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마음 건강 주제로 '건강한 시니어 웰라이프'를 누리기 위한 방법 제시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 중요한 '치매', 50~60대부터 자신에게 맞는 치매예방 활동 찾아 습관화하는 '치매 예방 가치소비' 활동 중요.. 삶의 가치소비이자 가치투자"

칼럼니스트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서울 강남구 한복판 높은 빌딩가에서 황혼의 노을을 본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찍 퇴근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음을 재촉하면서 먼발치 정류장에 서 계시는 아름다운 황혼기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노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거리 간판과 그 옆을 지나가는 차들 사이에 마치 잔잔한 빛을 발하는 한 장의 사진 같았다.

중절모를 쓰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신사는 잔잔한 꽃무늬 원피스에 잘 어울리는 하얀 벙거지 모자를 쓴 여사님 손을 꼭 잡고 계셨다. 너무 인상적이고 부럽기도 해서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내내 시선을 붙잡았다. 정류장에 다다르자 부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여사님은 며느리에 관한 섭섭함을 욕을 섞어 투정을 부리시고, 노신사는 웃으시며 달래고 어르고 계셨다. 단번에 여사님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아~ 어르신이 여사님을 지극 정성으로 잘 보살펴서 예쁜 치매 어르신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진:(주)마음생각연구소 제공)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람들이 먼저 버스에 탔다. 노신사는 여사님이 버스 타는 것을 도와주시며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을까? 그 사람들 마음이 이해가 간다. 거친 말을 내뱉는 치매 어르신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스럽고, 그 대화를 듣는 것이 거북스러워서 피해 있었을 것이다.

■ 우리 주변에 치매 노인은 얼마나 될까?
 
고령화로 인해 치매 노인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에 치매 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울리는 ‘실종 치매 노인을 찾는 알림’을 보더라도 주변에는 우리가 관심이 없을 뿐이지 치매 노인이 많이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미 2022년에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10.31%이다. 법률상으로 65세 이상이 노인이지만,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70대 후반이나 80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80세 이상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80대 이상 치매 환자 비중은 59.85%에 이른다. 이것은 80세 이상 노인 두 분 중 한 분은 치매 노인이라는 것이다.

출처: 중앙치매센터, 2022년 기준 / 양은미 제공

‘설마?’라고 놀라는 젊은 사람들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만 66세 이상이 되어야 국가건강검진에서 인지기능장애 검진을 2년에 한 번씩 받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치매에 대한 실질적인 스크린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도 ‘치매검진사업’이 진행되어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치매선별검사를 받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선별검사 이후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의심자에게 치매정밀검사(신경심리검사)를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필요시에는 협약병원을 통한 진단검사 및 감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60대 초반 사람들은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치매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치매 관련 상담을 오는 60대 초반의 분들은 이미 상당히 치매가 진행된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하소연만 털어놓는다.

■ 그럼, 우리는 치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젊은 사람들은 치매에 대한 위험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65세 이전에 치매가 발병하는 초로기치매 환자가 많다. 조만간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이들의 수치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통계자료의 수치보다 휠씬 더 높을 것이다. 지금 초로기치매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신중년(50·60세대)에 들어서야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들려오는 치매 소식을 접하면서 갑자기 치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래전부터 당뇨, 고혈압, 고지혈, 암 등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예방법이나 건강 지식도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성인 대상으로 하는 건강문해교육에도 앞서 말한 질병 관련 내용은 잘 다루고 있지만, 치매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치매안심센터에 치매에 대한 것을 일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는 꼭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일반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우리는 치매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고, 치매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 “아름다운 황혼의 노신사와 예쁜 치매 여사”처럼 살아가려면?

손을 꼭 잡고 함께 어르고 달래서 외출할 수 있는 예쁜 치매 환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 오랫동안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 치매 환자는 난폭하고 성가시고 불편한 나쁜 치매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치매 초기부터 치료에 집중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더해진다면 예쁜 치매로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가족도 치매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50~60대부터 치매 예방 활동의 생활 습관화가 필요하다. 

치매가 지금 발견되었다면 치매의 씨앗은 7~10년 전에 이미 두뇌 속에서 싹 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신중년부터는 치매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자신에게 맞는 치매 예방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

이것은 자신의 시니어 웰라이프를 위한 꼭 필요한 가치소비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치매 예방 활동에 돈과 시간, 지식, 힘 등을 쓰는 것은 자신의 삶 후반기를 위한 가치소비이자 가치투자다. 

(사진: (주)마음생각연구소 제공)

필자는 지난 7년 동안 70~9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인지활동교육을 진행하며 개발하고, 치매 예방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왔다. 그리고 신중년으로 넓혀 치매 예방의 필요성과 방법들을 전달하려고 긴 시간 시도하였으나 내 목소리는 미약했고, 결국 최근 ‘치매에서 웰라이프까지 시니어 절대상식’을 출간하는 것으로 내 역할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컨슈머와이드가 내게 다시 한번 더 많은 신중년에게 치매 예방 관련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제부터 신중년부터 노년층을 대상으로 치매와 마음 건강을 주제로 '건강한 시니어 웰라이프'를 위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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