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양은미 

[칼럼니스트-양은미]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하루 중 약 90%를 실내에서 보낸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 사람들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두 시간 더 많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운동 시간이 줄어들어 운동 부족을 가져온다. 운동 부족이 습관이 되어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운동 부족이 부정적인 성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걷기’를 규칙적으로 하던 사람은 며칠만 걷지 않으면 금방 몸이 피로하거나 무거워지고, 기분이 뚝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은 다시 밖으로 나가 산책하는 것이다. 

 

 

■ 운동 부족,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운동 부족이 부정적인 성격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체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움직임이 없는 삶은 건강하지 못하다. 비활동성으로 인해 근육량이 감소하고,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 건강 상태가 나빠진다. 그리고 뇌에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비활동성으로 인해서 일반적인 인지 기능과 감정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신체활동이 감소하면 성격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인 ‘빅 파이브(Big Five)’ 중에서 세 가지에 변화가 나타난다. ‘빅 파이브’는 성격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o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을 말한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며, 광범위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주변 환경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여행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성실성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호성은 다른 사람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성향으로 이타심, 애정, 신뢰, 겸손 등과 같은 특성을 포함한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사교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편안하게 말하며,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신경성은 분노, 우울, 불안과 같은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끼는 성향으로, 신경성이 높다면 변덕스럽고 짜증을 내는 경향이 있고, 자존감이 낮다.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신체활동이 줄어들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외향성, 그리고 우호성이 감소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성격 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몸을 움직이고 활동량을 늘린다면 부정적인 성격 변화에 반전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점을 잘 활용해 보자.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화창한 날에 밖에 나가서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 문을 열고 나가 한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뚫리는 경험을 자주 한다. 누구나 가볍게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울감이 심하여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 주요우울장애이다. 주요우울장애는 최소 2주 이상, 하루 중 대부분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 흥미 저하, 식욕 및 체중의 변화, 수면장애, 무가치감, 피로, 자살사고 등이 동반된다. 주요우울장애는 일생에서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한다. 한국인 3~5%가 일생에 한 번 이상 주요우울장애를 보이며, 현재 인구 중 5-10%가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울장애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정신치료 등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하여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 우울증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다.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사무엘 하비(Samuel Harvey)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매주 최소 한 시간 운동을 할 수 있다면 향후 발생할 우울증을 약 12% 예방한다고 한다. 작은 운동량의 변화에도 우울증에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는 흔히 겪을 수 있는 기분 나쁜 감정이나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과 같은 일시적인 불쾌감을 없애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정기적으로 걷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웰빙’ 느낌을 오랜 기간 상승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은 “젊은 시절 나의 휴가는 걷기였다. 하루에 25마일을 걷고, 저녁이 되면, 단순히 앉아서 느끼는 즐거움으로 인해 무료함을 달래 줄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었다.”라고 했다. 필자는 ‘걷기’가 몸에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요즘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연구에 수긍이 간다.

■ ‘걷기’, 뇌에 미치는 영향은

20세기 중반(1960s)까지만 해도 성인이 되면 뇌세포가 새로 생성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데 1990년대 활발한 뇌과학 연구 결과, 학습이나 여러 환경에 따라 뇌세포는 계속 성장하거나 쇠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성인 뇌의 일부 영역,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기억센터인 해마에서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인간의 뇌에는 약 860~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감각 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뇌로 전달하면, 뇌에서 판단하여 명령을 내린다. ‘신경가소성’이란 뇌의 신경세포가 새로운 자극으로 평생 자라고 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뇌가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따라 기존의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그 형태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다. 2006년 발표된 ‘런던 택시 운전사’ 실험에서는 매우 복잡한 길을 운전하는 런던 택시 운전사의 뇌와 일반인의 뇌를 비교했다. 그 결과 택시 운전사 뇌의 경우 장기 기억과 공간을 관장하는 해마 영역이 더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스웨덴의 요나스 프리센(Jonas Frisen) 박사는 해마의 신경세포 나이가 제각각이라는 연구 결과를 ‘셀(Cell)’에 발표하였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새로운 뇌세포 증식을 돕는다. 낮에 규칙적으로 걷는다면 심장, 폐, 뇌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박동하는 심장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여 뇌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다. 몸의 규칙적인 움직임은 뇌에서 새로운 혈관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후 새로운 뇌세포 생성을 지원한다. 그래서 규칙적인 걷기나 움직임은 뇌 속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근육세포는 사용하지 않으면 도태되듯이 뇌세포도 마찬가지이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손실됨에 따라 뇌의 기능도 저하된다. 뇌의 역할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행하는 모든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뇌는 사고, 기억, 문제 해결, 기분 조절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지원한다. 따라서 뇌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은 성격, 감정과 뇌 구조 자체의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규칙적인 리듬과 속도로 걷거나 움직인다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개선된다. 따라서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서 게으름을 피우는 생활은 몸과 뇌 건강에 좋지 않다. 

앉았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혈압과 혈류, 에너지 소비, 신진대사에 즉시 변화가 온다. 특히, 규칙적이고 빠른 걷기는 심장을 운동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심장에서 생산하는 혈액의 20%가 산소와 에너지 소비가 큰 뇌로 가기 때문에 걷기는 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 '걷기', 도시병의 가장 좋은 약

영국의 란셋(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해마다 500만 명이 생명을 잃고 있다. 하지만,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매일 8시간 이상이라도 하루 1시간 운동을 하면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운동 부족으로 생기는 도시병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현대인에게 만연된 대표적인 도시병으로는 심장병, 고혈압, 비만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의 병으로는 우울증이 있다. 이것들은 치매 발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질환들이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려면 우선 이러한 도시병들을 예방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격언 중 “걷기는 가장 좋은 약이다.”라는 말을 새겨들어야겠다. 걷기는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건강을 위해서 뭔가 거창한 것을 계획하기 전에 지금 바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걸어보자. 건강한 걷기의 가치인 ‘도시병의 가장 좋은 약’을 자가 처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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