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차가 접촉사로를 낸 경우 수리비 때문에 저가차량의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 반면 고가차는 보험료가 할증된다.(사진: 한블리 5월 18일 방송 촬영)

[컨슈머와이드-우영철 기자] 지난달 18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이하 한블리) 방송에서 햄버거 하나가 천만원 된 사연이 공개됐다. 한 국산차가 A 패스트프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나온 뒤 좌회전하기 위해 좌회전 차로로 운행했다. 좌회전을 기다리는 차들이 많아 블박차는 1,2차로에 걸친 상태로 정차해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서있는데 2차로를 달려오던 벤틀리 차량이 그대로 블박차를 들이 받는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법원 판결 블박차와 벤틀리 과실 비율은 10%90%. 블박차를 뒤에서 받은 차량 가격은 3억대로 이 사고 수리비가 9500만원이다. 블박차의 수리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00만원 안팎이다. 따라서 블박차에 청구된 손해배상액은 과실 비율 10%에 해당하는 1천만 원에 가까운 950만원이다. 블박차는 보험할증 기준 200만원을 넘겨 보험료까지 올라갈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1만원도 하지 않는 햄버거를 사려다 1천만 원을 물어주게 된 셈이다. 벤틀리는 과실 비율 90%이지만 보험할증 기준을 넘기지 않아 사고를 냈음에도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았다.

이는 자동차보험 할증체계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보험 할증체계는 상대방에게 배상한 피해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이 같은 이유로 고가 차량들의 막무가내 운전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가 차량과 접촉사고가 나도 보험료 할증 등이 되지 않다보니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변경, 끼어들기 등을 일삼고 있다. 반대로 일반 차량들은 고가의 수입차 등 고가차량 운전자에게 순순히 끼어들기를 허용한다. 수입차와 사고라도 나면 일반차량 운전자들은 과실 비율을 떠나 엄청난 수리비를 물어야 하는 이른바 '고가차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고가 차량의 증가로 실생활에서 고가차량과의 교통사고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고가차량은 2018281천대에서 2020326천대, 지난해 554천대로 증가했다. 고가차량과의 교통사고건수는 20183600건에서 지난해 5천건으로 급증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가 가해차량이 야기하는 높은 수리비가 저가 피해차량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자동차 보험 할증체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해 기준 고가차의 평균 수리비는 410만원으로 비고가차 130만원의 약 3.2배에 달했다.

다행인 것은 내달1일부터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내달 1일부터 고가 가해 차량의 수리비가 저가 피해차량에 전가되지 않도록 자동차 보험 할증체계를 개선한다. 쌍방과실 사고에서 고가 가해 차량(과실비율 50% 초과)은 보험료를 할증하고, 저가 피해차량은 할증을 유예해주는 것이 골자다. 기존 사고점수에 별도점수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현행 보험료 체계에서는 가해 차량이라도 배상액이 할증기준을 넘지 않으면 사고점수가 0.5점만 부과됐다. 하지만 내딜 1일부터 적용되는 보험료 체계에서는 고가 가해 차량은 사고점수 외에 별도점수 1점을 더 가산한다. 이럴 경우 총 부과점수는 1.5점으로 보험료 할증 기준인 1점을 넘겨 보험료가 올라간다. 반면 피해 차는 배상액이 할증기준을 넘더라도 기존에 부과했던 사고 점수(1)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별도 점수 0.5점을 부과해 할증을 유예한다. 단 고가 차로 인정받으려면 건당 수리비가 평균 수리비의 120% 이상이면서, 고급 대형차종의 평균 신차가액(800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또 쌍방사고 시 저가 피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고가 가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의 3배가 넘고, 저가 피해차량 배상금액이 통상적 보험료 할증 기준인 20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금감원이 보험료 할증체계 개선에 나선 것에 박수를 보낸다. 바뀐 보험료 할증체계가 고가의 차 운전자의 삐뚤어진 운전의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젠 사고를 내면 고가차량 대부분은 보험료가 할증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수리비는 저가 차량 운전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운전만이 답이다. 저가·고가 운전자 모두 교통사로를 내면 손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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