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 위한다는 단통법, 실상은 경쟁하지 말라는 법…시장경제 원칙 위배

[컨슈머와이드-김정태 기자] 지난 1일부로 시행된 단통법이 연일 화제다. 단통법으로 스마트폰의 구매 가격과 방법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의 투명화’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법안이지만, 정작 소비자와 각계의 반응은 싸늘한 눈치다. 업계의 경우, 판매·대리점이 초유의 불황을 맞아 울상을 짓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만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이번 단통법이 경제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악법’이라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단통법 시행 첫날 번호이동 건수는 총 4천524건으로 전 주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 2만4316건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는 통신사가 고시한 보조금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는 비싸진 스마트폰 가격에 울고, 판매·대리점은 갑자기 찾아온 판매 불황에 울었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의 경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단통법이 이동통신사의 마케팅비를 감소시키고,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와 해지율 등 질적인 효용 증대를 가져올 전망”이라며 “업황 개선 흐름을 감안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와 유통구조의 끝에 있는 판매·대리점에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이동통신사들에겐 이익 극대화의 포석이 된 단통법. 이런 단통법에 대해 학계에서는 맹렬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이스트 경영대 이병태 교수는 단통법을 마감 세일에 비유하며, ‘폐지해야 한다’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교수는 단통법에 대해 “늦은 시간 마트에 가면 생선을 싸게 파는데, 그게 불공평하다는 논리”라며 “생선을 떨이로 싸게 팔 거면 모두에게 알리라고 강제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렇다면 생선가게 주인이 과연 가격을 내리겠느냐. 비싸게 살 사람한테만 팔고 좀 남은 거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많이 지급한 건 다른 회사 고객을 뺏기 위함이었다. 지금처럼 판매가를 다 공시해놓고 경쟁사도 얼마에 파는지 다 알게 되면 할인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고객에게 환원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이 교수는 “이통사는 비영리단체나 자선단체가 아니다”며 “이통사가 수혜자다. 경쟁하지 말라는 이런 규제는 가능하면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병태 교수의 주장은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여겨지는 원칙이다.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 국가란 시장경제 원리를 따르는 국가’이며, ‘시장경제란 공정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를 창조해 나가는 경제 원리’라고 정의한다. 이 때의 공정한 경쟁이란 ‘다른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지 않는 순수한 경쟁 원리’를 뜻하는데, 단통법은 그 경쟁 자체를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행되는 법이라기엔 상당한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실정법에 대한 존중’에서 파생된 이 말은 현재에 와서는 ‘억압적인 법 집행을 정당화 하는 데 악용되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수의 이익집단만이 효용을 느끼고 환호하며 다수가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든 '악법', 단통법. 그 존재의 당위성에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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