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몇년 전 캐딜락의 명품차인 CT6가 단종됐다는 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기자가 지금껏 시승한 승용차 중 포퍼먼스나 승차감 등 손에 꼽는 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5월 그 대를 잇는 전기차 리릭이 국내에 출시됐다. 당시 시승해 보고 싶었지만 여의찮아 시승을 해보지 못했다. 최근 리릭을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타봤다.
사실 캐딜락 리릭은 지난해 1분기 북미 EV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중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선 상화이 다르다.4월 수입 승용차 판매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기자는 이번 시승을 통해 리릭의 진가를 제대로 경험했다. 왜 한국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타보면 리릭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환경울 중시하는 소비자 중 명차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 리릭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캐딜락 리릭 시승은 출퇴근 시간대 서울 도심(강서구↔강남, 강서구↔광화문), 자유로(서울↔임진작 평화누리공원), 내부순환로, 북부간선도로 등이다.



리릭은 캐딜락의 차세대 전동화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너무 미래지행적이지 않다. 헤리티지와 테크놀로지의 조화를 통해 럭셔리함을 끌어올렸다. 특히 유니크한 그릴 패, 캐딜락 로고 9개의 개별 LED로 구성된 수직형 헤드 램프 등이 테크놀로지를 품은 비주얼을 각인시킨다. 리릭의 긴 차제도 인상적이다. 캐딜락만의 직선형 캐릭터라인이 더해져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다. 후면부는 리어 윈드쉴드 아래에서 시작해 C필러를 따라 루프까지 이어지는 리어 램프와 하단부로 이어지는 직선형 리어 램프가 연동되어 리릭만의 유니크한 비주얼을 완성한다.



실내는 기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기자는 너무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분명 물리적 버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전기차들은 계기판도 없애고 센타페시아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속도도 확인해야 하고, 공조기, 사이드 미러 조절 등을 터치로 해야 한다. 사실 주행 중에 센타페시아 디스플레이를 통해 에어컨 작동, 온도 조절 등은 쉽지 않다. 리릭은 아나로그와 디지털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33인치 커브드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는데 스티어링 좌측 영역에서는 트립 및 헤드램프 제어가 가능하다. 휠 안쪽 클러스터 영역에서는 속도 및 구동력, 배터리 잔량, 회생제동 수준 등 주행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메인 클러스터 화면에서는 공조기 조절 등 차량 관련 조절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 통풍구 밑에 바로 물리적 버튼이 있다. 이를 통해 직관적인 작동 및 조절이 가능하다. 실내 디자인은 마치 엔틱가구를 보는 듯 하다. 엔틱 가구인데 럭셔리하다. 여기에 디지털 요소가 가미돼 력서리 프리미엄의 정수를 찍는다.
컬럼식 기어는 조금 불편하다. 리릭의 컬럼식 기어는 아나로그 방식과 유사하다. 안으로 당기면서 기어를 변속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어 오작동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재 공간은 생각보다 크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엄청난 공간이다. 트렁크 용량은 793L다 2열을 폴딩하면 1,772L나 된다.
그럼 주행 성능은 어떨까. 기자는 예전 CT6의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내심 기대했다. 주행 성능은 그 이상이었다. 승차감은 CT6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최근 시승한 승용차 중엔 손에 꼽을 정도다.

출발은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 촐랑거리는 것은 없다. 부드럽게 나아가던 리릭은 도로에 들어서자 민첩해졌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도로에서는 민첩하게 가다서다를 잘 수행했다. 자동차전용도로 즉 고속도로 구간에 들어서자 숨겨온 발톱을 드러냈다. 기다렸다는 듯이 질주를 시작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최고출력 500hp, 최대 토크 62.2kg·m의 듀얼 모터가 실력발휘를 시작했다. 속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갔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리릭은 아래로 가라 앉으며 안정적 주행을 했다. 바로 이맛이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전장 4,995mm, 전폭 1,980mm, 전고 1,640 mm인 대형 쿠페형 세단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날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교했다. 코너링에서도 안정적 주행을 했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도로 노면의 충격이 적고,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없다. 이에 따른 운전 피로도가 거의 없다. 모처럼 느껴보는 편안함이다.

전비도 만족스럽다. 공인 전비는 3.9km/kWh다. 기자가 시승한 리릭 평균 전비는 5.2km/kWh다. 1회 주행시 4635km를 주행할 수 있는데, 기자가 3일 동안 시승을 했지만 배터리량은 절바도 줄지 않았다.

리릭에는 주차 지원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정말 알아서 주차를 해줄까 궁금했다. 이에 테스트 해 봤다. 사실 주차 공간을 찾는 것은 한번에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주차 라인에 주차된 차가 한 대도 없는 경우 비어있는 공간임에도 인지하지 못했다. 반면 3대를 주차할 수 있는 라인에 2대가 주차해 있는 경우 비어있는 한 곳을 감지해 스스로 주차를 했다. 성공하고 나니 “이게 되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반면 주차 공간에서 출발하는 것은 정말 잘한다.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알아서 주차 공간에서 차를 빼내 출발 할 수 있게 끔 해준다. 초보 운전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릭은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럭셔리 전기차다. 그 몸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차가 바로 리릭이다. 한 번 시승해 본다면 그 진가를 제대로 경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