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팹시 제로 슈거/ 사진: 컨슈머와이드 DB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우리나라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2011년 유해 물질이 든 '가습기살균제사태가 터졌다. 기업과 정부를 믿었던 소비자들이 문제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고 사망하거나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7793명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고 이 중 17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에 화장품에서 사용되던 보존제가 위해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오래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파라벤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장품 업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파라벤 논란에 중심에 있던 브랜드는 미샤였다. 이후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2014년 치약 화장품에서 다시 보존제 파라벤의 안전성 논란이 대두됐다. 당시 식약처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적극 해명했지만 소비자 불안은 계속됐고, 결국 화장품 업계는 너도나도 제품 성분에서 파라벤 빼기에 나섰다. 현재는 파라벤이 함유된 것만으로도 발암물질 덩어리로 취급받고 있을 정도다.

일련의 사건으로 정부와 기업은 신뢰를 잃었다. 그러던 중 최근 아스파탐 위해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 대체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인 것이 알려지면서 제로푸드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를 타고 무설탕’, ‘무가당을 내건 각종 제로푸드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스파탐 논란으로 제로푸드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아스파탐은 1965년 처음 발견된 인공감미료로 설탕의 200배 수준의 단맛을 낸다. 모든 인공감미료 중 가장 일반 설탕에 가까운 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낮다. 여기에 가격도 저렴해 각종 제로푸드에 활용돼 왔다. 전 세계 200여개 국에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는 아스파탐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승인한 인공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시선이 집중된 곳은 제로 탄산음료 시장이다. 이후 주류·음료·제과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무() 아스파탐 마케팅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승인한 인공감미료를 사용했을 뿐인데 벌써 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파라벤 사태와 너무 닮았다. 파라벤이 호르몬과 내분비계를 교란시키고 유방암 발병률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등 유해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결국 위해 논란에 휩싸였다. 파라벤 논란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컨슈머와이드의 취재에서 가장 안전한 보존제는 파라벤이다. 가장 오래됐고, 위해성에 대해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졌다. 따라서 허용기준치 안에서만 사용되면 가장 안전한 보존제라면서 대체 보존제가 더 위해할 수 있다. 새로운 보존제는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실제로 파라벤의 대안으로 떠오른 페녹시에탄올도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페녹시에탄올은 무색의 액체로 화장품에 0.3~1% 비율로 함유돼 있다. 피부나 눈에 자극을 주는 물질로 알려져 국내에서는 사용한도가 1%로 정해져 있다. 페녹시에탄올은 활성산소를 유발하고 기미, 주근깨의 원인이 되며 피부 자극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스파탐을 한번 보자. 절임 채소류, 알로에 베라 등 발암 가능 물질’ 2B군에 포함되는 아스파탐은 최근 조사에서 전체 암 발생 위험을 15%, 특히 유방암 위험을 22%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스파탐 논란이 일자 식약처는 우리나라의 아스파탐 섭취 수준은 다른 나라대비 낮은 편이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체중 70kg 성인의 경우 아스파탐 2.8g을 평생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 우리나라는 평균이 기준의 0.12%를 섭취하는 수준이다. 아스파탐의 하루 권장 섭취량(일일섭취허용량, ADI)은 체중 1kg40이하다. 체중 60kg인 성인이 아스파탐 5.6이 함유된 65의 요구르트를 먹는다면 428병 이상을 먹어야 하는 정도다. 체중이 35kg인 어린이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아스파탐이 43함유된 250의 제로콜라를 하루에 55캔 이상 먹어야 ADI를 초과할 수 있다.

따라서 IRA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더라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를 본 결과, 결국 아스파탐은 파라벤과 같이 결국 시장에서 퇴출 될 것이다. 기업들의 무() 아스파탐 마케팅이 차고 넘칠 것이다.

정부는 발 빠르게 아스파탐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시간은 곧 신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합리적 선택이 필요하다. 아스파탐이 함유된 식품을 계속 섭취할 지, 아님 선택하지 않을 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소비하는 것이 바로 가치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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