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번 여름에 2박 3일 짧게 여행 가자.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음... 글쎄?"짧은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들뜬 남편 앞에서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고 싶은 곳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이라... 포유류의 범위 안에선 종을 막론하고 평생 동안 뛸 수 있는 심박수가 정해져 있다고 하던데, 내 여행심박수는 모두 고갈되어 버린 것일까.우리는 차가 없는 뚜벅이 가족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여행은 고속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한 지역을 몇 개 추리고 나면
[컨슈머와이드-박은주] "흠... 먹을 수는 있어."콩물을 한 숟갈 떠먹은 남편이 곤란하게 웃으며 나에게 속삭였다. 식당 반찬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어도 교체를 요청하기보다는 이물질만 조용히 제거하고 먹는 성향인 남편과 나는, 톡 쏘는 콩물 앞에서 참고 먹어야 할지 바꿔달라고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탕수육과 삼선짜장이 유명한 그 집에서 콩국수를 주문하다니... 손님으로 꽉 찬 중식당에서 쉬어버린 콩국물이 있다는 건 그야말로 이 가게에서 콩국수를 찾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콩물이 쉬어버린걸 가게 주인의 성실 문제로 몰아가긴 힘
[컨슈머와이드-강성미] 여름철, 우리 한국인에게는 특별히 보양식을 챙겨 먹는 날이 있다. 바로 '복날(伏날)'이다. 초복, 중복, 말복 이렇게 3번 있는 복날에는 삼복(三伏)더위 속에 축난 우리 몸을 잘 다스리고 보충해주어 건강하게 여름을 나도록 특별식을 챙겨먹는다. 이 때 삼계탕 등 육고기를 주로 많이 챙겨 먹는데 이대신 필자는 '한국전통약선채식 보양식'을 추천해 보려고 한다. 체질적으로 육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 자신의 소신에 따라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인 및 비건인, 꼭 이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채식을 즐겨하는 이들, 채식에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다크서클, 레이저로 해결하세요. 바로 일상생활 가능! 개원기념 여름특가 10회 OO만원!''다크서클'로 인터넷 검색을 몇 차례 시도한 끝에 나는 드디어 집 앞 피부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10회에 OO만원이라, 광고만 보면 레이저로 색소침착만 해결하면 된다니 이보다도 간편한 방법이 없었다. 화장으로도 가리어지지 않는 다크서클로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스트레스받느니, OO만 원이라...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광고문구를 거듭 읽은 후, 광고모델의 시술후기를 사진으로 보니 확신도 생겼다. 그래, 다크서클을 없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선생님 저기 소파에 편하게 앉으시고요. 검사는 3분 후에 진행할게요. 호흡 편히 하시고요."갈색의 포근한 소파에 앉아 등을 눕히고 팔을 놓으니, 잠시 후 간호사가 커다란 집게를 몸 여기저기에 부착했다. 암막커튼이 쳐졌고, 가습기에서 솔솔 수증기가 올라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검사야말로 정말 껌이지. 온몸에 힘을 풀고, 소파에 머리를 뉘이고, 팔을 더 편히 놓고 호흡을 길게 길게..."검사 끝났습니다."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려고 시도할 때쯤 검사가 끝났다. 일주일 후 이메일로 받아본 자율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처음 전화 걸어 이런 얘기해서 미안한데..."점심시간이 지나고 사무실 책상에 앉으니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들려오는 음성은 여자였는데, 여자는 나를 알고 있는 듯했다. 아무리 들어도 아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나도 방금 경찰서에서 전화받았어. 너도 정신없겠지만, 너밖에는 전해줄 곳이 없어서... 옆에서 잘 신경 써줘."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전화 온 그 여자는 언니의 고등학교 동기였다. 방금 언니가 자살시도를 했다 실패했다고 한다. 자살시도 실패라... 언니가 자살에 실패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스
[컨슈머와이드-강성미] 여름철, 우리 한국인에게는 특별히 보양식을 챙겨 먹는 날이 있다. 바로 '복날(伏날)'이다. 초복, 중복, 말복 이렇게 3번 있는 복날에는 삼복(三伏)더위 속에 축난 우리 몸을 잘 다스리고 보충해주어 건강하게 여름을 나도록 특별식을 챙겨먹는다. 이 때 '삼계탕' 등 육고기를 주로 많이 챙겨 먹는데 이대신 필자는 '한국전통약선채식 보양식'을 추천해 보려고 한다. 체질적으로 육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 자신의 소신에 따라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인 및 비건인, 꼭 이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채식을 즐겨하는 이들, 채식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아직도 소식 없나?""한 달 동안 연락도 없다. 아무리 무료라도 물건 파는 게 참 쉽지 않네."남편과 나는 한 달 내내 아파트 복도에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는 유아차를 바라보았다. 벌써 한 달째 무료 나눔 스티커를 붙여 중고마켓에 내놓았지만 누구 하나 연락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달 말까지 유아차가 팔리지 않으면 남편은 분리수거날 돈을 내고 폐기물로 접수하겠다고 했다. 아이의 5살을 함께한 유아차, 검정 색 천에 일곱 색깔 작은 별들이 흩뿌려진, 어찌 보면 시골장터 화려한 꽃문양 몸빼바지의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들어가실까요?"선선해지려는 여름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강남역 인근 비스트로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멀끔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메신저로 서로 얼굴을 사진으로 본 터라 간단한 목례만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아름다운 레스토랑에 와본 적이 있었던가. 높은 천장에 달려있는 노란 조명들이 화사했고, 빨간 벽돌이 감성을 더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급레스토랑을 두루 살폈다. 갈색빛 나무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얗고 커다란 파스타그릇에 바질이 뿌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상! 그리고 박은주는 조회 끝나고 잠깐 교무실로 오도록."고등학교 아침 조회시간, 담임 선생님의 건조한 말투에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나는 강남 8 학군의 가장 유명한 여고를 다니고 있었다. 의사, 검사, 변호사, 판사, 외교관, 국회의원, 대기업 부장 등이 부모의 직업인 아이들이 많았고, 하교 시 학교 정문에는 아이를 픽업하는 검은 세단들이 줄 지어 대기했다. 정규과정으로 발레도 배웠다. 동대문에서 구입한 토슈즈와 발레복을 입고 "를르베, 플리에"를 외치는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동작을 하
