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월경권 보장을 위한 소비 역시 가치소비다.(사진: 컨슈머와이드DB)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지난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었다. 2013년 독일의 비영리단체 워시 유나이티드(WASH United)’가 월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지만 528일이 세계 월경의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528일은 생리 기간 5, 평균 월경 주기 28일을 뜻한다.

가임여성이라면 누구나 월경(생리)을 한다. 하지만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삐뚤어져 있다. 홍길동 소설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라는 대목이 있다. 우리는 현재 월경을 월경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월경을 그날”, “마법에 걸렸어등 월경을 다른 말로 에둘러 말한다. 이 말들은 광고에서 비롯됐다.

현재도 광고가 월경을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지난 2~12일 사이 일회용 생리대 31종에 대한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14종 광고가 월경을 그날등으로 에둘러 말하거나, ‘불쾌한 냄새등으로 표현하는 등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월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유발하는 광고 대신 월경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광고가 절실하다.

여성은 월경을 선택한 적이 없다. 가임여성이라면 누구나 월경을 경험한다. 월경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생리대다. 하지만 생리대는 공짜가 아니다.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생리대 가격이 국외보다 평균 39.05% 더 비싸다는 점이다. 대형 생리대를 제외하고 팬티형 생리대는 59.91%, 오버나이트는 57.91%나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농 생리대는 국내 제품에서도 가격 차이를 보였는데 유기농 제품이 비유기농 제품보다 평균 28.56% 더 비쌌다. 특히 소형 생리대의 경우 유기농 생리대 사용 시 49.54%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의 평생 생리기간은 평균 3천일. 생리대 사용량만 12천개 이상이다. 하지만 생리대는 앞서 밝힌 것과 같이 돈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016년 생리대를 살 돈이 없는 한 여학생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신 사용했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사례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그 사례를 계기로 지난 20214월 청소년복지법이 개정돼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이 지원되고 있다. 지원을 받는 대상은 전체 여성 청소년의 6.2%. 하지만 사각지대가 많아서 그 중 4.4%만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신청방법도 문제다. 직접 신청 방식인데, 여성 청소년이 직접 가난한 집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수치심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조건 없이 생리대를 무상 지원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가와 지자체가 모든 청소년에게 조건 없이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이 개정될 경우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데 드는 예산은 한 해 596억 원으로 예상됐다. 적으면 적고 많으면 많은 돈이다. 그러나 이 돈은 반드시 사용되야 한다. 우리나라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원하기 위해 더 예산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마련돼야 한다. 월경권은 선택 보장이 아닌 보편적 보장이 돼야 하는 대한민국 여성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소득을 분류해 불편함과 수치심을 주는 것은 차별이다. 세금은 이런 곳에 사용해야 한다.

기업들도 여성 청소년 생리대 무상 지원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세계 월경의 날이라고 몇몇의 관련 기업들이 할인 등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프로모션을 하는 것 역시 여성에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이 해결돼야 한다. 생리대 가격을 낮추는데 노력해야 한다. 여성 청소년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생리대는 기호 제품이 아닌 필수 제품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생리대 구매 시 기부, 착한 가격 등 여성의 보편적 월경권 보장에 앞장서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를 통해 많은 여성용품 기업들이 월경권 보장에 동참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로 가치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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