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만 두뇌 최적화가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생애 전체에 걸쳐 두뇌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치매가 걱정되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필자의 어머니는 80대를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가계부를 쓰신다. 그래서일까? 돈 계산은 필자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늘 계산을 생활 습관처럼 해와서 계산과 관련된 뇌 신경망이 두껍게 발달한 것이다. 그래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80대가 되어서도 계산 능력에는 큰 저하가 없어 보인다. 평소 뇌의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그 일을 담당하는 뇌세포 간 네트워크 연결이 강화된다. 지난번 칼럼의 비유를 빌리자면 ‘의식의 섬’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넓고 촘촘히 건설된 것이다.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필자 어머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여름에 뵈었던 인지가 너무 좋은 치매 어르신 이을순 여사님에 대한 의문점이 풀린다. 건강한 어르신들을 위한 두뇌 운동 워크북 ‘매일매일 두뇌튼튼’ 시리즈를 이여사님이 거뜬히 푸는 모습을 뵈면서 치매 어르신인 줄 몰랐다. 나중에 치매를 앓고 계셔서 그렇게 열심히 뇌 운동을 한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워낙 젊은 시절부터 인지가 좋았고 책을 가까이했다.

■ 나이 들수록 두뇌를 최적화하자

뇌 인지 역량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져서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뇌의 네트워크 용량인 ‘뇌 예비능’과 생애 전체를 통해 축적되는 ‘인지 예비능’의 영향을 받는다. 뇌 건강의 관심이 높아지는 신중년이 되었다면 나이가 들었으니 ‘뇌 예비능’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제는 뇌 건강을 위해 ‘인지 예비능’을 키워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뇌를 최적화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머리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 뇌는 복잡한 활동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복잡한 활동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쁘게 생활하라는 말도 아니고 복잡하게 생각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이런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가 커지고 뇌 건강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우뇌와 좌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활동을 하면 더 좋다는 것이다. 

2016년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복적인 활동을 하는 직종인 배달원, 계산원, 중장비 기사보다 복잡성을 갖는 활동을 하는 직종, 예를 들면 상담교사, 사회복지사, 의사, 심리학자, 목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인지 예비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 또한, 건강 장수하는 60~70세의 슈퍼에이저(Superager)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인지력 감퇴가 없고 기억력과 주의력이 25세 청년과 같은 수준으로 조사 되었다. 이들의 뇌에서는 기억, 언어, 스트레스에 대한 부위가 특별히 두꺼웠다고 한다. 이들의 뇌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어려운 문제와 활동에도 거침없이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뇌를 단련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쉬운 것보다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머리를 좋게 하는 활동 예를 들어보라고 하면 스도쿠, 기억력 게임, 퍼즐 등이 어김없이 나온다. 물론,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복잡한 활동이 필요한 ‘인지 예비능’을 키우는 데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단순 사고력만을 필요로 하는 게임보다는 여러 인지 영역을 자극하는 복잡한 활동이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인지 예비능’을 길러주는 좋은 활동으로 새로운 언어, 악기, 춤을 배우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책 쓰기(글쓰기) 활동도 무척 좋다. 바둑, 장기, 카드 게임 등을 하면 전략을 짜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이외에도 음악감상, 노래하기, 공예, 미술 등 만들기 활동과 대학 수업과 같은 수준 있는 강의를 듣는 것도 좋은 활동이다. 집에 어린아이가 있다면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같이 보드게임하고, 이런저런 것을 가르쳐 주는 활동을 추천한다. 

(사진 제공 : ㈜마음생각연구소)

필자는 지난봄부터 시니어들과 함께 보드게임 규칙도 정하고 팀별 게임도 하면서 두뇌 운동을 하는 수업을 진행했고, 얼마 전 ‘두뇌청춘 시니어 보드게임 대회’을 간소하게 열어 강좌를 마무리했다. 이 수업을 통해 치매 예방을 위해 두뇌 운동에 관한 동기가 크게 높아졌고 게임을 하며 두뇌를 많이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을 주셨다. 꼭 수업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지인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소일하는 것도 좋겠다.

■ 두뇌에 대한 흔한 오해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도전하고 배워가면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시니어 교육을 하면서 어려워도 끊임없이 도전하여 인지를 유지하는 분을 많이 보았다. 나이가 들면 나이 때문에 인지 저하가 당연히 온다는 생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도 ‘인지 예비능’을 키워가며 인지력 감퇴를 겪지 않거나 천천히 진행되는 것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생활 속에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인지 예비능을 키워간다면 가능하다.

중년이니까 아직 인지기능에 대해 걱정 안 해도 된다? 아니다. 중년에 노년을 대비해야 한다. 중년에 ‘인지 예비능’을 최대한 확장해 두면 노년이 되어 인지 건강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요새는 초로기 치매가 중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신중년의 라이프스타일이 남은 인생 후반기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지금 치매 예방을 위해서 두뇌 최적화를 하려고 한다면 복잡한 활동과 새로운 자극을 위한 도전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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