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승용차 국고보조금의 지급 기준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부품 원산지 규정’처럼 한국산 부품을 많이 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별적인 기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사진: 컨슈머와이드 DB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국내 전기승용차 시장에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산 저가 배터리를 장착한 2천만 원 저렴한 모델Y을 국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승용차 국고보조금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값싼 중국 배터리를 단 모델Y는 지난달 국내 전기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국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세금이 해외로 줄줄 세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만을 기준으로 한 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부품 원산지 규정처럼 한국산 부품을 많이 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별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승용차 국고 보조금은 기본가격 5700만 원 미만이면 100%를 받는다. 보조금 지원 상한선은 8500만 원 이하다. 5700만 원 이상 8500만 원 이하 전기 승용차에는 보조금이 50% 지원된다. 8500만원을 초과한 전기승용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고보조금의 경우 가격만을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기존 LG에너지솔루션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장착한 미국산 모델 대신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제작한 LFP 배터리를 얹은 중국산 모델Y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출고가격을 2천만 원 가량 낮춘 5699만원(모델 Y 후륜구동)에 책정했다. 이 가격은 우리나라 국고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다. 이 모델이 본격적으로 국내서 판매 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Y8431대에서 94206대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10배나 급증했다. 2천만 원 가격이 낮아진데다, 국고보조금 100%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치면 실제 구매가격이 4천만원대다 보니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테슬라 모델Y 독주가 예상된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전기차에 국고 보조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국산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타격을 볼 수 밖에 없다. 국산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이 중국만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달 25일 정부가 올해 말까지 전기승용차의 차량가격 할인 폭에 따라 국비보조금을 상향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제작사의 차량 할인금액에 비례해 최대 지급 가능액은 종전 680만 원에서 최대 780만 원까지로, 최대 10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기승용차 제작사가 당초 680만 원의 국비보조금을 받는 차종에 일괄적으로 300만 원을 할인한 경우 60만 원의 국비를 추가 지급받아 740만 원의 국비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뀐 보조금 기준은 차량가격 할인과 비례해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국산 제조사 위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국산차가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시적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부품 원산지 규정처럼 한국산 부품을 많이 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별적인 기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급등한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지난해 816일 발효됐다. 특히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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