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안우빈 

[칼럼니스트 -안우빈] 내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나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메신저에 등록할 프로필 사진을 공들여 고르고, 상태메시지를 입력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을 드러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귀여운 키링을 가방에 달고, 휴대폰 케이스를 고르는 것 역시 나를 드러내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미닝아웃' 역시 동일한 기저에서 시작한다. 신념을 뜻하는 영어단어 'mean'과 드러내다는 뜻의 'coming out'이 합쳐진 신조어, '미닝아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할까. 낙서가 가능한 분식집의 벽을 보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사람들의 이름이다. 이름 사이에 하트를 그려넣거나, 이름 뒤에 '왔다감'을 덧붙이며 자신이 다녀갔음을 남겨 놓는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역시, 그림 안에 화가의 싸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거장 역시 피에타에 자신의 이름을 조각해 넣지 않았는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일종의 본능에 가깝다.

미닝아웃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미혼모를 돕는 단체에서 만든 팔찌를 차고 다닌다면, 사회적 약자인 미혼모를 돕는 것이 옳다는 자신의 신념을 알리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혼자서만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공공연하게, 그리고 기꺼이 남들에게 알린다.

왜 자신의 신념을, 환경과 윤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소비를 통해 공개하는 걸까.사람은 어떻게든 남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짝사랑하던 상대가 좋아한다고 말한 노래를 집에서 혼자 찾아들어본 적 있는가? 친구가 좋아한다고 말한 브랜드에는 왠지 더 눈이 간다. 연예인이 기부한 곳에 따라 기부하는 팬클럽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필자가 만나본 가치 소비를 하는 모든 이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하길, 동참 하길 원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과 나누고 싶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환경을, 윤리를 위한다는 신념이 있다. 그것들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커다란 문제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당신이 가치소비를 한다면, 환경에 좋은 유기농 핸드크림을 샀을 때 혼자 방에서 바르는 것 보다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 가져갈 것이다."이거 이번에 새로 산 핸드크림인데. 너도 발라볼래? 산양유로 만들었는데 유기농이야."누군가는 향이나 질감이, 제품 자체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지구와 환경을 위한다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혹은, 그저 당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에 들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관심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네가 그렇게 잘났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미닝아웃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옳다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가격을 기꺼이 치르고 가치소비를 하며 그것을 드러낸다.나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로서 드러내는 일은 그 자체로 멋지다. 신념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데, 그것을 실제로 소비라는 행동으로 옮기고 남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얼마나 박수 받아야 마땅한가. 미닝아웃의 또 하나 좋은 점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굳이 무리한 소비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눈 앞에 있는, 내가 가능한 소비만으로 충분히 미닝아웃이 된다. 얼마 이상부터 미닝아웃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가격표따윈 없다. 중요한 건 신념이고, 가치관이고,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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