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무이네에서의 사막투어. 화이트 샌듄으로 가는 동안 태양이 떠올랐다. 사막 위에서 봐야 할 일출이었지만 지프차를 달리며 보는 것도 좋았다. 그것 대로의 낭만이 있었다. 태양이 닿는 모든 공간을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화이트 샌듄에 도착해 태양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환희도 없는 이 평화로운 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황홀하고 찬란한 일출이라 하더라도 스쳐 지나갈 것이고 평탄하다 못해 지루한 순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다. 노력해서 이룬 환희의 순간은 잠깐 스쳐 지나갈 뿐, 그전과 다름없는 지루한 시간이 지속되고 남은 시간 역시 지루해 보인다. 어떠한 이유로 찬란함을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언제가 됐든 우리를 비춰줄 태양은 반드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소망을 갖고 인생을 사는 것, 정말 멋지지 않은가!

작가 문성민
작가 문성민

[컨슈머와이드-문성민] 새벽 4시 50분. 일출 투어가 포함된 지프 투어를 가는 중이다. 한 팀이 1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예약자들의 호텔을 돌며 픽업하는 방식인데 이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탑승했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서양인들이었다. 일출 시간이 다가와서 짜증이 올라올 때쯤, 숙취에 절여진 한국 남성 두 분이 지프차에 올라탔다.

“I’m sorry. 너 때문에 늦었잖아. 정신 좀 차려!”

“어제 술 많이 드셨나 봐요. 하하하”

  지프 차로 이동 중에 한 컷 (사진 제공 : 문성민)
  지프 차로 이동 중에 한 컷 (사진 제공 : 문성민)

친구에게 핀잔을 주고 있는 남자분께 말을 건넸다. 일출 시간에 늦어져 모두 화가 났다고 귀띔을 해줬다. 일상을 떠나 휴양지로 휴가차 왔다던 그들은 전날 도착해 술을 들이켰다고 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술이 나를 마시고 있더라고.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놀 생각에 얼마나 흥이 올라왔을지 상상이 갔다.

암 진단을 받기 전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한 잔, 회사일에 지칠 때 한 잔, 맛있는 식사가 나와서 한 잔. 항상 술을 마실 이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쪼르륵. 술잔에 흘러 들어가는 그 귀여운 소리가 좋아 일부러 한 잔을 더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고는 1급 발암물질인 술을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다. 진단 후 3년간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암의 원인물질을 내 스스로 선택하면 위험이 뒤따를 걸 아니 아쉽지 않았다. 술을 마실 때 올라오는 흥겨움을 즐겼지만, 또 다른 즐거움을 찾자고 다짐했다. 이제는 술 없이 술자리에 앉아도 흥이 오른다.

화이트 샌듄을 달리는 지프차와 함께     (사진 제공 : 문성민)
화이트 샌듄을 달리는 지프차와 함께     (사진 제공 : 문성민)

예약자 모두를 태운 지프차가 화이트 샌듄으로 신나게 달렸다. 가는 동안 태양이 떠올랐다. 사막 위에서 봐야 할 일출이었지만 지프차를 달리며 보는 것도 좋았다. 그것 대로의 낭만이 있었다. 태양이 닿는 모든 공간을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구름도 하늘도 모래도 모두 점차 주황빛이 되었다. 아름다웠다. 자연만이 가능한 예술이었다. 화이트 샌듄에 도착해 태양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환희도 없는 이 평화로운 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레드 샌듄의 붉은 모래    (사진 제공 : 문성민)
레드 샌듄의 붉은 모래    (사진 제공 : 문성민)

태양이 선물해 준 행복을 온몸 가득 담고 레드 샌듄으로 이동했다. 레드 샌듄의 모래는 화이트 샌듄의 색과 확실히 달랐다. 황토처럼 더욱 붉은빛을 띤 진한 모래색과 대비되는 하얀색의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서다. 여러 가지의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눈에 담았다.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오면 저렇게 찍어줘야지.

요정의 샘을 걷다가 만난 작은 그랜드 캐니언  (사진 제공 : 문성민)
요정의 샘을 걷다가 만난 작은 그랜드 캐니언  (사진 제공 : 문성민)

다음 장소는 요정의 샘이었다. 양옆의 협곡을 끼고 흐르는 시냇물을 맨발로 걸었다. 황토산이 물로 흘러나와 물 색깔은 깨끗하지 않았다. 하지만 맨발로 다닐 정도로 부드러웠다. 천천히 물가를 따라 걸어 올라가니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작은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협곡이었다. 진짜 그랜드 캐니언에 비해 애교스러울 정도로 작았지만, 경치를 즐기기에 충분히 멋졌다. 

랍스터, 가리비 등 무이네의 풍부한 해산물 음식들    (사진 제공 : 문성민)
랍스터, 가리비 등 무이네의 풍부한 해산물 음식들    (사진 제공 : 문성민)
랍스터, 가리비 등 무이네의 풍부한 해산물 음식들  (사진 제공 : 문성민)
랍스터, 가리비 등 무이네의 풍부한 해산물 음식들  (사진 제공 : 문성민)

투어를 마친 날 저녁, 지프차 투어를 함께한 한국 남성 두 분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자신들의 지각 때문에 일출을 놓치게 해 미안하다며 랍스터를 사주셨다. 이동하면서 봤던 일출도 멋있어서 충분히 즐겼는데 이게 웬 횡재냐!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익숙한 얘기를 하며 늦도록 시간을 보냈다.

화이트 샌듄에서 본 태양   (사진 제공 : 문성민)
화이트 샌듄에서 본 태양   (사진 제공 : 문성민)

사람들이 일출의 순간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것이 찰나의 순간이라서일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영원히 사라져버릴 순간이라서일까? 하루를 영상으로 압축해서 보면 일출의 황홀한 순간은 스쳐 지나가고 평탄하다 못해 지루한 순간이 지속된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한 형태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이룬 환희의 순간은 잠깐 스쳐 지나갈 뿐, 그전과 다름없는 지루한 시간이 지속되고 남은 시간 역시 지루해 보인다. 어떠한 이유로 인생의 찬란함을 맞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언제가 됐든 우리를 비춰줄 태양은 반드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소망을 갖고 인생을 사는 것, 정말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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