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논어』 ‘위정편’에서 마흔은 쉽게 세상일에 휘둘리지 않고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불혹(不惑)이라 하였다. 하지만 100세 시대 마흔이라고 하면 <불혹>보다 정체성과 자신감이 흔들리는 <중년의 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사회체제 속에서 교육과 사회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후천적 성격이 내면의 ‘자기’와 불균형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찾아온다. 불균형이 클수록 한번 사는 인생인데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온 것같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심한 우울증, 후회, 불안, 또는 활력을 되찾고 싶은 마음, 현재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거나 과거의 결정이나 사건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런 <중년의 위기>는 중년이 인생 전성기를 지나 인생 쇠퇴기로 접어드는 과도기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100세 시대에는 이 과도기가 길어지면서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서드 에이지가 생겼다. 새로운 인생각본으로 삶을 살아볼 시간이 주어졌다. 누구나 노년기 문 앞에 서게 된다. 이때 <중년의 위기> 열쇠와 <뉴노말(new normal) 인생각본> 열쇠 중 어느 것으로 그 문을 열 것인가?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윌리엄 새들러는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나이 듦>에 연결 짓는 부정적인 5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쇠퇴(dedcline), 질병(disease), 의존(dependency), 우울(depression), 노망(decrepitude)이다. 이런 5D 단어로 신중년을 살면 노년기가 괴로운 죽음(death)을 기다리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중년의 위기> 열쇠 속성이 이런 5D가 아닐까?

윌리엄 새들러는 길어진 수명을 더 풍요롭고 원기 왕성하게 살 수 있으며, 그런 미래 설계를 위해 마음속에 담아야 할 5개 단어를 제시하였다. 갱신(renewal), 갱생(rebirth), 쇄신(regeneration), 원기 회복(revitalization), 회춘(rejuvenation)이다. <뉴노말 인생각본> 열쇠 속성은 다섯 개 모두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한 두 가지는 포함해야 할 것이다. 진짜 자기 모습으로 서드 에이지를 살아가면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삶을 알뜰하게 살며 맞이하게 될 것 같다.

■ 갱년기는 ‘두 번째 사춘기’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갱년기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울’, ‘짜증’, ‘피로감’ 등 성호르몬 변화로 정서적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주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에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겪는다. 그래서 갱년기를 ‘제2의 사춘기’라 부른다.

사춘기는 신체적 정서적 변화가 일어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아동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면서 가치관과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혼돈의 시기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사춘기에 올바른 가치관과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향방을 가른다. 마찬가지로 ‘제2의 사춘기’에는 <중년의 위기> 열쇠를 쥘 것인지 아니면 <뉴노말 인생각본> 열쇠를 만들기 위한 도전의 시기로서 의미를 둘 것인지 후반기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이다. 

사춘기도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겪으며 사람에 따라 겪는 정도의 차이가 심하다. 조용하게 넘어가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격랑의 학창 시절을 보내는 청소년도 있다.  ‘제2의 사춘기’도 마찬가지다. 중년 특징 중 하나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중년의 위기> 관리를 잘하며 조용히 ‘제2의 사춘기’를 보내고 평탄하게 노년을 살아간다. 그러나 심하게 <중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은 정신건강을 위해서 전문가 도움을 꼭 받도록 하자. 

30년 황금 보너스를 위한 <뉴노말 인생각본>을 쓰려는 사람들은 자아정체성의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처럼 기존 삶 방식과 가치관에 도전하며 생기는 불확실성과 심적 갈등을 돌파하며 두 번째 성장한다. 새로운 도전이 버겁기는 해도 <뉴노말 인생각본>을 쓰려고 한다면 5R의 단어 중에서 어떤 단어들로 열쇠의 모양을 만들어갈지 고민해 보자. 

■ 중년의 정체성 재확립

중년에 들어서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인격과 마음속 ‘자기’와 충돌이 벌어져 내적 갈등이 생긴다. 사회적 역할 수행에 지친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등 이제까지 갖고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잃는다.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것 같다는 억울함과 후회가 밀려오곤 한다. 자식에 올인했던 중년여성이 겪는 <빈둥지증후군>, 은퇴한 중년남성이 겪는 <은퇴남편증후군>이 중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제임스 홀리스(James Holis)는 저서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The Mdiddle Passage)』에서 이런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제시한다. 

서드 에이지는 '생활을 위한 단계'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그럼, <자기실현>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단어 자체가 어렵다. 융의 심리학에서 나오는 말이다. <자기실현>은 다른 말로 <개성화>라고 한다. 진정한 자신의 개성을 찾아서 온전한 인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는 외적 인격(persona)을 중시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 두었던 내적 인격(Self)을 아우르면서 온전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중년의 정체성은 대부분 후천적인 인격이 반영된다. 성장하면서 잊혀진 어린 시절 모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아이>로 무의식에 깊이 들어가 있다. 융은 <내면아이>를 일깨우는 것이 <자기실현>의 궁극적인 성공 척도라고 말한다. 부모, 자식, 회사원, 등 사회 역할에 맞게 행동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기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내 존재의 어두운 시간을 사랑하네> 시 일부이다. 

“내 존재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내 감각이 깊이 묻어 있는 그 시간을 사랑하네.

낡은 편지 속에서처럼 나는 그 속에서,

 지나온 나날의 삶의 모습을

저만치 전설처럼 아득하게 바라보네.

어두운 시간은 내게 알려주네. 또 다른 삶에 이르는

시간을 넘어선 드넓은 공간이 내게 있음을.

그리고 어쩌다 나는 한 그루 나무와 같네.

묘지 위에 자라나 바람결에 가지를 흔들며

죽어간 소년이 슬픔과 노래 속에서 잃었던

그 꿈을 이루어 주는 그 나무와 같네.”

 

낡은 개념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잊고 살아온 자신의 꿈과 열정과 호기심, 창조성을 되찾아 중년의 정체성을 재확립하자. <뉴노말 인생각본>으로 서드에이지에 인생의 전성기를 또 한번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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