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오랑캐 옷을 입고 말 위에서 활을 쏘라'
[칼럼] '말(馬)이야기'.... '오랑캐 옷을 입고 말 위에서 활을 쏘라'
  • 이정민
  • 승인 2019.09.0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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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복기사(胡服騎射)'의 지혜... 리더는 필요하다면 구태의연한 관습과 기득권을 뽑아버리는 개혁도 행해야 한다
(사진:네이버
몽골 노인울라 고분군 6호분 출토 흉노인 모직 바지. 춘추시대부터 한초(漢初)까지는 몽골의 동방에 있는 민족을 동호(東胡)라고 하였고, 조(趙)나라 무령왕(武靈王) 때에는 북방의 흉노(匈奴)를 호(胡)라고 칭하고 그들의 의복을 ‘호복(胡服)’이라고 했다.(사진:네이버 지식백과_실크로드사전)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소통보다는 불통이 만연하는 세상이다. 세대차이, 이념차이, 남녀차이 등 불통의 이유는 다양하다. 불통은 불만을 낳고 불만은 사회부조리를 양산한다. 소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소통의 방법은 다양한데 애써 찾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는 여유가 없어서다. 모두 자기 주장만 하다 보니 소통이 어렵다. 상하좌우 소통을 잘 하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다. 지금 우리에겐 리더가 없다.   

 "지금부터 모든 신하와 백성이 오랑캐의 옷을 입고, 말위에서 활을 쏘는 기마술을 도입 하겠소"
조(趙)나라의 무령왕이 단호하게 선언했다. 중신들은 토끼 눈을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왕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랑캐 옷에 기마술을 써서라도 중산국(中山國)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뜻이오"
무령왕이 단호하게 자신의 말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왕의 숙부 겸 원로대신인 공자 성(成)이 나섰다.  
 “야만적인 오랑캐의 옷을 입는 것은 예의와 법도에 어긋나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비웃을 것입니다. 관료의 의복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미개한 오랑캐 옷을 입는다면 풍속이 문란해지고 상하간의 위계질서도 무너질 것입니다.”
이번엔 무관을 대표하는 신하가 나섰다.
“중원에서 전쟁을 할 때는 전차를 타고 상대 보병의 대오를 흩트리는 전법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기병 위주의 부대로 바꾸면 날래기는 하나  전체의 힘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현명한 자는 법을 바꾸고 어리석은 자는 법에 얽매인다고 했습니다. 옷이라는 것은 편하게 입고자 하는 것인데 한 가지 복식을 고집할 이유가 있습니까? 병사들이 입는 한복을 보십시오. 발목과 손목까지 길게 늘어진 전통 옷은 말을 부리며 싸움하기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오랑캐들이 입는 옷을 보십시오. 소매와 품이 좁은 호복(胡服)은 말을 타고 작전하기가 편리합니다. 또 기동성이 떨어지는 마차전투로는 날랜 기마족 병사들을 제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들의 방식을 받아들여 그들을 제압하자는 것입니다.”
  격렬한 논쟁 끝에 무령왕은 중신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다음 날 상징적 제스처로 무령왕 자신과 공자 성이 호복을 입고 조회에 나타났다. 그러자 다른 원로대신들도 뒤따랐다. 병사들도 원래 입던 한복을 벗고 소매와 품이 좁은 호복으로 바꿨다. 동시에 전통적인 마차전을 폐하고 사람이 직접 말을 타고 싸우는 기마술을 채택했다. 무령왕은 손수 오랑캐 바지를 입고 허리띠를 질끈 동여맨 다음 말 위에서 화살을 쏘며 군대를 조련했다. 결국 호복기사 개혁을 성공시킨 무령왕은 중산국을 멸망시키고 천리나 되는 땅을 개척했다. 약소국 조나라가 일약 강국으로 떠오르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호복기사(胡服騎射)'는 구태의연한 관습과 기득권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개혁의 상징이었다. 군신들이 호복을 입는 순간 자신들의 지위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전차 위주의 전투로 경력을 쌓아온 장군들은 기마술을 익히고 신기술을 도입해야 했으니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러니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령왕은 개혁과 더불어 세대 간 갈등을 잘 조화시켰다. 그는 권력을 가진 최고 통수권자였지만 끊임없이 원로대신과 기득권층을 설득해 나가는 소통의 정치가로 꼽힌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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