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14일은 택배기사들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4사가 지정한 택배 없는 날이다. 그런데 이날만 되면 잡음이 들린다.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는 직접 고용 방식으로 자체 배송망을 운영하는 쿠팡, 컬리 등에 비난이 쏟아진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후안무치라고 매도하고 있다. 후안무치란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납득이 가질 않는 대목이다.

사실 택배 없는 날 역시 택배사들의 꼼수다.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은 택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는다. 구조를 보면 택배사들은 택배 물량을 하청을 준다. 일명 대리점이다. 대리점들은 다시 택배노동자에게 하청을 준다. 문제는 택배노동자들이 대리점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다. 개인사업자다 보니 근로기준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연차, 휴가 등도 없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쉬고 싶을 때 쉬면된다. 그러나 휴가 등 쉬면 그만큼 벌이가 줄어든다. 휴가를 가려면 비용도 발생한다. 독점 노선을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 갸량 드는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택배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23일 휴가를 가려면 75만원을 내고 쉬어야 한다. 또한 일감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택배노동자들은 원청인 택배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직접 고용 대신 택배 없는 날이라는 사탕으로 택배노동자들을 달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택배사들에게 눈의 가시는 이날 쉬지 않는 직접 고용 방식으로 자체 배송망을 운영하는 쿠팡, 컬리과 편의점 등이다. 14일 택배 배송이 멈춰서다 보니 11일에 주문한 상품이 15일 공휴일(광복절) 이후인 16일 순차 배송된다. 실제로 지난 13일에 구매한 TV홈쇼핑 상품은 18일에 배송된다. 빠르면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는 상품을 5일 만에 배송 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날 소비자들이 쿠팡 등 배송을 해주는 업체들로 수요가 몰린다. 2021년과 2022년 택배 쉬는 날의 편의점 택배 이용건수는 직전 주보다 각각 70%, 95% 뛰었다.

이렇다 보니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는 CJ대한통운이 참여하지 않는 쿠팡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CJ대한통운은 "대형 택배사가 '우리는 잘 쉬기 때문에 택배 쉬는 날이 필요 없다'며 동참하지 않을 경우 고객을 빼앗길 우려를 가진 중소 택배사들의 참여가 원천 봉쇄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라며 "택배사들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없어 '택배 없는 날'을 만들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 업계를 비난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료: 쿠팡

과연 누가 택배 산업에 도움 안 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쿠팡의 사례를 보자. 쿠팡은 직접 고용과 대리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쿠팡의 대리점과 타 택배사와 비교해 보면, 쿠팡은 910일이라는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타 택배사는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어렵다. 25만 원가량의 용차 비용을 택배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기존 택배사들의 택배노동자들은 주 6일을 배송해야 하지만 쿠팡은 기본 주 4일 근무다. 주당 2일 또는 3일 근무도 가능하다, 대리점 방식으로 운영해도 택배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택배 없는 날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쿠팡의 사례를 받아드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정치권도 쿠팡 등 혁신적인 택배문화를 선도하는 기업들에게 후안무치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기존 택배사들이 혁신적인 택배문화를 받아드리라고 권고해야 한다. 택배 없는 날은 없어져야 한다. 대신 쿠팡 등처럼 택배노동자들이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택배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이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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