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는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종국엔 다수가 되어 큰 힘이 돼

자신의 가치소비 잣대로 남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마음자세 필요

칼럼니스트 안우빈

[칼럼니스트-안우빈]  가치소비는 어느새 일상적인 소재가 되었다. 예전에는 가치소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그래도 요즘은 어느정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며 일상적인 대화의 소재로 올려도 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좋아하는 영화나, MBTI처럼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친구들과, 지인들과, 모르는 사람들과 가볍게 가치소비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남을 가르치는 것처럼 구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도덕적으로 옳다’는 명제에 내가 서있다면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다보면 ‘내가 너를 옳게 고쳐주겠다’는 마음으로 내 의견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다. 

'길가에 쓰레기를 버린다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가 있다면 이건 토론의 논제로 올리기도 민망할 정도로 모두가 정답을 알고 있다.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게 옳다. 이렇게 가치소비는 대다수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옳다. 환경에 신경도 쓰지 않는, 이윤만 추구하는 것 보다는 친환경을 내세우며 환경을 신경쓰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종이는 전부 나무를 베어 쓰는 거니 똑같은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그냥’ 종이보다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아 지속가능한 산림을 위한 친환경’ 종이가 더 낫다는 말에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인권과 노동권에 신경을 쓰는 것이 쓰지 않는 것보다 낫다. 제3세계 아동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에 대해 노력하는 것이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그런 기업들의 제품을 소비하는 내가 옳고, 가치소비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너는 틀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선 그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으킬 것이다. 가치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틀렸다는 말을 달가워 할 사람은 없다. 

또한, 당장 쓰는 제품을 전부 바꾸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면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언제나 가치소비를 해서 모든 제품을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것 보다는, 열 명이, 백 명이 하나의 윤리적인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더 힘이 세다. 

처음에 가치 소비에 대해 눈을 뜨고 삶의 가치관을 뜯어 고치고 사용하던 물건들도 전부 바꾸다 보면 다른 사람을 붙잡고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내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옳은지 이야기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내가 지금 사용하던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들을 전부 버리고 새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는 것 보다는, 오히려 지금 쓰던 물건들을 오래오래 쓰는 것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멀쩡히 쓰던 가죽 가방 버리고 새 에코백을 사는 것보다는, 쓰던 가죽 가방을 계속 쓰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말이다. 누가 자신의 가방에 눈치를 주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내가 옳으니 너희를 교정해주겠다는 태도는 위험하기만 하다. 모두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각자 가치소비를 하는 거다. 플라스틱 샴푸 통을 쓰는 친구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보다 친구에게 고체 샴푸바를 선물해주는 것이 훨씬 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쉽다. 써보고 마음에 든다면 다음에는 친구가 직접 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 친구가 의학적이거나 특수한 이유로 플라스틱 샴푸 통을 쓸 수밖에 없다면, 친구를 탓하기 보다는 그 기업에 리필용 샴푸를 내달라며 주장하는 쪽이 더 ‘도덕적, 윤리적, 친환경적’인 가치소비 본연의 목적에 가까울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꿀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단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소비 역시 마찬가지다. 동참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면 그것만으로 소비자들은 더욱 강해진다. 소비자의 의견이 기업에 닿기 위해서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적은 수가 소리를 지르는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씩 주장하는 게 더 쉽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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