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로빈 윌리암스의 병 '루이체 치매', 전체 치매 환자의 10~25% 차지.. 집중력과 각성 상태 포함하는 인지기능의 변동 심해, 질병 초기부터 환시 증상 심할 수 있어

치매 발병 두려움에 쌓여 살기보다 건강한 습관과 인간관계로 현재를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 이것이 시니어 웰라이프 위한 마음과 시간의 가치소비

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로빈 윌리엄스는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다. 그가 나온 영화는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시기마다 영향을 주었다. 첫 번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학사 경고를 받고 졸업하기 위해 공부하던 필자에게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보게 했다. 인생 후반기를 보낼 새 직업을 고민할 무렵, 그때의 인생 그림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사회복지상담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두 번째 영화 <굿 윌 헌팅>은 상담사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추천받는 영화이다. 물론, 상담 공부를 하느라 영화를 즐기기보다 분석하며 보았지만, 역시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사람을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던 훌륭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에게 죽음을 선택하게 한 질환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로빈 윌리엄스 사망… 생전 ‘자살은 잘못된 해결 방법’이라 했는데” 라는 신문 기사 제목(조선일보 2014년 8월 13일 자)에서 당시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대해 의아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그가 죽기 전 생일을 맞이한 딸에게 “생일 축하한다. 젤다 윌리엄스. <중략> 항상 나한테는 꼬마 숙녀구나. 생일 축하한다. 젤다 윌리엄스, 사랑한다”라고 트윗을 보냈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는 기사(중앙일보)도 그의 팬들이 그 죽음에 충격을 느끼고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을 선택한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죽음을 선택할 당시만 해도 그의 질환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파킨슨병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우울증 등 으로 힘든 상황을 못 견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검을 한 결과 그는 루이체 치매를 앓고 있었다. 

■ 로빈 윌리엄스를 죽음으로 밀어버린 '루이체 치매'
 
로빈 윌리엄스는 자신이 무슨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고통 속의 나날을 보냈다.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고, 대사도 외우기 힘들 정도로 인지 장애를 겪으면서도 촬영장에서 죽을 힘을 다해 연기했다고 한다. 그는 밤마다 환각과 망상에 시달린 후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 수잔에게 “내 뇌를 재부팅하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치매는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삶의 절벽 끝에 서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실천에 옮겼다.

루이체 치매는 헛것을 보는 환시(幻視) 증상이 두드러지는 치매이다. 퇴행성 치매의 원인 중 알츠하이머병 치매 다음으로 흔한 치매로, 전체 치매 환자의 10~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체 치매는 뇌 속에 루이체라는 물질이 침착하여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루이(Lewy)라는 의사가 발견하여 루이체 치매라고 부르게 되었다. 루이체 치매의 주요 특징은 집중력과 각성 상태를 포함하는 인지기능의 변동이 심하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극도로 다양하게 인지 저하 변동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는 이런 증상들은 아주 말기에 나타난다. 그리고 경직과 느린 행동, 몸의 떨림 등 파킨슨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과 루이체 치매의 다른 점은 파킨슨병보다도 루이체 치매가 치매 증상이 더 심하고, 운동 증상은 대부분 경직에만 국한되어 느린 행동이나 몸의 떨림은 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질병 초기부터 환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수면 중에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환시가 나타난 사람에게 욕하거나 이상한 행동도 할 수 있다.

(사진제공: ㈜마음생각연구소) 

로빈 윌리엄스는 사망하기 3개월 전부터 인지가 빠르게 나빠져서 대본을 한 줄 외우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는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피검사와 MRI 촬영 등을 반복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결국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증상은 심각해져서 얼굴 근육이 굳어져서 표정이 없어지고, 걷는 것도 힘들어지고, 대화도 어려워졌다. 이런 증상보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환각, 망상, 편집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 증세였다. 오죽했으면 뇌를 재부팅하고 싶었을까? 밤새 정신증세에 시달려 주변 사람에게 문자를 보낸 뒤, 아침에 느꼈을 그의 절망감과 죄책감이 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아마도 <굿 윌 헌팅>의 명대사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니야).” 즉, 그가 자신이 윌과 많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사해 준 말을 정작 자신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열연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시를 읽어주면서 명대사가 된 ‘카르페 디엠’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존 키팅은 “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라는 시를 말하면서 왜 시인이 이런 시를 썼는지 묻는다. 그리고 “왜냐하면 우리는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낡은 사진 속의 희망에 찬 젊은 선배들이 결국에는 사회관습에 얽매여 평범한 삶을 살다가 죽어갔음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사회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자유의지를 갖고 용기 내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사진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날마다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치매를 100% 피해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은 높아진다. 50대를 넘어서면 치매 걱정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이를 더 먹을수록 그 수는 더 많아진다. 그렇다고 너무 치매 걱정에 매여 살지는 말자. 로빈 윌리엄스처럼 조기 발견이 어려운 치매에 걸려 고통받기도 하지만, 정기검진 챙기고, 성인병 예방하듯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고, 사람들 속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 기본적인 치매 예방법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져 있다. 이 하루를 고령화 사회로 생겨나는 문제들을 마치 자기에게 생길 일처럼 걱정하며 보내기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자. 오늘 하루를 가치 있게 살아가기를 7일 계속하면, 일주일을 가치 있게 살게 된다. 오늘도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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