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하경 기자

[컨슈머와이드- 김하경 기자] 소비자가 진정 주인이 되는 그날은 언제 오는 것인가.

구매하려는 옷의 가격이 5분 만에 4번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큰일을 일개 아르바이트 판매사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법을 제멋대로 해석해 불법을 자행하는 기업을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그것에 답은 소비자들만 알고 있다.

가격표시 위반은 산업전반의 고질병이다. 끊임없이 소비자들과 마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생산자는 판매할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자는 그 제품에 가격을 매겨 소비자들에게 내놓는다. 그 제품이 필요한 소비자는 유통채널을 통해 정해진 값에 그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것은 엄연한 쌍방간의 계약이자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이를 유지시키기 위해 법 제도도 마련해 놓았다. 가격표시제다. 그런데 이를 지키려는자와 이를 단속하려는 자가 없다. 때문에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상태다.

 

최근 불거진 목동 행복한 백화점의 고무줄 가격표시 물의는 이러한 예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 백화점은 9만8000원이던 스커트가 불과 5분 만에 2만원, 3만원, 5만원으로 판매가격을 바꿔 소비자를 우롱했다. 그런데 재발방지는 고사하고 공식적인 해명자료를 통해 가격표시제를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물의를 일으킨 쉬즈미스 브랜드는 절대 그런 브랜드가 아니라며 적극적인 옹호까지 했다. 그것도 중소기업청이 직접 운영하는 백화점에서 말이다.

쉬즈미스 브랜드도 가격표시제를 이행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건이 터진 후 이 브랜드는 3일 만에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3일 뒤 롯데 영등포 백화점에서 또 가격표시제를 위반하고 있었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보란듯이 깨트린 것이다. 이에 대해 쉬즈미스는 아직까지 어떠한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소나기가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다.

가격표시제를 관리 감독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역시 불구경이다. 사실 확인은 고사하고 법이 명확하지 않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며 법 개정만을 약속하고 있다. 당장 불이나 초가산간을 다 태우는데 불 끌 생각은 없고 법 개정만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표시제는 관리감독 기관의 의지만 있으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가격표시제로 진통을 겪었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명동일대의 화장품 매장에서 가격표시제를 어기는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는 중구청의 한 주무관이 2년 넘게 단속을 통해 얻은 값진 결과다. 따라서 산자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격표시제 불이행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고충은 사라지게 될 수 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일일히 상품에 가격을 붙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유통채널과 판매업자들. 지키려는 의지만 있으면 이것 역시 가능하다. 수만개의 화장품에 일일히 개별가격을 붙이고 판매하는 화장품 매장들이 명동에만 수백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 소비자의 신뢰가 사라진 기업 역시 생존이 불가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들은 지금도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상품에 실제 판매가격을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속담에 망우보뢰 (亡牛補牢)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잘아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다.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행복한 백화점, 쉬즈미스 등이 망우보뢰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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