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전과 관대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가치소비, '충분'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가치소비는 신기한 경험을 갖게 해

칼럼니스트 안우빈

[칼럼니스트-안우빈]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심리적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매일 앉던 자리를 찾는 것처럼, 관성적으로 늘 하던 일은 익숙하고 편하다. 더 나은 새로움보다 익숙한 고통을 선택하는 일이 있을 정도다. 필자 역시 늘 가던 길이 돌아가는 길인 걸 알게 된 이후로도 더 짧은 길보다 자주 가던, 내가 알던 길을 선택하고는 한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소비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선 이름부터가 낯설다. 요즘은 이름을 널리 알리고 유명해진 추세라고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인터넷을 찾아보면 ‘소비자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 혹은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소비’라고 나와있어 괜히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 같은,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소비에 있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당신은 가치소비를 했다고 말 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샴푸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다음에 샴푸바를 한 번 사보는 것도, 훌륭한 가치 소비다. 
늘 사던 것이 아니라 완전히 낯선 분야라 무얼 사야할지 찾는 것부터 어렵고 고민된다고 한다면 유명한 브랜드인 ‘동구밭’ 브랜드도 추천한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샴푸바, 린스바, 페이스앤 바디바, 비누 등을 판매하는데 배송 역시 친환경적으로 테이프를 쓰지 않는 무접착박스를 사용한다. 

이들의 모토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일상’이다. 발달 장애인 사원들이 직접 만든 수제비누이기 때문에, 환경뿐 아니라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 기여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샴푸바를 하나 사는 것만으로 말이다. 내가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우리에게 또 필요한 한 가지는, 바로 자기 관용이다. 만약 굉장히 훌륭한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을 사서 썼는데 불편하거나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괜히 마음이 찝찝해지기도 한다. ‘다들 좋다는데 왜 나만 적응하지 못하는 거지.’ ‘이걸 사지 않으면 내가 나쁜 사람인 거 아냐?’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의 시도에 너무 많은 짐과 과업을 부과해서는 안된다. 단순한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하면 된다. 어떤 음식점을 가봤는데 마음에 안든다면, 다음에는 다른 음식점을 가면 되는 것이다.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하며 ‘나는 가치소비랑 안 맞나봐, 그냥 사던 거나 사야지.’하며 의기소침해질 필요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가볍고 쉬운 마음으로 이번에는 이런 가치를 지향하는 제품을 구매해볼까, 하고 선뜻 손을 내미는 것이 가치소비를 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고, 맞지 않는 제품에 억지로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그 제품과 맞지 않는 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는 관용을 베풀어주자. 

불편하고 어려운 일을 강요당해서 좋은 사람은 없다. 강요하는 주체가 나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매번 쇼핑백을 새로 사는 대신 예쁜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사서 장을 보는 것 역시 충분히 대단한 가치소비다. 더 쉽게 생각하고, 더 많이 자신을 칭찬해줄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치소비의 좋은 점은, 우리는 어쨌든 모두 ‘소비’를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은 결국 필연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를 해야한다.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내가 필요해서 산 샴푸바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친환경적인 기업을 더욱 키워주는 거다. 소비자는 돈을 쓰며 선택을 할 권리를 가진 자다. 모두가 현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에 맞춰 소비를 하길 바란다. 가끔은 늘 고르던 편안하고 익숙한 것보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을 고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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