[컨슈머와이드-박은주] 故 "양재수" (집사)님께서 2023-06-08 별세하셨습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진행하므로 조문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재수는 출국을 준비 중이었다. 딸린 가족들이 걱정되었지만, 남은 식구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흔들릴 수 없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4남매 중 장남이었던 재수는 약수동 양씨 집안의 희망이었다. 공부할 공간 하나 없었지만, 서울의 유명한 대학에 바로 합격했고,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느그 과메기 모르제? 물미역이랑 싸서 초고추장 찍어먹으면 맛있다.""아이고, 과메기야 서울에서도 다 먹지마는, 니, 조개로 국물 낸 나물탕국 먹어봤나."명절에 고향에 갔다가 동아리방에 모인 친구들은 저마다 고향의 향토음식을 자랑했다. 성남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라온 나는 한참을 듣고 있다가 한마디 던졌다."저기요. 잠시만요. 여기서 가자미식해 먹어 본 사람??" 가자미식해는 함경도의 향토음식으로, 건가자미를 양념해서 만든다. 의정부 외갓집에서 명절음식이라고 접시에 담긴 그 음식을 볼 때마다 나는 미간을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번 시합도 대단했어. 종료 38초 전에 3점 슛이라니... 조마조마했지 뭐야."슬램덩크 열풍이 불던 지난 2023년, 엄마는 우연한 기회에 농구구단의 시니어요원으로 발탁되었다. 평소 농구와 먼 삶을 살아온 엄마는 임시직으로 고용해 준 기업에 감사한 점이 참 많았다. 이 나이에 엄마를 뽑아줘서, 출근하면 점심을 줘서, 커피와 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어서, 농구단체응원복을 줘서, 회식을 시켜줘서, 가족초대혜택을 줘서, 응원단장을 마주칠 수 있어서... 회식이라면 피할 생각부터 하고, 단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오늘도... 도시락?"마음이 따뜻한 부장님은 점심시간에 홀로 회사 사무실에 남는 나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뭐라도 사줄까?" "아뇨. 저 도시락 싸왔어요. 감사합니다."채밍아웃*한 지 벌써 1달째, 아무래도 돌연 채식주의자가 된 나의 존재가 배려심 많은 우리 동료들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듯했다. 1시간 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부장님이 편의점에서 산 오렌지주스를 건넸다. "이거라도 먹으라고."(*채밍아웃이란? 채식'과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 본인이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뉴스 봤어? SNS피드에 갑자기 떠서 봤는데 댓글 보니 사람들이 난리더라."퇴근한 남편의 핸드폰에 뜬 뉴스에는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위하는 사진이 걸려있었다."혹시 아는 사람이야?"사진을 유심히 보던 나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몇 년 전 내가 채식 팟캐스트를 제작했을 때 잠깐 인연이 닿았던 분이었다. 당시 패기와 열정만으로 2박 3일 비건캠프를 조직해 내는 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편으로는 아 저렇게 열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른 새벽 민박집 뒷산을 홀로 산책하던 나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뚜둑" 생리가 시작되는 소리는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민박집까지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챙겨 온 짐들을 뇌로 빠르게 스캔했다. 팬티 3장, 면바지 2개, 치마 1개... 간소해도 너무 간소했던 나머지, 생리대를 챙긴 기억이 없었다. 손님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민박집은 여전히 조용했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80대 할머니를 떠올리니, 이 민박집에서는 생리대가 나올 구멍이라고는 없어 보였다. 민박집이 위치한 곳은 지리산 둘레길 덕산-위태 구간, 그것도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LG생활건강의 ‘후’ 환유를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맛일까. 기자는 22일 LG생활건강의 ‘후’ 주관으로 열린 로얄 디저트 다이닝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사전 이벤트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참석자가 선정됐다. 기자는 해당 이벤트에 참여해 참석자로 선정되었고 해당 행사에 참석했다. 22일 오후 1시 기자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2길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로얄 디저트 다이닝 행사에 참석했다. 삼청동에 위치한 행사장은 ‘후’ 환유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자 한옥 대문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쌘님(선생님), 내가 링크 보내줄 테니까 시간 될 때 한번 읽어볼래요.""쌘님, 신청했습니꺼? 신청기간 얼마 안 남았던데, 사람들이 아직 많이 신청 안 했네.""쌘님, 이 분들 참 아름답다. 봉화에서 농사지으시는 분들인데, 삶 자체가 아름다워요. 쌘님도 아마 차차 알게 될 거예요."울산사시는 지인 L선생님은 집요했다. 안부전화인 줄 알았더니, 아름다운 농부단체가 있다고 대뜸 꾸러미를 구독하란다. "참 아름답다."는게 유일한 설명이었다. 설명이 어찌나 간단한지, 10년 전 한참 화제가 되었던 광고문구 "남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