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노역마와 천리마는 능력이 다른데... '제각각 가진 재능을 살리기'
[컨슈머와이드-이정민] 필자는 한국마사회에서 말산업 진로직업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진로직업 교육은 자라나는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 진로나 직업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고자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대체로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뭐 그리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도전적인 측면이 사라지고 소질과 특성에 무관하게 안정된 직업만을 선호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야구선수 류현진과 같은 개성의 발견이나 도전정신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색할 정도니 말이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무릇 화류(驊騮)와 녹이(綠耳) 같은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토끼를 잡게 하면 승냥이나 여우만도 못할 것이다. 각자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밤에도 벼룩이나 모기를 잡을 수 있으며 털끝과 같이 미세한 것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낮에는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언덕이나 산도 보지 못한다. 타고난 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릇 이무기는 안개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날개달린 용은 구름을 타고 오르며, 원숭이는 나무를 잡으면 민첩해지고, 물고기는 물을 얻으면 빨리 달린다. 그러므로 옛날 사람들이 수레를 만들 때 칠을 하는 사람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뚫는 일을 하는 사람은 깎는 일을 하지 않았다. 장인은 두 가지 기술을 지니지 않고 선비는 관직을 겸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직책을 지키면서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마땅한 일을 얻게 되고 사물은 각자 적당한 곳을 찾게 된다. 이 때문에 기계는 무리가 가지 않고 직책과 업무는 소홀해지지 않는다.
말(馬)과 올빼미가 지닌 재능은 서로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농사를 돕는 노역마와 잘 달리는 천리마의 능력은 다르다. 붕새와 참새도 크고 작은 제각각의 재능을 지니고 있다. 인간 역시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재능이 서로 다르며 이처럼 자연스러운 천성에 기댈 때 가장 큰 능력이 발휘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청소년들의 꿈은 천편일률적으로 경제적인 안정이 보장되는 직업을 꿈꾼다. 타고난 소질과 재능은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는 한 미래 진로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보기에 팍팍한 세상 그리고 그러한 세상과 싸우듯 살아가는 부모세대의 삶이 그들을 공무원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 그러니 누가 그들에게 소질 운운하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라고 가르치겠는가.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오늘날의 청소년이라면 아마도 그는 성공의 보장이 없는 야구선수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청소년 개인에게 주어진 능력과 적성을 잘 살펴 그에 적합한 미래를 꿈꾸도록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기성세대의 으뜸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덩치 큰 공무원 류현진이 서류 더미에 꿈을 묻고 있는 모습은 상상하기 싫지 않은가?
* 회남자: 중국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책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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