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양은미] 필자는 신중년을 위한 ‘건강가정론’ 세미나에 사용할 수업 자료를 준비하다가 사람들을 나이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하는 것을 알았다. 필자는 50세를 넘긴 지 오래되었지만 스스로 고령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만 50세부터 ‘준고령’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에 좀 의아했다. 법적으로 만 55세 이상부터 ‘고령층’, 만 65세부터 ‘노인’으로 분류된다. 

2013년에 고용노동부가 만 40세부터 64세를 ‘중장년’이라고 지칭하고, 중장년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면서 ‘중장년’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만 50세에서 만 69세를 ‘신중년’이라고 부르면서 재취업과 창업 등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신중년은 ‘액티브시니어’에 해당한다. 몇 년 전부터 소비시장에 큰 손으로 등장한 액티브시니어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갖고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은퇴 생활을 하는 50~60세대를 말한다.

이렇게 나이로 명칭을 분류하다 보니 50대가 인생에 있어서 큰 의미와 전환점을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나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나이 쉰에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한 데서 유래되어 ‘지천명(知天命)’은 50세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여기서 ‘천명을 안다’는 건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40대까지는 개인적인 경험을 갖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며 묵묵히 살아왔다면, 50세인 지천명에 이르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하늘이 만든 삶의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다. 

백세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50세는 인생의 전반부를 끝내고 후반부로 들어가는 전환점이다. 인생의 절반 즈음에 이르러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제까지 숨 가쁘게 걸어왔던 삶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인생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천명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순리대로 인생을 바람직한 삶으로 채워가기 위해서는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The power of Myth)』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당신은 인생에서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라, 당신의 삶이 어떠했는지, 당신의 삶에서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하나도 못 했고, 당신의 몸과 마음이 가고자 했던 곳은 한군데로 가보지 못했다고 느낄 것이다.”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이제까지 삶의 가치를 외적 성공에 몰두한 것이다. 

50세가 넘어서 인생 후반기에는 삶의 무게 중심을 외적 성공에서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 와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삶의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신체 건강부터 마음 건강까지 다시 살펴보고 나머지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설령 백세를 산다는 보장이 있더라도 인생 전반부의 50년과 인생 후반부의 50년의 삶의 무게와 모습은 다르기 때문이다. 

■ ‘신중년의 위기’ 치매

인생은 한 번만 할 수 있는 삶의 여행이다. 즐겁게 출발한 여행도 길어지고 짐이 무거우면 쉽게 지친다. 특히, 인생 여정의 중간 지점 즈음 오면 책임감과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엄청나게 짐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종종 그 짐을 확 내동댕이치고 그만 포기하고 싶어진다.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고령 사회가 되면서 중년은 신중년으로 길어지고, 여행의 짐 속에는 ‘치매’라는 커다란 돌덩이가 쑥 들어온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버릴 수 없는 짐에 사람들은 무방비 상태로 주저앉는다. 그래서 ‘신중년의 위기’를 가져오는 치매는 무섭다. 부모에게 발병하는 노인성치매는 치매 환자 가족으로서 돌봄의 무게로 짓누르고, 자신에게 온 초로기치매는 여기에 치매 환자로서의 어려움까지 더한다. 

(사진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지난 토요일 필자는 세계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생을 대상으로 ‘신중년의 건강가정론’ 세미나 수업을 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사이버 대학의 특성상 나이가 많은 신중년의 늦깎이 대학생들이 많다. 사회복지학과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초로기치매는 낯설다. 그래서 초로기치매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신중년에게 초로기치매는 노인성치매와 달리 지금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초로기치매는 치매 원인 질환과 상관없이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말한다. 초로기치매 증상은 노인성 치매 증상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젊어서 발병하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젊은 나이에 치매를 상상하기 어려워서 진단이 늦어진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어렵고, 대부분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뒤 병원을 찾는다. 초로기치매의 경우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계속 직장을 다니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직업을 그만두게 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도 초로기치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부족으로 인해 초로기치매 환자와 가족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겪는다. 더욱이 초로기치매 환자는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렸다는 생각에 쉽게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이로 인해 퇴행성 뇌 변화가 빠르게 올 수 있어서 주변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초로기치매는 노인성치매와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혈관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경우는 30~40대에 발병하며,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일으키는 돌연변이는 세대를 거르지 않고 바로 자식에게 발병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아주 드물다. 젊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혈관치매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음주 등 나쁜 생활습관으로 발병된다. 특히 음주 후 필름 끊김(black out)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초로기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음주를 줄이거나 단주를 할 필요가 있다

치매는 약간의 유전적인 요소도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생활습관병으로,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나오지도 않았다. 특히, 치매가 처음 생겨서 발병하는 데까지 7~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신중년이라면 지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치매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치매 예방 수칙은 다음과 같다. 실천해 보면 좋겠다.

•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혈증을 조심한다. 
• 과음, 흡연하지 않는다.
• 우울증이 있으면 꼭 치료한다.
•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해 본다. 
• 머리 부상을 주의한다. 
• 의식주는 독립심을 갖고 스스로 처리한다.
•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한다. 
• 건강한 식생활을 합니다. 설탕,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다. 

■ 지천명(知天命)으로서 삶의 방식

칼 융은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 것 없어지고, 아침에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생 후반기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또 어떤 즐거움을 찾을지 모른다. 인생 전반기를 막 마치고 후반기에 입장하는 지천명 50세부터는 생로병사(生老病死) 순리에 따라 주어지는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 병에 대해서 잘 대처하도록 예방하고, 병에 걸리면 병을 잘 다스리면서 죽음을 지혜롭게 맞이해야 한다. 

80세 이상 노인 두 분 중 한 분은 치매 노인일 수 있다는 통계 수치에서 우리는 어렴풋이 우리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 인생의 여행 짐 속에 훅 들어온 치매에 무방비로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키워가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 치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무엇보다 치매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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