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 '자본주의는 욕망의 집어등 (集魚燈)'
[칼럼] '말(馬)이야기' ... '자본주의는 욕망의 집어등 (集魚燈)'
  • 이정민
  • 승인 2019.11.04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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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물든 인간의 욕망, 자족을 몰라
(사진:과천서울대공원)
(사진:과천서울대공원/위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 없 )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돈과 재물은 중요하다. 문제는 살아가는 목적과 목표가 지나치게 돈에 쏠려간다는 데 있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그리하여 돈이 신이 된 세상. 욕망으로 넘쳐나는 자본주의의 민낯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왕문어의 빨판을 연상케 한다. 
철학자 강신주는 자본주의를 욕망의 집어등으로 표현한다. 시인 유하에 따르면 압구정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욕망은 ’불빛을 발견한 오징어의 눈깔처럼 눈에 거품을 물고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물든 인간의 욕망은 끝 간 데 없어 도무지 자족을 모른다. 돈은 칼이다. 돈은 분명 생활의 요긴한 도구이지만 탐욕을 부리면 결국 자신도 상처를 입게 된다. 얼마 전 로또 1등에 당첨된 형제가 살인으로 막을 내린 비극적인 사연은 그저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다. 칼은 오히려 적당히 무뎌질 때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물론 그럴 때 자신도 베지 않는다. 

  호남의 변산 근처에 조 아무개 진사가 살고 있었다. 조 진사는 수백 마지기를 소유한 땅 부자인데도 그의 욕심은 땅만큼 크기만 했다. 이웃에 양수척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조 진사의 집 재물을 꾸어 쓰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였다. 하루는 그가 버들을 베려고 산 밑에 갔다가, 큰 호랑이가 네 발을 벌리고 바위 밑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양수척이 바위 뒤에 숨어 호랑이의 동태를 살펴보니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는 것이 죽은 호랑이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득달같이 마을로 달려와 조 진사 집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내가 갚지 못한 빚이 있는데 지금 큰 호랑이를 잡았으니 가져다가 쓰십시오.”
진사는 그 말을 듣고 기뻐서 날뛰었다. 호랑이 가죽이라면 조선 땅의 벼슬아치 누구라도 탐내는 물건이어서 양수척에게 빌려준 재물을 제하고도 남을 만하였다. 게다가 귀한 호피를 상부에 상납하면 더 높은 벼슬자리를 줄 것이 아니겠는가. 입이 째진 진사는 양수척과 서로 의논한 끝에 장정 노복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말 등에 무턱대고 싣거나, 수레에 매어 끌어오게 되면 분명 귀한 털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
  노복들은 진사의 지시에 따라 호랑이를 떠메고 올 틀을 잽싸게 만들었다. 틀이 완성되자 진사는 직접 말을 타고 건장한 노복 여섯명과 함께 양수척이 지시하는 곳을 따라갔다. 진사는 말에서 내린 다음 빙빙 돌아서 높은 바위에 올랐다. 과연 호랑이는 네발을 벌리고 죽어 있었다. 그가 호랑이를 굽어보고 앉아 있는 동안 종들은 틀을 가지고 호랑이 곁으로 가서 소란스럽게 틀을 놓았다. 그러자 잠들어 있던 호랑이가 부시럭거리며 일어났다. 호랑이는 떠돌이 개를 잡아먹고 깊은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장정들을 본 호랑이는 으르렁대며 발로 땅을 헤쳐 모래를 날리고 주변의 나무들을 닥치는 대로 후려쳤다. 기가 죽은 장정들은 고목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바위 꼭대기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진사는 넋이 나가 바위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진사가 타고 온 말은 말대로 거품을 토해내며 겁에 질린 소리로 울부짖었다. 주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가운데, 큰 소리를 한번 내지른 호랑이는 골짜기를 울리면서 고개를 넘어가 버렸다.  
  바위 밑으로 굴러 얼굴과 사지를 모두 다친 진사는 말을 타지 못했다. 장정들은 진사를 틀 위에 뉘여 메고 돌아왔다. 그때는 늦은 봄철이어서 진사는 누런색의 삼베로 짠 홑옷을 입고 있었다. 집에 있던 자제들은 호랑이를 보려고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에 나서서 장정들이 메고 오는 틀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호랑이 대신 누런색의 삼베옷이 보였다.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이 호랑이는 얼룩무늬 호랑이가 아니고 누런 호랑이다.”
  집에 이르자, 진사가 끙끙대면서 틀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온 동네와 집안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진사는 집에 누워 두어 달 동안 약을 먹은 뒤에야 겨우 소생했다. 그 뒤로 진사는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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