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쓸 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내 가치와 신념에 맞게 쓰는 것, 간단하게 '가치소비'하는 방법이다

칼럼니스트_안우빈
칼럼니스트_안우빈

[칼럼니스트-안우빈] 가격이 모든 것의 우선순위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가치나 신념에 부합한다면, 조금쯤은 가격이 더 나가더라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만에 택배가 오지 않고 천천히 와도 좋으니 좋으니 정상적인 근무 환경에서 자신의 택배가 오길 바라는 사람도 있고, 귀찮음을 감수해서 플라스틱 용기가 오는 배달이 아니라 다회용 용기를 들고 가게에 음식을 직접 받으러 가는 사람도 있다. 전부 같은 맥락이다.

가치소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필자의 친구에게 '가치소비를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필자는 생각날 때 의식적으로 조금씩이라도 해야지, 하고 애를 쓰고 있지만 친구는 훨씬 일상적으로 가치소비를 하고 있어서 그 비결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대단한 기부처럼 처음부터 가치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고 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은연중에 친환경이나 동물복지,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분야 중에 하나를 골라 그에 맞는 소비를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은 일상적 장보기나 쇼핑처럼 '필요한 것', '사야할 것'을 먼저 탐색한 후, 같은 제품군에서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시니어 복지, 동물 복지'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을 고르는 편이라고 말이다. 친구에게 가치소비는 쇼핑의 과정에 들어있었다. 

친구는 찾아다니며 그 부분을 소비하기 보다는 우연히 만나게 된 제품이 가치소비 품목인 편인데, 사실 아주 많은 제품이 그런 후원을 하고 있으므로 찾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많았나, 하고 되물으니 예를 들면 무항생 초원방목란도 그렇다고 말해줘서 '아, 나도 가치소비를 했구나'하고 깨닫게 해줬다. 조금 더 건강할 것 같고, 동물에게도 좋아보여서 마트에서 무심코 골랐던 계란이 가치소비인 것이다. 

친구에게 그러면 금전적인 부담은 없냐고 물어봤다.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냐고 말이다. 사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가 아닌 이상에야 소비를 할 때는 돈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그러자 친구는 이런 답을 내놨다. 사실 물건이 비싸고 싸고는 상대적인 감각이라고 말이다. 교통비 만원이랑 커피 두잔인 만원이랑 비교하면 어떻냐는 말에, 전자는 비싸게 느껴지지만 후자는 괜찮아보인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또다시 새로운 예시를 들어줬다. 200원짜리 플라스틱 합성소재 수세미와 700원짜리 생분해 식물원료 수세미를 고를 때 망설이게 된다면, 생각을 달리 해보라고 말이다.

값이 싼 일방적인 가방 대신 조금 더 비싸지만 기부, 또는 재생용품으로 만들어낸 리사이클 가방을 고를 때는  '배달 한 번 안 시켜 먹으면 되는 값이네'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면 된다. 비슷하게 가격이 더 나가는 가치소비를 하게 될 때는, '택시 한 번 안 타면 되네',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으면 되네' 하는 식으로 '같은 제품군의 값'을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감당하기에 어떠한지'를 따지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서 그런 사고방식을 하는 구나, 하고 감탄했다. 필자는 계속해서 '같은 제품군의 값'을 비교했기 때문에 조금은 아깝다고 느껴지거나 너무 비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졌던 것이다.

친구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차피 우리는 도매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다. 그 품목에 할당할 금액을 정하는 것도 시장가격이 아니라 내게 맡기면 된다.' 

모든 사람이, 필자 역시 지향해야할 소비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있다. 어떤 물건을 살까 말까 고민될 때 살까, 하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사지 말고, 말까, 하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사라고 말이다. 할인이나 세일을 해서 살까 고민되면 내려놓고, 꼭 갖고 싶은데 비싸서 고민이 되는 거면 사라는 뜻이다.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어차피 쓸 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내 가치와 신념에 맞게 써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같은 제품군 내 비교가 아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비중을 둬야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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