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 '중국사신과 조선 사내의 몸 개그'
[칼럼] '말(馬)이야기' ... '중국사신과 조선 사내의 몸 개그'
  • 이정민
  • 승인 2019.11.1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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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편견#고정관념깨기 #긍정적_고정관념#긍정적_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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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담 (於于野譚)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캡처)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선입견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을 말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란 점에서 편견과 비슷한 개념이다. 예컨대 독일 사람은 근면하고 흑인은 운동과 랩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이런 식의 선입견은 특정 민족, 특정 지역, 특정 집단, 특정 종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 연관된 사람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일본인과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 경상도와 전라도에 대한 감정적인 편견, 남녀 간의 성별 고정관념 등이 극에 달해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차별적이라는 점에서 대상자에게는 폭력으로 작용한다. 

선가(禪家)의 스님들은 눈을 어둡게 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선입견에서 벗어난 정토에 들고자하는데 일생을 걸고 수도한다. 그만큼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야 고승의 경지에 이를 수 없으니 이왕이면 ‘긍정의 고정관념’을 가지면 어떨까. 대상을 긍정하는 호의적 고정관념은 그 대상을 응원하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스꽝스럽지만 <어우야담  (於于野譚)>에 소개된 중국사신의 긍정적 고정관념을 소개한다. 

  어떤 중국 사신이 조선에 왔는데, 그는 조선이 예절과 의리의 나라여서 그 방면에 특출한 사람이 많으리라 여겼다. 말과 수레가 이끄는 사신 행렬이 평양에 이르렀다. 그가 언뜻 보니 길옆에 바위만한 덩치의 사내가 있는데 신장이 여덟아홉 자, 수염 길이가 허리까지 이르러 자못 기이하게 여겼다. 그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뭔가 대화를 하고 싶었으나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한 나머지 손을 들어 손가락을 둥글게 하여 보였다. 그러자 사내 또한 손을 들어 손가락을 네모나게 하여 응했다. 사신이 또 세 손가락을 굽혀 보이자 사내는 즉시 다섯 손가락을 굽혀서 답했다. 사신이 또 옷을 들어 보이니, 장부는 즉시 손으로 입을 가리켜 대꾸했다. 흐뭇해진 사신이 한양에 이르러 말 위에서 접반사에게 말하였다.
  “내가 중원에 있을 때 당신 나라는 예의의 나라라고 들었었는데 참으로 헛소리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내가 평양에 도착했을 때 이리저리 둘러보니 길옆에 한 장부가 있었는데, 몸집이 거대하고 눈이 부리부리해 어떤 기이함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래서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답니다. 내가 먼저 내 손가락을 둥글게 하여 보여 준 것은 하늘은 둥글다는 것을 말한 것인데 그 장부가 손가락을 네모지게 하여 응한 것은 땅은 네모지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내가 세 손가락을 굽힌 것은 하늘과 땅과 사람 곧 삼재를 말한 것인데, 장부가 다섯 손가락을 굽힌 것은 오륜을 말한 것입니다. 내가 옷을 들어 보인 것은 옛날에는 옷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렸다는 것을 말한 것인데, 장부가 그 입을 가리킨 것은 앞으로는 입과 혀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길가의 미천한 사내조차 이와 같으니 유식한 사대부에 이르러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중국사신은 말에서 내린 뒤 고개를 숙여 우리나라 인민의 높은 의식수준에 경의를 표했다. 접반사는 기이하게 여겨 즉시 공문을 평양에 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그 장부를 역마에 태워 서울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말을 몰아 사내가 달려오자 후한 선물을 주고 나서 물었다.
  “중국 사신이 손가락을 둥글게 하였을 때 그대는 어떤 연유로 손가락을 네모지게 하였는가?”
  “그 사람은 온종일 말에 올랐으니 배가 고파 절병을 먹고 싶었는데 절병은 둥근 까닭에 그 손가락을 둥글게 하였고, 저는 인절미가 먹고 싶었는데 인절미는 네모진 까닭에 제 손가락을 네모지게 했습니다.”
  접반사가 또 물었다.
  “중국 사신은 세 손가락을 굽혔는데, 그대는 왜 다섯 손가락을 굽혔는가?”
  “그는 하루에 세 번 먹고 싶은 까닭에 세 손가락을 굽혔고, 저는 하루에 다섯 번 먹고 싶은 까닭에 다섯 손가락을 굽힌 것입니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접반사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중국 사신이 옷을 들어 보였는데, 그대는 왜 입을 가리켰는고?”
  “그가 근심하는 것은 입는 것에 있기 때문에 옷을 든 것이고, 내가 걱정하는 것은 먹는 것에 있기 때문에 입을 가리킨 것입니다.”
  듣고 있던 여러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그를 다시 만난 중국 사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기이한 남자라고 여기고는 그를 공경하여 예절에 맞는 몸가짐을 차렸다. 

 

 

(주)한국체험교육센터 이정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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