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윤경호 변호사] 이번 편에서는 실제 소송을 할 때 어떠한 절차를 밟게 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소송의 절차는 지리하다. 가장 큰 이유는 신체 감정 때문이다. 교통사고와 관련된 소송은 결국 금액의 문제다. 이 금액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가 문제가 된다. 과실 비율과 신체 부상의 정도인데, 과실 비율은 사고가 난 상황에 따라 판사가 재량껏 정하게 되고 여기에는 큰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신체 부상의 정도다. 사망의 경우라면 그냥 수학 공식처럼 그 사람의 급여, 나이에 따라 금액이 계산된다. 그런데 사망이 아닌 심한 부상을 했다면 신체 부상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거의 필수적으로 법원에서 촉탁한 신체 감정을 받아야 한다.

신체 감정은 법원에 등록되어 있는 신체 감정 병원(보통 대학병원급)의 전문의로부터 받게 되는데 이 절차가 지나치게 오래 소요된다. 신체 감정을 하는 대학병원급의 많은 전문의들은 업무과 과중하다는 이유로 신체 감정을 반려한다. 그런데 한 번 반려되면 거의 2달이 지나가게 된다. “법원의 신체 감정병원 지정 – 병원에 통지 – 병원의 거절 – 법원이 신체 감정병원 재지정”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모두 서면 및 송달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순서만으로 대략 2달이 걸린다. 한 번 병원에서 거절당할 때마다 2달이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제 경험상 보통 5번 정도 거절을 당하고 나서야 병원이 겨우 지정되기 때문에 이 절차만 10개월 정도 지나간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최근 법원은 신체 감정료를 기존 4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100% 인상하였는데 앞으로 신체 감정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소송을 제기하는 의뢰인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신체 감정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를 하면 소송을 할 때는 변호사 선임료 이외에도 여러 가지 비용이 필요하다. 먼저 법원에 납부하여야 하는 소송 관련 비용인 인지세와 송달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인지세는 소가, 즉 자신이 청구하는 금액에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대략 1억 원 청구에 4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소송이 시작되면 신체 감정을 받아야 하는데 신체 감정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건당 8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 비용은 과목당, 즉 신체 감정을 받아야 하는 부위마다 발생한다. 가령 손목과 허리를 다쳤다면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두 군데 모두 신체 감정을 받아야 하므로 신체 감정료만 160만 원이 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신체 감정 병원이 지정되어 병원에서 신체 감정을 진행할 때 소요되는 의료비, 가령 진찰료 MRI, CT촬영 등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며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용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소수의 병원이긴 하지만 신체 감정을 할 경우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하여 환자에게 그 부담을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물론 소송에서 완전 승소 시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위 금액들을 전부 상대방에게 물릴 수도 있지만 완전 승소가 쉽지 않고(과실 비율을 예상하기 어렵다), 소송이 화해나 조정으로 끝날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경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소송 중 의뢰인이 먼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소송을 통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손해나 과실 여부가 명백한 경우, 가령 사망사고 등의 경우라면 당연히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애매한 신체 부상의 경우라면 냉정하게 자신의 피해를 살펴보아야 하고, 가능하다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 3차 상급병원 전문의에게 신체 감정을 미리 받아보아 소송을 통한 승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