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千里馬)는 진짜로 존재하는 말인가

(사진:akhalteke-sale.com)
아할테케(Akhal-Teke)  모습 (사진:akhalteke-sale.com)

[컨슈머와이드-이정민]  한국마사회에서 ‘말산업진로직업체험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천리마가 진짜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천리마라는 용어는 기원전 3세기 경 굴원이 노래한 ‘초사‘에 처음 등장한 뒤 빠르고 강한 말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수많은 문학과 문헌에 등장하게 된다. 그러데 실제로 천리마는 천리를 달리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수사적 상징일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천리마는 낮에는 천리를 달릴 수 있고 밤에는 팔 백리를 달리는 준마란 뜻으로 쓰인다. 이동수단으로 말이 유일했던 고대인들이 말을 타고 장거리를 가는데 있어 낮과 밤의 이동 가능시간을 염두에 두어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거리개념은 지금과 차이가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 주나라 시대에 1리는 298.65미터, 따라서 천리는 298.65km다. 낮을 12시간으로 보면 매시간 24,887.5미터를 달려야 가능한 거리다. 결국 천리마는 12시간 동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여 298.65km의 거리를 달려가는 준마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말이 존재하느냐가 관건이다. 

흉노는 상당기간 서북방의 실력자로 군림했고 탁월한 기마실력으로 주변국을 괴롭혔다. 이에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중국천하를 통일한 뒤 흉노를 정벌하고자 무려 32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 하지만 산서성의 백등산에서 맞선 전투 결과 40만명에 이르는 흉노의 돌격 기병대에 의해 전선이 무너지고 유방 자신이 사로잡히게 된다. 결국 흉노에게 공주를 내어주는 등 4가지 요구조건을 들어주며 화친을 맺어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다.  수모를 잊지 않고 있던 후대의 왕 한무제(기원전 156 ~ 기원전 87)는 기마대의 중요성을 절감하였고, 백방으로 명마를 찾아 헤매던 끝에 천리마의 실체가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한무제의 명을 받아 장건이 데려온 천리마가 바로 명마의 산지인 대원에서 들여 온 한혈마다. 이 한혈마는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 명마인 아할테케(Akhal-Teke) 종을 이르는데 실제 투르크멘인들은 기원전 1000년 전부터 이 말을 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할테케의 특징은 뛰어난 운동능력, 용기, 강인한 지구력이다. 몸통은 가늘고 길며 기질이 다소 까다롭다.  

바로 이 말, 중국 고대인들이 천마와 신마로 칭송해 마지 않았던 아할테케의 달리기에 관한 최근의 공식기록을 볼 수 있다. 1935년 15두의 아할테케(Akhal-Teke) 종의 마필이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슈카바드에서 러시아 모스코바까지 4000km를 84일만에 달려갔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481km의 카라쿰 사막은 물도 없이 횡단했다고 한다. 하루에 47.6km를 달린 셈이다. 워낙 장거리여서 단순히 하루 주파 기록으로 나누어 셈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아무튼 하루에 298.65km를 달린다고 전해진 천리마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천리마가 존재할 수 있다.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현재 서울경마장에서 달리는 경주마의 경우 시속 65km에 이른다. 그렇다면 매시간 24.8㎞를 12시간 달려 하루 298.65㎞, 즉 고대인들이 말하는 천리를 달리지 못할 법도 없다. 

 천리마는 실제로 천리를 달리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고대인들의 신화 또는 수사적 상징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옛사람들은 자신들의 천리마는 실제로 천리를 달릴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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