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신인류인 ‘포노사피엔스’의 시대, 인간다움 잃어가는 질환인 '치매' 피해 가기 어려워

치매예방에서 강조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 그중에서 '운동'은 필수 ... 어릴 때 운동습관 만들어 주는 것은 '치매 예방 가치소비'이자 '가치투자"

칼럼니스트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칼럼니스트-양은미] 필자는 약속 시간에는 10분 정도 일찍 가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작년 여름 어느 날,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버스 정류장에 나왔다. 늘 하던 대로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스마트폰이 없었다. 그냥 저기 오는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를 다녀온 뒤, 집에 가서 가져올까? 아니면 지금 당장 집에 갔다 올까?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다는 나의 신념이 단 몇 초 만에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에 꺾였다. 스마트폰이 없다는 불안감에 집으로 다시 향했다. 사실, 하루 반나절 스마트폰이 없어도 잘 지낼 수 있는데….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신조어 노모포비아는 2018년 케임브리지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스마트폰에 일과를 의존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없으면 괜히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낀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할 일도 없이 스마트폰을 시도 때도 없이 만지작거리며, 스마트폰을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때로는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호모사피엔스는 어느새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신인류인 ‘포노사피엔스’가 되었다.

■ 포노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의 고달픔
 
스마트폰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고 놓았다. 이미 오래전에 거리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 이제는 은행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금인출 외에는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어 방문객이 줄어든 작은 은행은 ATM만 남겨두고 사라지고 있다. 카페나 음식점에 주문받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키오스크나 스마트 패드가 대신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오랜만에 찾아간 은행이 사라진 것을 보고 다른 지점을 묻는 어르신에게 스마트폰으로 제일 가까운 은행을 찾아 알려드렸다. 고맙다며 발길을 돌리시는 어르신 뒷모습에서 고달픔이 느껴졌다. 

음식점 키오스크 앞에 음식 주문이 서툰 어르신이 있으면 뒤에 서 있는 줄은 길어진다. 뒤에 서 있던 젊은 사람이 주문을 도와주면 줄은 다시 금방 줄어든다. 도움을 받은 어르신은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길에 걸려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강좌 신청 안내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된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2022년에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 조사에 따르면 어르신 10명 중 7명은 이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노인복지관은 대부분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이용률도 전국 노인 인구를 생각해볼 때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어르신은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배우는 것을 자식이나 손주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시니어 교육과 집단상담을 하면서 들은 포노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어르신들의 경험담이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일들을 스마트폰으로 척척 해결하는 새로운 앱의 출시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에게는 배워야 할 과제가 생겨 고달픈 일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야속하다.

■ 포노사피엔스의 육아 방식을 바라보며

디지털 기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마법의 요술 램프이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면 엄마는 스마트폰을 아이 앞에 놓아주고 손가락 몇 번 클릭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열어준다. 아이 울음이 순식간 사라지고 아이의 눈은 스마트폰에 꽂힌다. 그제야 엄마는 편안하게 함께 온 지인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식당에서 자주 보게 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텔레비전이 하던 일을 이제는 스마트폰이 대신하여 장소를 가릴 것 없이 우리는 아이를 위해 재밌는 콘텐츠를 불러낼 수 있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필자는 초등학교 상담 봉사를 하며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자주 만났고, ADHD로 의심되는 아이들을 꽤 보았다. 자신의 롤모델이나 미래 꿈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스마트폰 게임의 주인공이나 유명 유튜버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로 인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비대면 시대를 거쳐 성장한 아이들은 특히 불편한 말과 자기 생각을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이모티콘과 문자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말로 상대방에게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상대방에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직접적 소통 방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옛날 사람처럼 굴고 싶지는 않지만, 스마트폰도 없고 학원도 갈 필요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낸 신중년은 비록 도시에 살더라도 집 밖의 놀이터에 나가 옹기종기 아이들과 모여서 흙도 만지고 꽃, 풀, 돌 등 주변에 보이는 것을 장난감 삼아 놀았다. 이렇게 직접적인 사회적 접촉을 통해 상대방 마음과 입장을 파악하며 공감 능력을 키웠다.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을 말, 표정, 몸짓 등으로 느낀다. 이런 것을 이모티콘이나 문자가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사회적인 접촉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하게 되면 공감을 배우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한,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뭔가 해보면서 실패하고 성공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그 속에서 의지도 생기고 자기 생각과 정체성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집착하며 매달리기 시작하면 이렇게 자기 생각, 의지, 정체성을 키워갈 시간이 없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이미 청소년기 이전부터 모바일폰에 익숙한 세대이다. 그러다 보니 더 쉽게 스마트폰을 육아에 활용하게 된다. 필자는 남자아이를 둘이나 키워봤기 때문에 충분히 육아 스트레스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두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대화하는 것보다 스마트폰과 시간을 보내려 할 것이다. 아마 방에서 엄마한테 문자로 간식을 가져다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힘들겠지만 지금 제일 예쁠 때 아이 눈을 한 번이라도 더 마주치고 이야기하며 달래는 것이 먼 훗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포노사피엔스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지키려면

포노사피엔스들도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질환인 치매를 피해 가기 어렵다. 치매 예방에서 강조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그중에서 운동은 빠질 수가 없다. 

‘디지털 치매’로 디지털화에 대한 위험성을 알린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는 치매 예방책의 중요한 요소로 아동·청소년기에 교육을 통해 최대한 높은 지적 수준에 도달할 것과 건강한 육체 활동을 들었다. 사람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성장의 정점에 다다른 뒤, 쇠퇴하기 시작하고 쇠약해진다. 도달한 최고의 정점이 높을수록 떨어지는 데 오래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능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동·청소년기에 교육을 통해 최대한 높은 지적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신체 운동으로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란다는 것이 최근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그래서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는 ‘뇌에 가장 좋은 조깅은 육체적 조깅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세대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지가 떨어진 어르신의 인지 교육을 담당하는 AI 로봇, 아이를 교육하는 에듀테크 제품 등의 급격히 발달하는 AI를 활용한 에듀테크 제품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하루 자고 나면 내일은 또 무슨 기술이 나올까? 우리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AI 기술이 고맙지만 나와 똑같은 인간다움도 갖춘 AI를 마주할 것 같아 사실 두렵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포노사피엔스 세대이지만 일주일에 하루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 손을 잡고 공원이나 산 등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가족끼리 '스마트폰 프리 데이(smartphone free day)'를 즐기며 인간다움을 키워주고 지켜나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시간과 힘 등을 들여 아이에게 운동습관을 붙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치매예방은 어릴 때부터 생활습관화 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어른, 어르신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다. 이를 위한 운동습관 만들기는 건강한 삶을 위한 가치소비이자 가치투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P.S.: 필자의 저서 ‘치매에서 웰라이프 시니어 절대상식’ 초판 1쇄를 구매한 독자에게 책 속에 ‘뇌졸증’이라고 오타를 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뇌졸중’이 맞는 말입니다. 미처 섞어 사용한 것을 놓친 점 사과드립니다. 2쇄에서는 모두 수정하여 바로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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