하기 위해 자정을 기점으로 수고하는 누군가의 가정이 거래처로부터 금전적으로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굳이 해당 기업의 과일과 채소를 소비해야 할까?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소비관'이 유통 뿐만 아니라 물류 및 운수업, 건설업 등 산업 전반의 방향성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은 사라진다. 소비자 개개인이 업계 생태계의 윤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건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언젠가 극도의 스트레스와 생존위기에 몰려 피켓을 들고 나올 필요가 없는 사회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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