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서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은 122년 5개월 14일을 살고 사망한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1875~1997년)이다. 2022년 일본에서 119세로 사망한 다나카 카코가 그 뒤를 잇지만 120세를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미국 생물학자 레오나르도 헤이플릭(L. Hayflick)은 “인간의 세포는 한 번 분열하는 데 평균 30개월(약 2.5년)이 걸리고, 평생 50회 분열한 뒤 멈춰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의 한계수명은 2.5년×50회인 125세이다"라고 했다. 노화와 장수를 연구한 학자들은 동물의 수명을 성장 발육 기간의 5~6배로 보았고, 사람은 20~25세에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120~125세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조만간 많은 사람이 호모-헌드레드(homo-hundred)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20.3%가 되면서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회원국의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은 80.5세이다.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202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이보다 3년 정도 더 긴 83.5세이다. 그리고 2065~207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90.9년으로 예상된다. 2023년 7월 현재, 한국에는 100세 이상의 노인은 9,036명이고, 예비 백세인(centenarian, 90~99세)은 289,859명이다. 백세가 먼 미래처럼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백세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 웰라이프를 위한 건강수명

“9988 1234”는 전화번호 뒷자리 같은 숫자 배열이지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하루 이틀 앓다가 사흘 만에 사(死)하자”는 의미로 건강하게 살다가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시니어의 소망을 담은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어도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들 사이에는 유행어이다. 인생의 말년 10년이 가장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위안을 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수명(disability adjusted life expectancy)은 기대수명보다 10년 정도 더 짧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유병기간을 차감한 수명기간을 말한다. 그래서 건강수명은 실제로 건강하게 산 기간을 말하는데, 이는 시니어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건강수명이 길어야 인생 말년의 고통스러운 기간이 짧아진다.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40대부터 다양한 건강관리 예방활동을 해야 한다.

이시형 박사(세로토닌문화원장)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특히 장건강과 뇌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박사는 “기분이 나쁘면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다. 반대로 소화가 안 되고 배가 더부룩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장과 뇌는 이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장에서 70% 면역을 만들기 때문에 올바른 식사 습관, 유기농 식재료, 균형 잡힌 식단, 한국의 전통식당이 중요하며, 뇌에서 30% 면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체험, 자연치유력 향상, 자연 명상 등을 해야 한다.”면서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시형 박사는 『면역증진 다이어트키친』에서 건강수명을 늘리는 올바른 식생활의 8가지 원칙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① 채식 기반의 식이요법을 하고 배설에 관심을 갖는다.
②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③ 질 좋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먹는다.
④ 한국 전통식 유기농 나물 음식을 먹는다.
⑤ 12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⑥ 소식하자. 배가 70~80%만 차도록 먹는다.
⑦ 한 달에 5일간 소식한다.
⑧ 뇌에 좋은 음식(Brain Food)를 먹는다.

백세인생은 재앙일까? 축복일까? 축복받은 백세 인생을 맞이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는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

 

■ 치매 노인에게 희망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3가지 뻔한 거짓말은 노인의 “내가 이젠 죽어야지”, 처녀의 “시집 안 간다”, 그리고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노인의 뻔한 거짓말은 백세시대에는 예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80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치매 노인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하지 못하고 치매 상태에서 오래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증상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라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병이다. 그래서 지금 경도인지장애 혹은 경도치매진단을 받았다고 건강수명이 끝났다고 속단하지 말자. 중증도 치매 상태가 아니라면 혼자서 독립적인 생활을 충분히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건강수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인지건강 관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치매가 서서히 진행하도록 치매의 발목을 잡아보자. 필자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을 받고도 오랫동안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 중에서 치매 노인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한 어르신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충남 서천에서 사시는 이을순(89세) 여사님. 혼자서 필자가 출간한 『매일매일 두뇌튼튼』 워크북 시리즈 출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시면서 치매건강관리를 하고 계신다(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필자는 얼마 전에 충남 서천에서 사시는 이을순(89세) 여사님을 만났다. 필자가 출간한 『매일매일 두뇌튼튼』 워크북 시리즈 출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시는 소위 필자의 빅팬(big fan)이다. 작년에 여사님으로부터 필자의 워크북으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며 워크북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감사 손 편지를 받고 사실 조금 놀라기도 하고 큰 보람도 느꼈다. 어떤 분인지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에 실행에 옮겼다. 

