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1960년 기대수명은 불과 52.4세이었다. 그러니 환갑잔치를 성대히 할만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대수명은 83.6세이고 평균 80.3세를 산다. 거의 30년 이상 기대수명이 증가한 것이다. 아쉽게도 젊은 시절이 30년 늘어난 게 아니라 인생 후반기 나이가 30년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기대수명이 어떤 이에게는 보너스이고, 다른 이에게는 덤으로 주어진 노년의 지루한 시간일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문득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꽃 옆에서”가 떠오른다. 봄 여름의 시련을 보내고, 가을에 핀 국화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완숙한 삶의 경지를 표현하고, 또 그런 성숙한 중년을 의미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은 자아성찰 거울 앞에서 40대 이후 30년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자기 정체성을 찾아봐야 한다.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에릭 에릭슨(Erik Erikson) 박사는 사람의 일생을 심리 사회적으로 8단계로 나누고, 각 나이대별로 해야 할 발달과업을 제시했다. 발달과업을 잘 수행하면 단계별로 형성되어야 할 자아정체감이 발달한다. 성인기에 해당하는 6단계(18~45세)부터 살펴보면 6단계는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시기로 다른 사람과의 친밀감을 잘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 직업 등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삶에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7단계(45~65세)에는 자녀 양육이나 생산적 활동이 중요한 시기로 생산성을 잘 수행하면 다음 세대를 키우는 성취감을 얻는다. 그렇지 못하면 자기 침체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미성숙해진다. 8단계는 노년기(65세 이후)에는 인생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지금까지 삶을 통합해야 한다. 자아통합을 통해 삶의 통찰과 지혜를 얻는다. 그렇지 못하면 삶을 후회하고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급변하는 시기를 사는 현대인에게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생애 발달 과정을 잘 정리해 놓은 이론이다. 그렇다면 30년 보너스 수명을 어느 단계에 끼워 넣어야 할 것인가? 아마도 7단계와 8단계를 섞어 다시 나눠야 하지 않을까? 발달과업도 조정하고.

■ 30년 보너스로 중요해진 중년의 삶

최근에는 신중년을 중년과 노년 사이에 새로운 세대로 끼워 넣고 있다. 어쩌면 신중년 세대의 등장은 보너스 수명만큼 중년과 노년 사이가 길어진 덕분인듯하다. 강남구 건널목마다 신중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신중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하지만 앞선 세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연령 집단이라서 롤모델이 없다. 이 시기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다. 그러나 인생 전반기를 학업과 사회적 책무로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아볼 여력이 없던 사람에게는 두 번째 인생 각본을 써볼 수 있는 30년이 주어졌다. 그렇다면 늘어난 30년은 진짜 황금같은 보너스 수명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윌리엄 새들러의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을 읽으며 어떻게 황금 보너스 수명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 신중년이여, 서드 에이지(Third age)에 집중하라

이 책에서는 생애주기를 간결하게 4단계로 나눈다. 퍼스트 에이지(First age)는 ‘배움의 단계’,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는 ‘일과 가정을 이루는 단계’, 그리고 서드 에이지(Third age)를 ‘생활을 위한 단계’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Forth age는 ‘노화’의 단계이다.

앞서 제시한 에릭슨의 생애 발달 과정과 매칭시켜보면 1~5단계가 퍼스트 에이지에 해당한다. ‘배움의 단계’를 지나며 심신의 1차 성장을 통해 얻은 자아정체감과 능력을 바탕으로 세컨드 에이지를 살아간다. 이 시기에 직업을 갖고 가정을 이루는 등의 6단계의 발달과업인 생산성을 수행한다. 서드 에이지는 6단계 끝물부터 8단계 초반까지 해당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인식의 차이가 있겠지만 70대 초중반부터 포스 에이지에 해당한다. 

'2022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평균 72.6세이다. 그러니 조만간 포스 에이지는 75세 이상이 될 것 같다. 결국 서드 에이지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긴 시기가 된다. 건강만 받쳐주고 본인이 원한다면 인생 전반기와 완전 다른 새로운 각본으로 인생의 전성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다. 

서울노인의 연령구성 (출처: 서울시복지재단) 
서울노인의 연령구성 (출처: 서울시복지재단)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12년 동안 45세에서 80세의 수십 명을 대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연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사회적 문화적 인습에 벗어나서 새로운 중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서드 에이지 기간에 2차 성장하면서 인생 후반기를 전성기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신중년이라면 이미 서드 에이지에 들어섰다. 어떻게 서드 에이지를 황금 보너스로 만들어갈지 윌리엄 새들러 박사의 연구를 통해 다음 칼럼에서 필자와 함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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