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해킹 사태와 미흡한 대응에 실망한 SK텔레콤(이하 SKT) 가입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SKT를 이탈한 가입자가 40만 명에 달했다. 현재 위약금에 발목을 잡혀 SKT 이탈을 못하고 있는 가입자가 상당수다. 위약금 면제가 되면 대규모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신뢰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어떤 선택이 가치소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3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7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동통신 3사 이용 실태 및 신뢰도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인 77.2%가 ‘회사의 귀책 사유가 있을 때는 위약금을 면제한다는 약관에 따라, 가입자가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잠재적 피해 가능성이 아닌 피해 사실이 확인된 가입자에 한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13.8%), ‘과거 KT나 LG 유플러스 등 타 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3.7%)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세부 응답 계층에서 SKT가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특히 현재 이용 중인 통신사와 무관하게 SKT의 위약금 면제 의견에 공감하는 응답(SKT 74.2%, KT 73.3%, LGU+ 82.9%, 알뜰폰 83.9%)이 많았다.
SKT 이용자들의 이탈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현재 SKT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228명)의 43.3%가 이번 유심 사태로 인해 다른 통신사로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 LGU+, 알뜰폰 이용자(322명) 중 SKT에서 번호 이동을 해왔다고 답한 비율은 14.1%이나 됐다.
실제로 SKT 가입자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SKT 가입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한 달 동안 39만 5천517명이 이탈했다. SKT뿐 아니라 SJ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역시 감소하고 있다. SK텔링크 가입자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4만 4천여 명이 줄어들었다.

23일 SKT 데일리브리핑에서 임봉호 MNO사업부장은 “현재 40만 명의 고객이 이탈했다”라면서 “지금은 유심교체 등 고객의 불안과 불편함을 먼저 해소하는데 집중하고, 나중에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위약금 면제 여부다. SKT 유영상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SKT 해킹 관련 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과기부 징계가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이냐“라고 질의하자 ”과기부가 그런 어떤 법률적 판단을 해서 저희에게 조치를 한다면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시 최 위원장이 “SKT 자체적으로는 위약금을 면제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질의하자 유 대표는 “네”라고 답한 바 있다. 한마디로 과기부가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내달 말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SKT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도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위약금이 변제되면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 유영상 대표는 위약금 면제 시 현재의 10배 이상인 250만 명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보다 이탈 규모가 더 클 수도 있다. 현재 유약금 면제만 기다리는 SKT 가입자가 상당수다. 특히 장기 가입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SKT 장기 가입자 A(40대, 여성, 서울) 씨는 “결혼 이후 줄곧 SKT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해킹 사태 관련 SKT 일련의 대응에 상당히 실망했다”라면서 “현재 위약금 면제만 기다리고 있다. 위약금 면제가 되면 바로 남편과 함께 타 통신사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T 장기 가입자 B(50대, 남성, 서울) 씨는 “가족이 다 SKT다 보니 위약금이 부담되서 현재 위약금 면제만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유심 교체 첫날 예약했는데 아직도 교체를 못하고 있다. 통신 요금 하루라도 연체하면 득달같이 연체금을 물리면서 정작 이번 해킹 사태에서는 실망만 시키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SKT 장기 가입자 C(40대, 여성, 인천) 씨는 “신뢰가 무너졌다. 신뢰가 무너졌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면서 “위약금 면제가 되면 이미 옮겨갈 통신사도 남편하고 정해 놓았다. 미련 없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