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사람을 성장시키는 요인

어우야담(좌)과 이항복(우)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서울대박물관)

[컨슈머와이드-이정민]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속언은 대개 누적된 경험이 지혜로 생성된 것이어서 나름의 탄탄한 논리와 근거가 있다. 위 속담도 사람이나 짐승이나 성취를 위해서는 그럴만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요즘도 유효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 말의 대부분은 제주도에서 생산되고 육성된다. 장수와 같은 내륙지역에도 말생산목장이 있지만 제주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말의 고장 제주도에는 온화한 기후와 방목하기 좋은 초지, 좋은 말을 생산하기 위한 품질 높은 씨말과 번식장, 강한 말로 키워내기 위한 언덕주로와 같은 훈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니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은 여전히 맞는 얘기다. 

반면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은 반쯤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자식의 성취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지원 요인이 매우 중요한데 학력이 높은 부모, 탄탄한 경제력, 질 높은 학원 등이 서울 하고도 강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강남구는 대졸 이상 인구비율이 70%에 가까운 고학력으로 인근 서초구와 1·2위를 다투고, 교육예산은 전국에서 압도적 1위로 서울 하위의 지역구보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설학원도 서울의 15%가 강남구에 집중되어있다. 경제력은 말 할 것도 없다. 자연 대학진학률도 전국에서 으뜸이다.

교육부의 이른바 정시 확대 문제로 시끄럽다. 특히 정시비율 확대가 ‘강남 쏠림’ 현상이나 ‘강남 8학군’ 부활을 야기한다는 것이 논의의 주된 쟁점 중 하나다.
시비를 떠나 이쯤 되면 이제 ‘사람은 서울로’가 아니라 ‘사람은 강남으로’라 불러야 옳은 말이지 싶다. 왠지 씁쓸하지만 옛사람들도 성취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우야담>을 통해 들어보자.
  오성부원군 이항복이 말했다.
  “준마가 경성(서울)에서 새끼를 낳으면 마땅히 외방(서울 바깥의 지방)에서 길러야 하고, 선비가 외방에서 태어나면 마땅히 경성에서 길러야 한다.”
  진실로 격언이다. 근래에는 경성에서 물자가 모자라서 비록 좋은 말이 있어도 먹여 기를 수가 없으니, 준마의 재주를 완성하고자 하면 의당 외방에서 길러야 한다. 외방의 유학하는 선비들은 즐겨 공부에 힘쓰지 않아서 비록 재주 있는 자식이 있어도 성취할 수가 없으니, 그 아들이 성취하기를 바란다면 마땅히 경성에서 길러야 할 것이다.

  이항복은 또 “내가 보건대 조정의 반열 가운데 무소 뿔, 금 ․ 은으로 띠를 한 높은 품계의 관리는 모두 경성 사람인데, 이는 조정에서 사람을 등용하는 것이 편파적이어서가 아니다. 근래에 경성에서 객지 벼슬살이하는 괴로움은 외방보다 더 심하다. 조정의 외방출신 선비들은 경성에서 오랫동안 벼슬살이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아, 도성 십리 안에 인재가 몇이나 되건대 조정에 가득한 높은 관리들이 모두 이 중에서 나오는가? 지금 장래 촉망되는 인재로 좋은 관직을 도모하는 사람은 경성을 버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렇다면 외방의 인사들은 경성의 망아지에 비교할 것인가?” 

환경의 중요함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어디서 사느냐가 당신의 성공을 말해준다’는 광고 카피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주)한국체험교육센터 이정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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