이 여사님은 곱게 단장을 하시고 필자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식탁 옆에 쌓여 있는 교재와 활동지를 보고 여사님이 얼마나 열심히 혼자서 활동을 하셨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여사님과 워크북 활동도 함께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여사님의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그간 활동한 워크북을 일일이 펼쳐 보이며 시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었다. 내년이면 90세가 되는 어르신이 혼자서 이렇게 꾸준히 인지 활동을 하며 인지 건강을 챙기시는 모습에 필자 역시 경외감을 느꼈다. 

이을순(89세) 여사님의 워크북 (사진 제공: (주)마음생각연구소)

좋은 곳에서 점심 대접을 하고 싶다고 신문에서 식당 광고를 오려 준비하신 어머님의 정성에 ‘내가 뭐라고 이렇게 고마워하시고 이렇게 대접을 하시는가….’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식당을 오가는 차 안에서 고부가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시어머니의 인지 건강을 넌지시 점검하고 챙기는 며느리의 세심함에서 여사님이 가벼운 치매를 겪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이 여사님은 인지가 너무 좋다. 그런데 계속 차 안에서 “요새 자꾸 깜박깜박해. 이제 갈 데를 가야 하는데….“라며 노인의 뻔한 거짓말로 하소연을 하셨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여사님은 치매 증상이 진행되는 것을 몸소 느끼시며 더 건강하게 지내시고 싶은 소망을 한국인의 3대 뻔한 거짓말로 투박하게 표현하셨을 것이다. 

서울에 돌아와서 이 여사님이 8년 전에 치매 5등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놀랐다. 8년 동안 치매 진행에 잘 대처하고 있는 여사님의 이야기가 갓 치매 진단을 받은 분들에게 큰 위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사님은 자신의 노력으로 8년 이상의 건강수명을 늘리신 것이다. 이 여사님 외에도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고 열심히 자신의 노력으로 인지 건강 상태를 잘 관리하는 분들을 여러 분 만났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지 건강을 잘 관리하고 좋은 생활습관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으로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경도인지장애나 경도치매로 진단받은 분들은 의기소침하지 말고, 인지 건강관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시라! 

■ '건강한 노년의 삶, 9988 1234'

『노년의 의미』의 저자 투르니에는 “직업 이외에 어떤 다른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은 은퇴 후에 죽음을 맞을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은퇴 전에는 생계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자연적 삶’을 살았다면, 은퇴 후에는 다양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여가를 즐기는 ‘문화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일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노인들은 대다수 활기차다. 일본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 이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노인의 경우 퇴직 후 전업이든 부업이든 일을 하는 동년배보다 건강이 빨리 나빠졌다. 은퇴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 외출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급속하게 줄어든다. 이럴수록 더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자원봉사, 종교 활동, 친구 모임, 복지관 수업 등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활동을 하다 보면 심신의 건강이 좋아진다. 외출하면서 길을 걷다 보면 주변의 풍경으로부터 많은 인지 자극을 받게 되어 인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여가활동이나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9988 1234’를 “99세까지 팔팔하게 일(1)하다가 이삼일(2,3) 앓고 사(4,死)하자!”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앞선 해석보다 이 해석에 더 동의한다. 가치 있는 백세인생을 맞이하기 위해서 투르니에가 강조한 ‘문화적 삶’과 이시형 박사의 ‘건강수명을 위한 8가지 원칙’을 참고해서 각자에게 맞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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